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편리미엄? 그린오션? 2020년 외식 트렌드. 지침인가 함정인가?

2020.01.30 09:10:22

식품외식업계에서 트렌드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개념’이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과 노하우를 가진 노포의 주인이라면 트렌드에 상관없이 전통을 고수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브랜드와 자영업자들은 트렌드 혹은 유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식품외식업계에서 트렌드는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지침이자, 큰 함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제품, 메뉴,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외식산업에 족적을 남기는가 하면 한 때의 유행을 트렌드라 믿고 창업에 뛰어들어 폐업의 그림자에 잡아먹히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농식품부 2020년 외식 트렌드 발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월 28일(목) 서울 aT센터에서 ‘2020년 떠오르는 외식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트렌드는 문헌조사, 전문가 설문 결과,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해 키워드를 추려내고, 여기에서 도출된 20개 키워드에 대한 소비자, 전문가 동의여부 조사와 거시환경 분석을 더해 최종적 4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이런 엄청난 분석을 거쳐 뽑힌 키워드는 ▲ 그린오션 ▲ Buy me – For me ▲ 멀티 스트리밍 소비 ▲ 편리미엄 외식 네 가지다. 개인적으로 트렌드 분석가들이 제시하는 작위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보도 자료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우선 ‘그린오션’은 단어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이 적은 ‘블루오션’의 개념에 색깔을 바꿔 친환경 가치를 경쟁요소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장을 뜻하는 단어로 만들어냈다.

 

외식업계에서 친환경 바람이 이는 것은 사실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근절과 같은 친환경 운동부터 비건 레스토랑, 대체육류 등 친환경 외식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 맞춤형 건강식 등도 부상하고 있다.

 

 

다만 아직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품외식업계에서 이러한 그린오션이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는 의문이다. 대기업이라면 비건 식품, 대체육류 등을 활용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지만 비건 인구가 극소수인 우리나라의 상황 상 시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고, 일반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은 그린오션에 뛰어들 엄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번째 트렌드인 ‘Buy me - For me’는 나를 위한 소비를 뜻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나 개성이 다양화, 세분화되면서 자신의 취향이나 감성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이러한 성향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과감히 투자하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 ‘나를 위한 소비' 경향은 주관적 만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Buy me - For me’ 라는 두 번째 트렌드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흐름이었다. 굳이 2020년의 트렌드로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이미 이러한 흐름을 타고 높은 가격이지만 좋은 재료와 맛, 아름다움 등 높은 만족도를 가진 파인 다이닝이 자리를 잡았고, 좋은 식재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입맛을 맞춘 외식업이 많아지고 있다.

 

 

세 번째 트렌드인 ‘멀티 스트리밍 소비’는 유튜브,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외식 소비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일상과 경험,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외식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이며 소위 말하는 ‘먹방’과 ‘쿡방’이 이러한 식품외식업계의 유용한 홍보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유명한 먹방 유튜버나 쿡방 유튜버에게는 식재료나 식료품 등의 협찬과 리뷰 요청이 쏠리고 있고, 여러 식당 등에서도 유튜버들을 초청해 방송을 내보내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안주 리뷰 유튜버, 배달 음식 리뷰 유튜버 등 세부적인 주제를 잡고 방송을 진행하는 인기 유튜버들이 많아지면 관련 유튜버가 리뷰한 제품이 품귀 현상을 보이거나, 배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 자영업자들이 고발을 당해, 본사에서 처벌을 받는 등 낯선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차후 다른 칼럼을 통해 깊게 다뤄볼 생각이다.

 

마지막 외식 트렌드인 ‘편리미엄 외식’은 혼밥, 혼술 등 1인 외식의 증가와 배달앱 등 비대면 서비스의 발달에 힘입어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함께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소비 성향을 일컫는다.

 

편리미엄 역시 인정할 수 있는 흐름 중 하나다. 이에 따라 피코크 등으로 대표되는 간편식의 고급화가 이뤄지고 있고, 1인 가구나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리미엄 밀키트, 프리미엄 음식배달 서비스 등 편의성과 함께 소비자의 만족을 충족시켜줄 프리미엄 재료, 서비스 등이 확대되고 있다.

