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커져가는 대체육 시장, 빠르게 대비해야

2020.05.08 13:46:17

“나는 무언가에 쉽게 속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치킨 타코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닭고기의 맛과 식감을 느꼈다. 이것은 음식의 미래다.”

 

이는 지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개인 채널에 올라온 글이다. 이 짧은 한 마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빌 게이츠가 맛본 치킨 타코에 들어있었던 고기가 100% 식물로 만든 대체육류였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대체 닭고기를 만든 비욘드 미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대체육 시장

그 후 7년이 지나 이제는 대체육류가 미래를 이끌어갈 푸드 테크의 중심이라는 것에 이이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빌 게이츠뿐 아니라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투자까지 받은 비욘드 미트는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된 후 시가총액 14조원을 넘나들었다.

 

올해 초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는 비욘드 미트와 함께 대체육류 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임파서블 푸드`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과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돼지고기를 소개했고, 실제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향, 육즙까지 구현해 진짜 고기와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렇듯 현재 푸드 테크 분야에서 가장 핫한 것은 대체육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4조 8628억원(42억달러)에서 2025년 8조 6843억원(75억달러)으로 8년 새 78.6%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 외에도 네슬레, 카길, 타이슨 푸드 등 글로벌 식품, 육가공 업체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하고 있다. 맥도널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이미 대체육을 활용한 버거 메뉴를 내놓았다.

 

 

롯데리아 역시 100%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이어 일본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모스버거 역시 지난 3월 26일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신메뉴 ‘그린버거’를 선보였다. 그린버거는 대두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원료로 패티를 만들고 계란과 유제품이 아닌 시금치 퓌레를 사용해 만든 빵을 사용했다.

 

또한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세포 배양육, 곤충 원료 대체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자원 낭비, 동물 학대 논란, 건강에 대한 관심 등이 맞물려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도 급성장해 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체육 시장 진입, 어디쯤 왔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체육 시장은 어떨까? 늘 그렇듯 우리나라의 대체육 시장은 아직 시장이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부족한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는 구이 문화가 발달해 육질에 대한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국, 탕류에 들어갈 수 있는 원형의 육류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체육이 보편화하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채식 인구 증가, 식습관 변화 등 요인에 힘입어 대체육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채식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5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는 2018년엔 150만 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는 총 인구의 2~3%에 달하는 수준으로 앞으로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뛰어든 것은 대기업들이다. 동원 F&B는 지난해부터 미국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의 제품들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해 초부터 정식 유통에 나선 결과, '비욘드 버거'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5만개를 넘어섰다.

 

 

롯데그룹은 대체육 생산 기술 보유 업체들과의 협업을 택했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식물성 대체육 연구 개발'을 위해 위드바이오코스팜, 바이오제네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위드바이오코스팜은 농림축산식품부 국책사업인 미래형혁신식품기술개발사업 대체육 분야 주관 연구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대체육 연구·개발(R&D) 기반으로 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부터 대체육 시장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충북 진천에 있는 식품통합생산기지를 중심으로 대체육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풀무원도 대체육의 한 갈래인 배양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체육은 크게 콩과 밀 단백질로 만든 인조고기와 실험실 배양육 등 2가지로 나뉜다. 풀무원은 이를 위해 대체육 사업을 하는 미국 푸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른바 ‘5대 유망식품 집중 육성’을 위한 자리였다. 이 5대 유망식품 중 하나가 대체식품. 바로 대체육이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 대체육류가 상용화되고 나서야 대체육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아쉽다.

 

이미 10년 전부터 대체육류에 대한 세계적 움직임이 보였음에도 이제야 움직이는 정부의 대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많은 연구와 개발을 끝내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걸음마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유독 식품, 외식과 관련된 육성 정책이 늑장 대응이 심한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개인의 착각일까?

 

지난해 말 공개된 혁신성장전략회의 관련 자료를 검토해보면 대체식품의 예시로 2009년 비욘드 미트의 성공 사례가 실려 있다.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해당 자료 내에도 이미 2019년 2월부터 동원 F&B와 비욘드 미트의 공급 계약이 채결되어 국내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도 쓰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당연히 ‘R&D 지원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다. 기업들의 움직임보다 정부의 움직임이 빠르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거북이 걸음이다. 대체육류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세액공제를 하겠다는 소박한 지원 계획도 눈에 띈다.

 

 

해외의 대체육류를 수입하기보다 자체적인 대체육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2022년까지 대체식품을 위한 기준을 설정하고 안전관리절차 등을 마련하겠다는 막연하고 느릿느릿한 계획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외국의 대체육류가 유통되고 있고, 미래의 육류 중 60%는 대체육류가 될 것이라는 연구마저 나오는 시점에서 2022년에서야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안일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대체육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부족하고 관련된 원천 기술이 미진한 현재의 대한민국이 대체육 시장에 대비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민첩한 정책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제도적, 문화적 대비 없이 대체육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힘들다.

 

역량을 갖춘 업체를 선정해 앞선 롯데와 위드바이오코스팜의 협업처럼 전폭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도록 도와야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대체육류가 기존의 육류를 대체할 수준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동시에 제도적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 이미 서양의 대체육류들이 유통되고 있기에 제도적 대응은 더욱 빠르게 이뤄져야한다. 단적인 예로 기존 축산업 종사자들과 이익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아메리카 육류협회는 대체육의 하나인 배양육이 기존 육류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배양육(In Vitro Meat)이라는 단어에서 고기 또는 식량을 의미하는 ‘meat’를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대체제의 존재가 기존의 육류 제공업자들에게 예민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는 증거다.

 

때문에 2017년 말 기준 규모가 17조5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육류산업의 종사자들이 대체육 도입에 반발할 경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늦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대체육 분야는 제대로 타오르기도 전에 불씨가 꺼져버릴 것이다.

 

 

추가적으로 대체육의 안정성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더욱 빨라져야한다. 대체육이 식물성 재료들로 만들어져 환경보호와 동물복지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들이 대체육류가 무조건 건강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식품첨가물 역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체육에 대한 안정성에 관한 점검과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체육류의 경쟁력 확보에도 고심해야 한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해갈 대체육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대체육류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는 정부의 민첩한 대처에 달려있다. 이미 출발이 늦어버린 시점에서 어설픈 탁상행정은 더욱 빠른 도태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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