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게르만 민족? 배달앱 독과점 체제, 이대로 괜찮은가?

2020.01.07 14:02:10

DH의 배달의 민족 인수로 제기되는 우려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질문에 이제는 ‘게르만 민족’이라 답해야 할 것 같다. 국가의 정체성을 활용한 이른바 ‘국뽕 마케팅’으로 대한민국 배달앱 1위를 차지했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이하 DH)에 인수됐다. DH는 배민의 기업 가치를 40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배달의 민족은 2010년 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었다. 마케팅과 성공신화의 파급력이 워낙 거대했기에, 해외 자본이 관여한 이번 인수에 대해 연일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는 비아냥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지난 2일 공개된 ‘jobsN’과의 인터뷰에서 ‘영혼을 판 것이 아니라, 판을 키운 것이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배민이 3년 뒤에도 지금처럼 잘되리란 보장이 없어 두려움이 컸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이 절실했다는 설명이다.

 

 

김봉진 대표는 매각을 통해 자신이 가져가는 돈은 한 푼도 없으며 배민의 투자자 지분 87%가 독일 DH에 인수되고,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 지분 13%는 4년 후 독일 본사 주식으로 교환하는 형태라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은 자신이 맡고, 동유럽과 중동, 남미 등을 DH가 맡아 판을 키울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 사업가적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민은 과거 일본과 중국에 진출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한 경험도 있기에, 그 두려움도 그가 인수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배민이 독일 자본에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주요 쟁점이 아니다.

 

사실 인수를 결정한 이유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크게 궁금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인수로 한국의 소비자들과 식품외식업자들이 받게될 '부정적 영향’과 ‘국뽕 마케팅'으로 대표되던 배민이 독일 자본에 넘어가면서 대중이 느끼는 배신감이다. 

 

배달앱이 탄생시킨 기형적인 배달시장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약 1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배달앱은 이중 20%인 3조 원에 달한다. 이용자 수 또한 지난 2013년 87만 명에서 2015년 1,000만 명을 돌파해 지난해에는 2,5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번 인수에 관해 다루기 전에 대명제인 ‘배달 앱은 정말 필요한 존재였는가?’에 대해 짚어보자. 지난 2018년 10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온라인 골목 상권,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가 오갔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자신들의 등장으로 배달이 활성화되고, 배달음식 시장이 커져 결국 모든 외식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프렌차이즈협회에서 제공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배달 자영업의 전체 매출은 배달앱 등장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배달앱 등장 전 전화, 콜센터 등 오프라인 주문이 100%였던 기존의 흐름이 배달앱 등장 후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주문이 늘어나는 쪽으로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전체적인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배달앱 광고를 하지 않는 업체들은 매출이 하락하고, 배달앱 광고를 하는 업체는 매출이 증가하면서 마치 ‘배달앱을 쓰면 매출이 무조건 늘어날 것’처럼 착시현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설명대로라면 실상은 배달앱을 쓰지 않는 업체들의 매출을 배달앱 광고를 하는 업체가 끌어오는 형태일 뿐인 것이다.

 

 

아울러 배달앱을 통해 기존의 전단지, 오프라인광고로 들어가던 비용을 대체했다는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아직은 배달앱의 역할이 20%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 아니어서 기존의 광고와 판촉비가 계속 해서 들어가고, 거기에 배달앱 광고비용까지 추가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또한 광고비 0원을 내세우는 배달의 민족에서 운영하는 슈퍼리스트의 경우 비공개 입찰로 과도한 광고 경쟁을 유도하고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받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거기에 주문 한 건당 중개수수료와 외부결제수수료까지 받아 챙기고 있어 결과적으로 배달앱이 없던 시절보다 자영업자의 부담은 올라간 셈이다.

 

여기에 배달앱의 정보독점과 리뷰 왜곡 등의 문제들도 남아있다.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 독점으로 인해 배달앱이 슈퍼갑으로 변하면서 아직 터지지 않은 장기적인 문제도 셀 수 없다. 장차 식자재 시장, 유통시장에까지 진출하면 기존 자영업자들의 유통채널이 붕괴되거나 갑질로 인한 부작용이 수도 없이 쏟아지게 될 우려도 있다.

 

 

배달의 민족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편리함이 ‘배달비용’과 ‘외부결제 수수료’ 등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얻는 것임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떠올려 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배달을 시키며 따로 비용을 낸 적이 없다.

 

배민 측이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업적이라 제시하는 배달문화의 개선,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한 교육, 자영업자들의 위생교육, 아카데미 운영, 폰트 개발 등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보다 깔끔하고 안전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셈이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의 입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는 옛 속담부터 ‘자영업자들 등에 빨대를 꼽는게 혁신인가?’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겠는가? 기존에 있던 시장의 중간에 끼어들어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고,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감내하게 하는 것. 배달앱의 존재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의 중심 배달앱, 이제는 점유율 100% 독점 체제로

이번 DH의 배민 인수 관련 논란은 앞서 설명한 배달앱의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한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우리나라의 배달앱은 현재 배달의 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으로 3개의 업체가 10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요기요와 배달통은 앞서 언급한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가 가지고 있는 업체다.

