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중들의 생활 반경이 좁아지며 지역 밀착형 창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하라주쿠의 한 골목에는 주변 거주민을 위한 카페와 같은 분위기의 선술집 ‘이쿠루(イクル)’가 문을 열었다. 잘나가던 유명 식당들도 폐업을 하는 이시국에 창업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골목상권 최적화된 컴팩트한 가게
일본 외식컨설팅기업 쓰리웰 매니지먼트가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소비자들이 음식점을 고르는 반경이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멀리 떨어진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친숙한 가게를 가급적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약 50%를 차지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부담, 사회적 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시부야에서 의류 회사 ‘DADDY & SON’을 운영하던 호리우치 쇼헤이, 나카노 코이치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사회적 흐름에 맞춘 가게를 시도해 보기로 의기투합했다. 골목에 자리잡은 선술집하면 퇴근 후 중년 남성이 모이는 다소 칙칙한 이미지가 있어 둘은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세련된 느낌의 가게를 기획했다.

나카노 대표는 “최근 몇 개월간 배달로 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하고 답답함을 느꼈다. 코로나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동네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의류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가게 입구에 설치하는 포렴은 청바지원단으로 만들고, 테이블을 장식하는 집기들도 의류 디자인에 사용하는 것들로 꾸몄다. 원목 가구로 인테리어를 해 편안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신경썼다. 주방과 붙어있는 U자형 바 테이블은 퇴근 길에 들려 가볍게 한잔만 마실 수도 있다.
갓 쪄주는 찜요리와 와인의 조화
이쿠루의 대표 메뉴는 카운터 앞에 배치한 찜통에서 바로 제공하는 딤섬이다. ‘고기 사오마이’, ‘탱글탱글한 새우 사오마이’, ‘소금누룩 닭고기 마리네’ 등이 있다. 찜 요리는 3개씩 690엔(7,600원)에 판매하며, 손님 눈앞의 찜통에서 바로 꺼내 김이 모락모락나는 현장감 있는 연출로 만족도가 높다.

또한, 가지 절임, 카레를 넣은 감자 샐러드, 문어오이 초무침, 닭고기 복숭아 튀김, 게 크림 고로케 등 2030세대 젊은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짧은 매장인만큼 제공 속도를 인식한 메뉴들이다.

음료는 가게 진열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직원이 주종에 맞는 잔에 따라준다. 레몬사워 4종, 녹차와 사워를 섞은 ‘녹차 하이’ 외 생맥주 라인도 갖추었다. 대부분 저도수 주류로 주 고객층을 인근에 거주하는 직장 여성에 맞췄다.

나카노 대표는 “코로나가 종식되기까지는 생활 반경이 한정적이라 지역밀착형 가게가 뜰 것이라 생각해 창업을 했다. 혼자서도 조용히 음식을 먹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의류 산업과 연결해 신감각의 매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