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PEOPLE|내일의 농업을 선견하다, 김혜연 대표

  • 등록 2020.04.08 08: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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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그 모습을 드러내며 성큼 다가오기 시작한 미래의 농업.

그중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로 만든 스마트 팜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굿 뉴스. 지난 1월 모듈형 수직 농장으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엔씽’의 김혜연 대표에게 이 신박한 신상(?) 농업 시스템에 관해 물었다.


 

 

CES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모듈형 농장의 어떤 점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했다고 보나?

우선 홍보팀장이 일을 잘했다(웃음). 모듈형 농장에는 두 가지 콘셉트가 있다. 하나는 제품으로서의 농장, 즉 농장을 제품화해서 쉽게 안전한 작물을 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로서의 농업으로 IT 업계에서 말하는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처럼 농업을 서비스로 제공한다는거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음악을 CD로 들었다면 요즘은 스트리밍으로 듣지 않나. 이처럼 외식업에서도 식자재를 편하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급받을 수 있도록 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CES에서 눈여겨본 제품이나 기술이 있다면?

최근에는 하나하나의 기술보다 여러 기술이 연결된 양상이 눈에 띄었다. 기술, 산업, 라이프스타일 간의 구분이 없어지고 모두 연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점이 신선했다. 앞으로는 자동차나 전자, 농업 같은 산업의 영역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초점을 둘 것이다. 산업 카테고리가 점점 의미 없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언제부터 IT 기술에 관심이 있었나?

내가 1985년생인데 아날로그부터 PC, 인터넷의 발전 과정을 쭉 봐온 세대다.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미 삐삐에서 286, 386 컴퓨터, 메가패스 인터넷이 나오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다. 정확히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현대전자(지금의 SK 하이닉스)에서 학교와 연계해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방학 때 현대전자에 가서 넷스케이프라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웹을 처음 경험했다. 학교에서는 286 컴퓨터를 쓰던 시절이라 그 세계가 아주 신기해 NASA 웹사이트에 접속해 우주 사진을 구경하기도 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의 웹에 접속하는 경험을 한 뒤로 컴퓨터, 정확히는 인터넷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지금은 프로그래밍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카이스트에서 운영하는 IT 영재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선후배와 팀을 만들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돈을 벌기도 했다.

 

연예 기획사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IT,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뭐든 해보는 성격이다. 공부보다는 뭔가를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거나 여러 활동에 참여부터 했다. 음악도 좋아해서 대학 진학하고 밴드 활동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방송 일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쇼핑몰을 만들어준 지인을 통해 연결되어 연예 기획사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게 되었다. 결과물도 좋았고 방송 쪽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매니저도 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 매니저 생활을 하다 3개월 만에 회사가 망했다. 큰 기획사에서 오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방송계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잠깐 경험한 뒤 다시 돌아왔다.

이후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 SK텔레콤의 트렌드 분석 부서에서 일하게 됐다. 그때가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일을 중구난방으로 했다면, 두 달 동안 근무하면서 그간 관심 있었던 테크나 예측 트렌드를 훑어보고 산업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나갈 수 있었다.

마침 그때가 2010년 말에서 2011년 초, 미국에서는 아이폰 출시와 함께 모바일 시장이 꿈틀대고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세상이 이제 바뀌는구나, 감을 잡은 것이다.

 

 

엔씽의 첫 제품인 스마트 화분은 언제 고안했나?

영국에서 어학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복학했지만 학교 수업이 눈에 안 들어왔다. 아이폰이 열풍을 일으키는 상황에 나는 어떤 일을 할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농업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삼촌의 권유로 회사에 합류하여 우즈베키스탄에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2011년에는 내 회사를 창업하고 싶어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론칭했다가 1년 만에 접었다.

다른 걸 알아보다 사물인터넷 IoT에 흥미가 생겼다. 인터넷이 컴퓨터 안에만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IoT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개념이다.
 

 

집, 자동차, 책상, 조명 등 모든 사물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 자세히 알고 싶었지만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블로그에서 ‘세상을 바꿀 기술, 사물인터넷 IoT’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짤막한 글을 발견했다.

글을 쓴 블로거는 전자 부품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원이었고, 무작정 IoT에 관심이 있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이메일을 썼다. 그런데 흔쾌히 만나자는 거다.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좋게 본 그곳 팀장님의 제안으로 위촉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다.

 

그때 IoT에 대해 배우고, 관련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그중 하나가 스마트 화분이다. 2013년에는 스마트 화분 아이디어로 미래창조과학부와 구글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 그램에 참여했다. 최종 본선에 올라 받은 개발지원금으로 시제품을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최우수상을 받아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IoT는 다양한 사물에 연결할 수 있는데 왜 하필 화분이었나?

앞서 말한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에 토마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을 때 한국과 똑같은 시설인데도 사람에 따라 농사 결과가 달랐다. 한국의 재배 전문가가 갔을 때는 농사가 잘됐는데 그분이 없으니 잘 안 된거다.

 

어렴풋하게 여기 인터넷을 연결해 한국에서 컨트롤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마침 전자부품연구원에서도 비닐하우스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데 농장은 개발 규모가 너무 컸다. 그래서 사이즈를 줄여갔다.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가정용 재배기? 그것도 크다. 그럼 가장 작은 게 뭐지? 식물 하나를 기르는 화분.’ 보통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해도 대부분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지만 화분 하나 키운 경험은 있을 것이다. 화초를 말려 죽여본 경험도 있을 테고. 기술을 이용하면 식물을 쉽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제품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봤다.

 

아이템을 화분으로 결정한 단계부터 농장을 염두에 둔 건가?

그렇다. 화분을 선보인 이유도 농장을 하고 싶지만 당장 개발할 수가 없어서였다. 2014년 창업 후 발표할 때도 ‘우리가 지금은 작은 화분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큰 농장을 만들 거다, 화성에도 농장을 지을 거다’라고 했다. 두 번째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엔씽의 컨테이너형 스마트 팜과 다른 스마트 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흔히 IT와 연결된 비닐하우스나 유리 온실을 떠올리는데 사실 스마트 팜의 모델은 아주 다양하다. 논과 밭 같은 자연 농장을 1세대, 온도와 물을 조절하는 비닐하우스를 2세대라고 한다면,

 

우리 제품은 3세대다.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영양분, 물 등 모든 요인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재배 영역을 모두 관리하는 운영 소프트웨어가 있다. 사람의 역할 없이 자동으로 환경을 컨트롤해 작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농장 형태도 컨테이너를 사용한 제품 형이다. 집처럼 지어 올릴 필요 없이 10개든 1백 개든 빠르게 확장할수 있다.

 

 

그럼 휴대폰으로도 재배 환경을 조작할 수 있는 건가?

조작할 수 있지만 조작할 필요가 없다. 이 시스템을 자율주행 자동차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차는 사람이 운전을 못해도 문제가 없다. 농업도 비슷하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거다. 앞으로 그런 식으로 바뀔 거라 생각한다.

 

스마트 팜의 재배 과정 중 사람이 필요한 단계는 언제인가?

물리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 즉 씨앗을 심고 육묘 단계를 거쳐 재배 패드로 옮겨 심는 것, 수확, 포장, 청소, 배송 등은 사람이 한다. 한편 환경을 변화시키는 부분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나중에는 물리적 단계도 자동화하려고 계획 중이다. 지금은 농장 규모가 크지 않아 자동화 설비가 어렵지만 규모가 커지면 많은 부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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