 

그런데 이번 인수로 배달의 민족까지 DH에서 인수하면서 결국 우리나라의 배달앱은 독일 자본인 DH가 100%의 점유를 하게 된 셈이다. 때문에 앞서 말했던 모든 부작용과 부정적인 영향력이 독점 체제에 들어서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 우려하는 것이 이번 인수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이다.

 

 

이번 인수가 확실하게 이뤄지면 대한민국의 배달앱은 한 업체의 100% 독점이 된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는 현재 제공 중인 할인 혜택과 경쟁에 따른 선택권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과 배달비용 및 수수료 등이 인상되면서 더 비싼 값으로 음식을 먹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다.

 

자영업자들의 우려 역시 수수료와 광고료 등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배민과 요기요 등 한솥밥을 먹는 배달앱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점 등이 있다. 배민 측은 인수 합병 후 2년 간은 배달 수수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그야말로 ‘2년 후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격 인상 여부는 합병 이후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고, 한번 독점적 지위가 형성되면 그를 이용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고 비판했다.

 

또한 배민과 요기요를 분리해 경쟁을 계속하겠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현대차랑 기아차가 가격 경쟁하는 것 봤냐?’는 팩트 폭행이 대부분이다. 현대, 기아차 역시 별개 법인이지만, 합병 후 국내시장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자동차 가격이 연이어 오르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때문이 이번 배달앱 독점이 공정위와 경쟁법 학계 내부에서 대표적인 인수합병 허가 오판 사례로 꼽히는 ‘현기차’ 합병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DH의 배민 인수는 배달의 왕국이라고도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배달앱이라는 존재에 대해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 모두가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공정위의 결정이 남아있다

이제 DH와 배민의 인수에서 남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100%에 달하는 슈퍼 갑을 탄생시킬 이번 인수 합병을 공정위에서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최근 신산업에서 판단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공정위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인수를 허가할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배달의 민족과 DH의 인수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만약 공정위가 이번 합병으로 배달앱 시장의 독점이 강화된다고 판단하면 기업 결합 불승인 결정이 나올 수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 결합은 금지한다는 것이 공정위 원칙이다.

 

과거에도 공정위는 독과점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대형 M&A는 불허했다. 공정위는 2016년 이통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케이블산업 1위였던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신고를 ‘업계 1위 간 결합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반면 얼마 전 공정위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병은 승인했다. 3년 전과는 방송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이에 대응하고 혁신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IPTV 2, 3위 업체들이 인수 주체로 나섰기 때문에 합병 승인이 가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배민 합병의 ‘경쟁제한성’은 공정위가 시장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획정 범위가 배달앱으로만 좁혀지면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앱 시장의 100% 가까이를 점유하니 시장을 독점하는 것으로 결론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을 O2O 업계로 확대한다면 시장점유율 계산은 달라진다. 배민, 요기요, 배달통 등을 인수한 DH가 쿠팡 등 다른 사업형태를 갖고 있는 O2O 사업자들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측이 쿠팡을 언급하며 거대자본과의 경쟁에 따른 합병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배민 측이 내세운 대로 시장을 전체 O2O사업자로 확대한다고 해도 쿠팡과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경쟁제한성은 현재 경쟁사업자와 잠재적인 경쟁사업자를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

이때 통상적으로 잠재적 경쟁사업자는 향후 1년 안에 발생할 것이 분명한 범주 안에서만 판단한다. 즉 쿠팡이 향후 1년 안에 배달앱에 진출해 배민과 요기요를 견제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해야 경쟁제한성이 상쇄된다는 얘기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DH가 장악하면 배달료 인상, 할인정책 축소, 배달수수료 인상 등 경쟁제한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현재의 문제들이 더욱 심화돼 소비자와 가맹점주, 배달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듯, 인수 합병 후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 후 배민과 요기요가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독과점적 지위를 형성하고 난 후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그 간의 배민의 행보와 배달앱의 수익구조를 생각한다면 독점적인 체제에서 과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을 위한 긍정적인 개선이 이뤄질지 의심스럽다. 독점적 지위를 얻은 후 배민과 요기요는 최우선 적으로 배달앱 수수료를 합리화 하고, 광고료 상한을 정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또한 열린 온라인 상권을 구축해 ‘광고 리스트’가 아닌 ‘소비자 검색’으로 방식을 전환해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리하여 배달 업체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배달외식사업 전체가 확장되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와 노력을 다해야한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의 판단이 내려짐과 동시에 배민과 요기요의 향후 행보 하나하나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머물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배달도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시작되는 것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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