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는 1884년 창업해 136년이 넘은 디저트 가게 ‘쿠야’가 있다.
이곳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인기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기도 했다. 1949년 긴자로 이전해 지금의 도쿄 명물 디저트가게로 자리 잡았다.

쿠야의 대표 디저트인 ‘쿠야 모나카’는 도쿄 명물 선물 목록에 항상 올라와 있으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사기 힘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모나카 빵의 비밀
쿠야는 도쿄 우네노 공원의 연못 근처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가게가 화재로 인해 소실되며 현재의 긴자 6초메 가로수 길로 이전했다. 시대가 변하며 사용하는 재료에는 약간의 차이가 생겼지만 변함없는 맛을 자랑한다.

‘모나카’ 빵은 하루에 8000개만 만들어 판매한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동이 나 버린다. 쿠야의 5대 사장인 야마구치 히코유키씨는“새벽부터 준비한 팥으로 앙금을 만든다. 현대에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일지라도 당일 제작,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앙금으로 들어가는 팥은 홋카이도 도카치 지청에 위치한 농가에서 재배한 최상품을 사용한다. 팥과 백설탕, 물엿을 절묘한 밸런스로 배합해 4시간 정도 끓여서 졸인다. 이 과정을 거치면 깔끔한 달콤함과 적당한 여운을 남기는 앙금이 완성된다.

모나카 빵의 또 다른 특징인 바삭한 식감은 우연히 탄생했다. 창업 초기에는 지금처럼 빵 표면을 굽지 않았다. 어느 날 창업주가 친구와 함께 화로에 빵을 구워 먹었는데 식감과 맛이 한층 좋았다고 한다. 그 뒤로는 지금처럼 빵을 표면을 약간 굽기 시작했다.
원래 시간이 지나면 빵은 눅눅해지기 마련인데 쿠야의 모나카 빵은 시간이 지나도 바삭바삭 씹히는 소리가 난다. 모나카 빵을 좋아하는 이들은 식감을 좋아해 하루 이틀 보관했다가 먹기도 한다.
비밀 레시피는 없다
쿠야의 오랜 명성과 뛰어난 빵의 맛 덕분에 찾는 고객이 많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오직 전화 예약만 가능해 몇 차례 반복해서 걸어야 어렵게 예약에 성공할 수 있다. 빵을 수령할 날짜, 시간대, 수량과 함께 개인 정보를 남기고 매장으로 찾아가는 수고도 필요하다.

이 정도 유명세라면 비싼 가격에 판매할 법도 하지만 모나카 빵의 가격은 개당 100엔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가격 보다는 쿠야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긴다.
야마구치 히코유키 사장은 “쿠야는 이전 창업자로부터 내려오는 비밀 가족 레시피가 없다. 그저 ‘최고의 재료를 정성스럽게 요리하라’는 내용이 전부다. 첨가물, 보존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묵묵히 빵집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 전했다.

야마구치 사장은 2011년부터 쿠야의 팥앙금을 활용해 'Sorairo'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도라야키, 양갱, 푸딩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만든다. 백화점 등 번화가에 입점해 있으며, 택배 배송도 도입하는 등 ‘쿠야’와는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