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알리고 음식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관광재단의 지원으로 우리 청년 요리사 4명이 서울과 유럽에서 모였고, 각자 요리 배경은 한식과 양식으로 달랐지만 팀 메뉴를 짜서 브뤼셀 세계음식축제에 선보였던 청년 한식 팝업, 'Delicious SEOUL’. 그 현장을 기록했다.
왠지 어감이 좋은 2020년, 새로운 한 해가 문을 열었다. 한국인, 한국인 셰프, 한국요리. 부쩍 이 단어들이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 올 한 해 한국과 한국인이 만들어갈 맛있는 달력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록되어질까?
분명한 것은 새로운 것을 밖에서 찾기 보다는 우리에게 이어져온 문화 유산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길을 찾는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요리’라는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청년 요리사들은 더욱 그렇다. 한식을 하든, 양식을 하든 자신의 요리 세계를 위해 한식적 요소를 배우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두터워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초콜릿과 맥주의 도시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음식축제에 참가한 서울시의 팝업 키친도 그러했다. ‘Delicious SEOUL’이라는 테마로 서울을 알리고 음식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관광재단의 지원으로 우리 청년 요리사 4명이 서울과 유럽에서 모였고, 각자 요리 배경은 한식과 양식으로 달랐지만 팀 메뉴를 짜서 선보였던 이른바 ‘청년 한식 팝업’에 관심이 쏟아졌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는 매년 9월마다 첫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미식축제의 장 이 들어선다. 올해 8회째 열린 ‘잇! 브뤼셀(EAT! BRUSSELS)’이 그것.
내로라 하는 로컬 파인 다이 닝 레스토랑과 힙플레이스들의 요리가 총출동하고 특별히 마련된 해외관에서는 전 세계 주요 도 시에서 온 셰프들이 자국의 요리를 선보여 브뤼셀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한 자리에서 세계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보르도 와인 축제 ‘페트 르 뱅(FÊTE LE VIN)’의 미니 버전인 ‘드링크! 보르도(DRINK! BORDEAUX)’를 통해 보르도 주요 산지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즐거움을 더하 고 벨기에 맥주 클래스, 전통 요리인 새우 크로켓 대회, 칵테일 클래스 등 부대행사들이 다채로움을 보탠다.
축제 현장에서는 모든 판매 메뉴가 현금 대신 ‘크레딧 패스’라는 토큰 방식으로 결제되는데, 음식은 메뉴당 9유로다.
축제가 열린 브뤼셀 공원(Parc de Bruxelles)은 벨기에 왕가가 살고 있는 브뤼셀 왕궁을 마주 보고 있는 왕립공원으로, 마그리트 미술관, 벨뷔 미술관, 악기 박물관 등 문화적 명소가 인접해 있고, 브 뤼셀시의 명소인 그랑 사블롱, 예술의 언덕, 그랑 플라스와도 멀지 않아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나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잠시 미식을 즐기며 휴식과 관광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금요일 코다리 칼국수와 두부 튀김을 모두 먹었는데 정말 좋았다. 둘 다 좋았지만 두부 튀김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벌써부터 2020년 에디션이 기다려진다.-브뤼셀 시민 Aylin Gamba
축제 기간인 4일 동안, 왕립공원에는 4개의 부스가 세워졌는데, 그중 하나가 서울을 비롯한 해외 다양한 도시로 구성되는 ‘해외관 (INTERNATIONAL VILLAGE)’.
지난해에 12개 도시가 참가한데 이어 올해는 부다페스트, 북경, 시안, 퀘백, 브라질리안 등 총 15개 도시가 참가했다.
서울은 올해가 두번째다. 부스마다 각 도시를 입히는 브랜딩도 또 하나의 구경거리. 전통적 매력부터 현대적 아이콘까지 다양한 랜드마크를 일러스트 로 그려 넣은 서울 부스는 관람객들의 포토존이 되거나 모바일 후레시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 도시들은 대부분 유명 레스토랑이 대표로 참가해 자국의 요리를 판매했는데, 서울 부스만은 달랐다. 작년 에 이어 올해도 이번 축제를 위해 특별히 모인 청년 요리사 4인의 팝업 키친으로 차려진 것.
대개 레스토랑 에서 판매하는 메뉴를 가격과 현지 식재료에 맞춰 보완하는 다른 부스들과 달리 서울시의 ‘청년 한식 팝 업 키친’은 아예 새로운 메뉴를 짜고 한번도 같이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요리사들이 단기간에 팀웍을 맞춰 야 하는 상황.
더욱이 키친에 사용되는 조리도구, 동선 세팅, 식재료 구매 등 레스토랑 오픈에 가까운 작업 을 주체적으로 짜야 한다.
그것도 낯선 도시 해외에서.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나 던져질 법한 미션에 는 이번 팝업이 단순한 서울시 홍보 이벤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청년 요 리사들에게 국제 무대의 경험을 쌓게 하고 나아가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청년 요리사는 서울에서 한식을 요리하는 박민지(<한식공간> 소속), 김도연(<도믹스> 운영)과 파리에서 프렌치 퀴진을 요리하는 신상화(<디너 바이 헤스턴 블루멘탈> 출신), 박철(<메종> 소속)이 그 주인공으로 서울과 파리, 한식과 양식 배경을 고르게 갖춘 4인방이 주방을 맡았고 유창한 영어 설명을 위 해서 조소현 동시통역가가 청년 서버로 합류했다. 지난해 멤버인 정재호(<슈타이어렉> 소속) 요리사는 헬 퍼를 자처하며 빈에서 합류했다.
뭐니해도 제일 중요한 미션은 ‘메뉴 짜기’. 한식 요리사는 유럽인들의 입맛과 현지 식재료에 대한 조사를, 양 식 요리사는 한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만 통과하는 단계로 팝업팀의 메뉴는 다시 한식의 대가 조희숙 셰프의 자문을 통해 완성되었다.
청년 한식 팝업팀의 메뉴 콘셉트는 한식 밥상의 메인 요리인 ‘밥 또는 면요 리’와 ‘별미 메뉴’의 조합. 축제 첫날에는 ‘건나물 비빔밥’을 통해 건나물을 즐기는 밥 메뉴를, ‘고추장 불고기’ 를 통해 쌈 문화를 즐기는 고기 메뉴를 선보이고, 둘째 날은 ‘코다리 칼국수’와 ‘두부 튀김’으로 유럽에서 좀처 럼 맛보기 힘든 요리로 한식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 청년 한식, 브뤼셀과 만나다-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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