 

2020년 외식 트렌드, 함정이 아닌 지침이 되려면

매년 약 19만 개의 새로운 식당들이 문을 연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을 한다. 매년 새로운 반짝 아이템들이 창업 시장을 휩쓸면 너도나도 유행하는 아이템에 뛰어들고 유사 브랜드가 쏟아지며, 다 함께 폐업의 절차를 밟는 것이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현실이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인 기택과 지하실에 숨어살던 근세 역시 한때 유행하던 ‘대만 카스테라’로 창업을 했다가 빚을 지고 폐업을 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도 다뤄질 만큼 씁쓸하고 흔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실제로 작년인 2019년에는 마라탕 전문점이 전국을 강타하더니 또 어느새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떤 업종을 선택해 문을 열 것인가를 치밀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지난 몇 년간의 소비자 데이터 즉, 외식소비 행태에 대한 수치를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어떤 트렌드로 외식업이 전개될 것인가를 알려주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만 여기서 트렌드란 한순간에 시들어버릴 유행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분석과 경험이 녹아있는 정보를 뜻한다. ‘요즘 뭐가 유행이라 요새 장사가 잘 되더라’라는 소문이 아니라 스스로 공신력 있는 분석 자료를 살피고, 발로 뛰며 상권을 분석해보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트렌드를 ‘지침으로 활용’해야 치열한 식품외식업계에서 살아남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이번 트렌드 발표와 함께 공개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5년간 국내 외식소비 형태를 살펴보자. 지난 5년간 고객이 방문해서 식사할 때는 한식이 약 60%, 중식과 패스트푸드가 각각 약 6%를 차지하고, 구내식당이 약 7%에 달할 만큼 경기침체로 인한 지불가격에 민감한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식이 항상 전체 6할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식을 제공하는 업체끼리의 경쟁도 민감하지만 대다수의 고객이 이용하는 한식 업종을 택해 창업 하는 것이 그나마 덜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자가 많다는 이유로 한식을 피하고 유행을 따랐다가는 자칫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해당 자료를 통해 2015년 2.8회였던 1인 외식 빈도가 2019년 4.2회로 늘어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혼밥을 주로 하는 연령으로는 20대가 월 6.01회, 지역별로는 서울이 월 6.13회로 가장 높았으며, 월평균 지출비용은 49,92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서울 지역의 20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 경쟁력 있는 1인 외식 식당(혹인 혼자 와서 식사를 하기 편한 식당)을 창업하거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메뉴 및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도 편의점은 급성장하는 외식 소비 행태로서 식사 빈도는 주 1.6회, 지출비용은 1회당 5,849원으로 나타났다. 주요 제품은 도시락(4.6%), 김밥·주먹밥(28.5%), 햄버거·샌드위치(14.0%) 순이었고, 구매요인은 맛(38.4%), 가격(25.0%), 메뉴(16.4%) 순 이었다.

또한 편의점 식사를 찾는 이유로는 '간단한 식사해결'(64.5%)이 가장 많았다. 이어 '빠른 식사'(48.2%), '저렴한 가격'(26.3%), '편리성'(24.1%), '요리하기 귀찮고 시간 부족'(23.7%) 등이 차지했다.

 

편의점 식사 제품 구매 시 주요 고려 대상은 '맛'(38.4%)과 '가격'(25.0%)이었다. 편의점들이 맛이 좋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이유다. 이러한 정보들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본사에서 메뉴를 개발하는 팀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이제까지의 트렌드 정보들을 종합하면 앞으로는 고객의 접근성이 높은 좋은 입지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해 고객을 유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적은 투자로 가성비 높은 메뉴를 개성 있게 제공하는 맞춤형 외식공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외식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고, 변화에 맞게 신 메뉴가 개발되고 신사업이 떴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반복된다. 때문에 단순한 감과 소문, 지인의 추천, 유행을 무작정 따라 함정에 빠지기 보다는 객관적인 정보, 발품을 파는 조사, 전문가의 조언 등을 활용해 트렌드를 분석해내고 이를 지침으로 삼아 치열한 정글의 늪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번 2020년 외식 트렌드 분석 역시 식품외식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함정에 빠지기보다 이를 지침으로 삼아 현명한 창업과 발전을 이루기를 뜻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외식산업이 쳇바퀴에서 벗어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걸음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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