[전문가칼럼]코로나19로 돌아온 쓰레기 대란, 각계각층의 노력 모아야

2020.08.05 08:59:04

지난 2018년, 수도권 일대에 이른바 ‘폐플라스틱 대란’이 일었다. 재활용업체들이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을 수거해가지 않으면서 도시 곳곳에 혼란이 빚어졌다. 아파트에서는 수거되지 않은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났고, 비닐을 버리는 것을 말리던 경비원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 공공수거와 같은 타국에서 시행 중인 재활용 쓰레기 처리 모델이 거론됐었지만 딱히 유의미한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한 체, 지자체의 노력으로 유야무야 사태를 수습했다. 그리고 2년 후, 코로나19로 인한 재활용 쓰레기 매각의 난항으로 ‘제2의 쓰레기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쓰레기 대란, 왜 발생하나?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국민들이라면 ‘쓰레기 대란이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부터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처리 체계는 철저히 시장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재활용 업체가 쓰레기를 돈을 주고 사서 수거한 뒤, 거기서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분류해 판매하고 나머지는 소각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 상황이 허락하고, 처리해야할 쓰레기의 양이 적절하다면 효율성이 뛰어난 처리 방법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해당 처리 방식이 내, 외부 요인에 굉장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우리나라의 쓰레기 처리 방식은 주기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찾아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수거해서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추려내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의 말에 따르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이 많고,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이 떨어져 사실상 손해를 보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꼴이라 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재활용 쓰레기를 판매하는 판로가 막히고, 재활용 쓰레기의 판매 단가가 더 떨어지면서 이러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폐 의류를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 평소 수거한 의류의 90% 이상을 수출로 판매해 왔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판로가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폐플라스틱 업체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 평소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팔아 수익을 냈지만, 올해 초부터 납품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위생 문제로 카페, 식당 등에서 다시 일회용품을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돈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양만 늘어난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한 달에 6~7천 만 원 이상 적자를 보는 업체들이 많아졌고, 업체들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손해를 보면서도 폐업을 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수거 업체들이 수거거부를 선언하거나 수거 비용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이어지며 ‘제2의 쓰레기 대란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과거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의 경우 플라스틱과 비닐류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는 ‘폐 종이’를 제외한 대다수의 재활용 품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는 크게 종이, 캔, 플라스틱과 비닐, 유리, 헌 옷, 스티로폼, 폐건전지 등 7~8가지로 구분된다. 현재 유일하게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폐 종이'도 불과 6개월 전 중국의 수입 감축으로 인한 가격 하락에 수거거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환경부로 대표되는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수거업체의 기 싸움, 이제 그만해야

결국 지난 2018년 '폐플라스틱 대란' 당시 앞장섰던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가 다시 움직였다. 협회는 지난 13일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 공문을 보내 ‘8월 1일부터 혼합 플라스틱 반입 시 처리비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앞서 설명했듯 재활용 업체들이 선별 뒤 남는 '잔재 폐기물'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데다 일방적인 단가 하락으로 업계 매출이 6개월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단체 행동이 나온 이유는 환경부의 단호한 대처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년 간 재활용 쓰레기와 관련하여 지원 정책을 마련했지만 가시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의 수거 거부, 선동 및 담합행위 등 국민 생활 불편 초래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처리업체에 과태료, 영업정지 등의 회초리를 휘둘렀다.

 

국민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단호한 대처는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생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더욱 벼랑 끝에 몰린 수거 업체들의 단체 행동 역시 이해가 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 싸움으로 인한 허송세월을 끝내고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활용시장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 재활용시장 수익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공감하고, 원활한 수거체계 유지를 위한 지원방안을 8월 중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가격연동제 미적용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재활용품 계약단가 조정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지자체에 권고한다. 또한 3차 추경예산으로 전국 공동주택 1만 5천개 단지에 '자원관리도우미' 9,730여 명을 배치하여 올바른 분리배출 지원 및 홍보·캠페인 등을 통해 재활용 불가품 및 이물질 혼입 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 밖에도 판매단가가 낮아 대부분 잔재물로 처리되어 부담이 큰 '페트재질 트레이류' (1회용도시락, 계란판 등) 대상으로 8월부터 회수·선별지원금을 지급해 처리비용 부담을 완화한다. 아울러 3차 추경을 통해 편성된 미래환경산업육성융자 및 혁신설비 투자지원 등 약 1천억 원 규모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실시한다.

