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난립하는 미투 브랜드, 1+1 직영 의무화 가능한가?

2020.02.28 14:45:27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미투 브랜드’의 난립은 심각한 문제다. 원조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면 금세 유사한 이름, 메뉴, 인테리어를 가진 브랜드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이런 독버섯들은 제대로 된 직영 경험도 없이 원조 브랜드가 쌓은 인지도를 빨아먹으며 매장을 늘리고, 결국 제대로 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다.

 

문제는 미투 브랜드들의 행태로 인해 아무런 죄도 없는 원조 브랜드들과 미투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떠안는다는 것이다. 원조 브랜드들은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가맹점주들은 생계와 직결되는 매장을 폐업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는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좀먹는 암적인 상황으로 하루빨리 개선돼야한다.

 

미투 브랜드가 가져오는 부작용들

‘미투 브랜드’라는 말만 들어도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있다. 2010년 이후 인기를 끌었던 스몰비어의 대명사인 ‘봉구비어’, 박리다매 전략을 내세웠던 ‘명랑핫도그’ 등의 브랜드다. 해당 브랜드들은 미투 브랜드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고, 법적 분쟁에 휩싸이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상표권과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미투 브랜드의 난립은 파이가 커지기도 전에 무분별한 경쟁이 벌어져 결국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심지어 이름과 모양은 비슷하나 맛과 재료 등에서 차이가 심해 원조 브랜드까지 함께 망해버리는 극단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이 밖에도 미투 브랜드들은 급격히 유행했다 사라지는 아이템에도 몰려들고 있다. 대만 카스텔라, 흑당 밀크티, 마라탕 등 한순간 번화가를 가득히 매웠다가 사라지는 아이템에도 미투 브랜드가 난립한다. 미투 브랜드들은 제대로 된 직영 운영 경험도 없이 유행하는 아이템을 활용한 메뉴를 만들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맹점주들을 모집한다.

 

 

물론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요새 이게 뜬다더라’ 라는 이야기만 믿고 계약한 자영업자들에게도 일부분 잘못이 있다. 하지만 한 때의 유행을 이용해 삶이 힘든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짜먹는 미투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기택과 근세 역시 대만 카스테라 가게를 오픈했다가 망했다는 공통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소재로 쓰일 만큼 미투 브랜드의 난립이 대한민국 외식 업계의 일상이 됐다는 증거다. 실제로 수많은 미투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매장들에 고통 받다가 폐업을 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유행에 따른 창업을 무조건 나쁘다고 폄하할 수 는 없다. 다만 직영을 운영해본 경험이나 역량이 없는 가맹본부가 유행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늘려가는 현재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적당한 매장들이 천천히 노하우를 쌓으면 오래 유지될 수도 있을 아이템들이 무분별한 미투 브랜드의 난립으로 더 빨리 매장 당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와 원조 브랜드가 받는다. 프랜차이즈의 폐업이 계속되면 ‘안정적 창업을 통한 사회 안전망 제공’이라는 프랜차이즈의 순기능마저 잃고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투 브랜드는 한국 외식 업계에 큰 타격을 주게 될 씁쓸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미투 브랜드의 난립, 해결방법은?

그렇다면 이런 미투 브랜드의 난립을 막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해외의 사례에서 찾은 해결책의 핵심은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 경험’에 있다. 직영점은 가맹본부가 브랜드의 수익성을 검증하고 표준 상권을 설정해 점검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또한 직영점을 운영함으로써 가맹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 개발 및 서비스 역량을 갖출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때문에 가맹본부가 최소한의 역량을 가지도록 직영점, 또는 그에 준하는 운영 경력을 의무적으로 갖게 해야 한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개 이상 지역에서 12개월 이상’ 직영점을 운영해야 하고, 프랑스는 ‘7년 이상 경력에 3개 이상 매장을 2년 이상 각각 운영할 것’을 프랜차이즈 사업 조건으로 삼고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맹본부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해 갈 수 없고 가맹점을 유치할 수 없다. 이는 가맹본부가 최소한의 직영점 운영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방법을 숙지한 뒤 가맹점을 내도록 하는 유의미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역량있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가맹점을 내기에 가맹점주들의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3,000여 개, 일본 1,300여 개 보다 월등히 많은 4,882개의 가맹본부가 운영 중에 있다. 그 중 생계형 창업 비중이 높고, 사업 기간이 짧은 외식업 가맹본부가 75%에 육박한다. 더욱 암울 한 것은 안정적 사업 운영의 토대인 직영점은 외식업에서는 0.05%인 6,00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한 거의 절반에 가까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직영점이 없이 가맹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짧은 기간 가맹점을 폭발적으로 늘려 이득을 본 후 폐업해버리는 ‘미투 브랜드’들까지 난립하니 상황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 경험을 의무화하는 ‘1+1 제도’가 정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1+1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최소 1개 이상의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지칭한다. 앞서 소개한 해외의 사례에 비하면 굉장히 약한 기준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 정도의 장치라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분야 서면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직영점 운영 경험이 있는 가맹본부는 조사 대상 200개 가맹본부 중 59.6%였다. 이들은 경험이 없는 가맹본부에 비해 가맹점 한 곳 매출이 연간 4,247만원, 14.5%나 더 많았다.

 

또한 직영점을 운영하는 가맹본부의 93.6%가 ‘직영점 운영 경험이 가맹사업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결국 이는 1+1 제도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반대론자들의 의견과 달리, 가맹 사업의 안정적인 성공을 위해 1+1 제도가 더욱 필요함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1 직영 의무화, 도입 가능한가?

그렇다면 1+1 제도를 바탕으로 한 직영 의무화 도입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입이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도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지난해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개정하기로 했던 가맹사업법은 작년 10월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도 국회 파행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현재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점주들을 대표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학계를 대표하는 한국프랜차이즈 학회 등의 행위자들은 모두 ‘1+1 제도’ 도입 등 가맹사업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1 제도와 직영 의무화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 가맹본부와 점주들 모두에게 득이 되는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랜 숙원사업인 만큼 개정이 절실하지만 20대 국회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돼도 법안 통과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운영 경험이 없다고 해도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2년 이상 직영점 운영 경험을 필수로 하는 ‘2+1제도’ 등을 골자로 꾸준히 발의됐지만 매번 ‘불필요한 규제’라는 이유로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도 일리는 있다. 유행하는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창업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창업과 비양심적인 영업 방식으로 생계를 걸고 창업하는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미투 브랜드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더욱이 앞선 공정위의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프랜차이즈 사업에 있어서 직영점 운영은 결국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성공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결국 미투 브랜드를 창업한 후, 가맹비와 수수료 등으로 이득을 보고 폐업하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1+1 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여러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입에 발린 공약들보다 중요한 것은 곪아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고통만 주는 미투 브랜드와 같은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올바르게 해결해내는 모습이다. 1+1 제도 혹은 직영 의무화를 통해 ‘미투 창업’, ‘미투 브랜드’의 난립을 막고, 내실 있고 역량 있는 가맹본부들이 가맹점주들과 상생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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