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 속 브루어리들
영등포터, 문래 화이트, 익선 IPA, 성수동 페일 에일, 신사 라거, 정동의 여름…. 맥주의 이름 앞에 서울 동네 이름들이 붙기 시작했다.
모두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브루어리들이 제조한 맥주의 이름들이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맥주 시장에서 차별화된 맛을 내세운 수제 맥주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지난 2014년 주세법 개정에 힘입어 그야말로 수제 맥주 전성 시대가 매년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지역(로컬)성이 강조되었으나 이제는 동네 이름이 대두될 만큼 맥주 콘텐츠는 꽃을 피우고 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촘촘한 서울 땅에 맥주 양조장이 왠 말일까 싶지만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아 하이퍼로컬리티를 강조한 수제 맥주들이 서울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는 동시에, ‘지역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선 양조장이 들어선 지역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상업지구가 형성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사례를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영세 제조업체가 위탁 제조OEM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허용되고 코로나19로 홈술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는 중이다.
한국수제 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17년 4백33억원에서 2020년 1천1백 8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으며, 2023년에는 3천7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동의 터주대감 ‘가로수 브루잉 컴퍼니’
신사동 가로수길에 브루펍 겸 양조장을 운영한 지도 올해로 벌써 7년 차입니다. 오픈한 계기는 미국에서 ‘보스턴 라거’를 접하고 나서 홉 향이 짙은 에일의 느낌을 간직한 라거에 충격을 받아 한국에서도 이런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래서 지역 이름을 따서 맥주를 만들고, 상표 등록을 한 것이 바로 ‘신사 라거’입니다. 벌써 10년 전 일이니, 아마도 국내에서 지역 이름을 붙인 맥주는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사 라거는 초창기에는 비엔나 라거 스타일이었으나, 현재는 여러 변화를 거쳐 색이 더 옅어졌고, 드라이 호핑을 거치며 좀 더 경쾌해졌습니다. 풍미가 짙으면서도 목 넘김은 상쾌해 페페로니를 듬뿍 얹은 저희 매장의 피자와 가장 잘 어울린답니다.
과일 향이 터지는 뉴잉글랜드 IPA '미스터리 브루잉 컴퍼니'
저희는 공덕에 위치한 양조장 겸 다이닝 펍입니다. 앞으로는 경의선 숲길을 마주하고, 뒤로는 주거단지, 길 건너엔 오피스 상권이 형성된 곳에서 수제 맥주와 음식을 선보입니다. 공동 창업한 이승용 대표와 함께 미국 양조장 투어를 하며 감동받았던 맥주들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폭발하는 과일 향을 지닌 뉴잉글랜드 스타일 헤이지 IPA, 국내산 과일을 활용한 프룻 사워 에일, 고도수 스타우트 이렇게 3가지를 가장 열심히 만들지요. 헤이지 IPA는 주스같이 탁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이 많은 오트밀과 밀을 함께 쓰고, 엄청난 양의 홉과 과일 향이 풍부한 발효 특성을 가진 효모를 사용합니다. 화이트 와인에 페어링하듯, 샐러드나 닭고기 같은 흰 살 육류와 함께 즐겨보세요.
성수동 문화를 만들어가는 양조장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저희는 2016년 성수동의 목공소를 개조한 브루펍으로 시작했습니다. 20평 양조장과 40평의 펍으로 시작해서, 점차 규모가 커져 전국으로 맥주를 유통하고 있지요. 50개 이상의 자체 개발 맥주를 성수 브루펍에 먼저 소개하고 그중 반응이 좋은 맥주는 이천 브루어리에서 대량 생산합니다.
‘성수동’은 저희 브랜드의 요체, 심장과 같습니다. 그래서 지역 내 브랜드와 협업해 이곳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성수동 육가공품 전문업체 <세스크 멘슬>과 협업한 메뉴, 카페 <로우키>와 양조한 커피 스타우트가 대표적인 사례죠. 최근엔 코로나19 진료 의료진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자, ‘덕분에 IPA’를 양조하고 해당 수익금을 성동구 보건소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태원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 '아톤 브루어리'
저는 키친 관련 장비 수입유통사 ‘기센코리아’의 대표를 겸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경기 광주에 <카페인신현리>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는데, 수도권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유행을 일으켰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다가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7년 경기 분당에 ‘율동 브루어리’를 오픈해 맥주 양조를 시작했어요. 이후 좀 더 많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어 <아톤 브루어리>로 리브랜딩하여 지난해 서울 이태원으로 이전했습니다. 새롭게 오픈한 호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1층 2백여 평의 공간에서 9종의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지요. 지난 7월에는 서울역사 내에 을 새롭게 오픈했는데, 이곳에서도 아톤의 맥주들을 선보이니 기대해주세요.
도시 재생과 스토리를 담은 맥주 '비어바나'
<비어바나>는 국내 첫 맥주 양조장이 들어선 지역인 영등포에 위치했습니다. 해외에서 양조장이 도시 재생의 성공 케이스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그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문래동 옛 철공소 건물을 개조했습니다. 맥주도 지역 스토리를 담아 창의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영등포’와 영국식 흑맥주인 ‘포터’를 합성한 ‘영등포터’는 ‘2020 유러피안 비어 스타’에서 잉글리시 포터 부문 은메달을 차지하며 유럽에서도 인정받았고요. 벨지안 밀 맥주인 ‘문래 화이트’는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들여와 심은 곳이라는 문래동 역사를 토대로 목화솜의 하얀색을 이름에 담았지요. 또한 월간 「비어포스트」를 발행하고, 맥주 산업 박람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맥주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답니다.
양옥집에 숨겨진 맥주 연구소 '핸드앤몰트 브루랩'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핸드앤몰트 브루랩>은 2014년 설립된 수제 맥주 회사 핸드앤몰트의 연구소라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수제 맥주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이태원 지역을 물색하다 마음에 쏙 드는 양옥 건물을 발견해 2019년 브루펍을 열었습니다.
지하는 양조장, 1, 2층은 펍으로 운영 중인데, 소규모로 맥주를 양조해 내부적으로 평가한 뒤 바로 고객의 반응을 살필 수 있어요. 추후 대량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 개발 역할을 하지요. 이곳에서는 핸드앤몰트의 대표 맥주를 비롯해 싱글 홉 맥주, 시즈널 맥주 등 브루랩만의 실험적인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핸드앤몰트가 대량 생산과 유통으로 수제 맥주를 대중화시키고, 한국에 처음 홉 농장을 만들어 말리지 않은 생홉을 맥주에 활용했듯 브루랩을 통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맥주가 익어가는 낙원 '종로맥주'
올해 3월 도심재생 프로젝트로 종로 낙원상가에 문을 연 신상 브루어리입니다. 수제 맥주 전문점인 <실낙원>내부에 양조장 ‘종로맥주’가 있는 형태지요. 물리학을 전공하고 전자부품회사에서 근무하다 수제 맥주에 관심이 생겨 외식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데요.
맥주 양조는 몰트와 홉,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현재 익선IPA, 종로라거, 세종 등 6가지 맥주를 생산하며, 배럴 숙성 중인 맥주는 내년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종로맥주는 일반 소비자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온도 조절에 특히 유의하고 있어요. 홉의 쓴맛은 줄이고 향은 풍부하게 살리기 위한 방법이죠. 막 시작한 양조장이지만 예로부터 서울의 중심이었던 종로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맥주를 선보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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