 

 

일부 수거가 불안정한 지역의 경우 비상 공공수거 계획을 수립하고, 수거가 중단될 경우 즉시 대체 수거업체를 투입하여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이번 긴급 대책을 보면 수거 업체들의 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노력은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2년 전에 발생한 문제와 올해 초부터 예상됐던 쓰레기 대란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이번 대책으로 급한 불이 진화되더라도 정부는 향후 우리나라의 쓰레기 수거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일본 등 일부 선진국처럼 전면적인 공공 수거 도입도 고려해봐야 한다. 아울러 재활용률 향상을 위한 제도적 개선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적극행정’이 가장 빛을 발할 분야 중 하나가 아니던가? 망설일 시간이 없다.

 

식품업계와 소비자의 노력이 최우선

정부와 업체의 상황도 중요하지만 재활용에 관련해서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식품업체의 경우 과대포장, 재활용률이 낮은 패트재질의 트레이류 사용(1회용 도시락, 계란판) 등 쓰레기 발생에 책임이 있다. 소비자들 역시 세척을 하지 않고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거나, 분리배출 기준을 지키지 않는 등 문제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서울 성수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인상 깊은 캠페인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마셔보았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친환경 캠페인 ‘지구를 지켜 바나나’의 오프라인 활동이었다.

 

 

이른바 ‘단지세탁소’라 불리는 이번 캠페인은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어서 버릴 수 있는 노란색 전용 세탁기를 설치해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8월 7일까지 운영한다. 단지세탁소는 많은 재활용 용기들이 오염된 상태로 배출되어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에 착안하여 ‘재활용 용기를 씻어서 분리배출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가수 아이유가 등장해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씻어서 배출하자는 내용과 함께 ‘단지 세탁소’를 보여주는 홍보 영상도 등장했다. 해당 카페에서는 영상 속에 등장한 ‘단지 세탁기’를 실물로 확인하고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빙그레는 ‘단지 세탁소’ 오픈을 기념해 온라인으로 ‘단지 손세탁 챌린지’도 시작했다. 깨끗하게 씻은 바나나맛 우유 용기를 손과 함께 찍어 캠페인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증샷을 올리면 친환경 경품을 주는 행사다.

 

 

빙그레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재활용 분리배출 비율이 높은 국가이지만 제대로 분리배출하지 않아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35% 미만에 불과하다"며 "재미있는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빙그레의 이번 캠페인은 배출되는 쓰레기 중 오염되어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서 말한 모든 문제들 역시 소비자들의 분리배출 방식이 바뀌면 개선의 여지가 늘어난다. 실제로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음식물이 묻거나, 씻어서 배출하지 않아 재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활용률이 올라가면 당연히 업체들의 수익도 늘어나기에 이러한 쓰레기 대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품업체들의 경우 과대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품의 포장지 등을 제작해 재활용률을 올리는데 기여해야한다. 또한 빙그레의 이번 친환경 캠페인이 주목받는 이유에 주목하고, 관련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소비자들의 분리배출 의식을 올리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렇듯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개선과 수거 업체와의 소통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의 분리배출 노력이 더해진다면, 쓰레기 대란이라는 엄한 단어가 더 이상 뉴스에서 거론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당장 위태로운 8월이지만 정부의 긴급 대책과 업체들의 인내로 큰 문제없이 쓰레기 처리 문제가 해결되고,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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