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양사 합병 소식을 알린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독일계 글로벌 배달서비스기업으로 국내에선 배달앱 시장 점유율 2,3위 업체인 요기와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양사의 인수합병으로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은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합병 이후에도 국내 배달앱을 독자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쟁 시스템이 사라진 만큼 이후 배달수수료 인상 등을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토종 배달앱, 독일 자본에 넘어갈까
‘배달의 민족’은 2010년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토종 어플리케이션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 7500억원)로 평가하며 9년 만에 무려 15만 배의 성장을 이뤘다.
본격적으로 ‘배민’이 시장에서 급성장하기 시작한 건 2015년 건당 주문 중개수수료를 폐지하면서부터다. 중개수수료 폐지 후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은 2018년 27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기업가치 3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여섯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됐다.

우아한형제들측은 이번 인수합병의 배경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며 IT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해온 C사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 현실”이라 밝혔다.
하지만 토종앱을 성공시킨 기업이 결국 독일 자본이 넘어가버린 사실에 대중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배민’이 빠르게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중개수수료 폐지라는 파격적인 운영과 함께 유쾌한 마케팅 방식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아름다운 밥이에요~’,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 등 재치있는 문구로 소비자의 지지를 받아왔다.

인수합병위해선 공정위 문턱 넘어야
이번 인수합병 소식에 당장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이 인상될까 노심초사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6일 논평을 내고 "1개 기업으로 배달 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다. 650만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시장의 동점 장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며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에 지배를 받게 되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역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근무조건 변경 등 라이더에게 피해를 가는 것을 우려해 우아한형제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결국 두 회사의 인수합병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에 달려있다.
공정위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심사 신고서가 들어오면 ‘점유율 외 시장의 범위’, ‘결합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 ‘혁신 저해 가능성’ 등 시장에 미칠 요소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측은 기존 이커머스업체들도 음식을 배달하는 하는 등 배달앱 시장의 경계가 희미한 만큼 인수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약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이 현실이 된다면 배달료, 수수료 인상 등 국내 외식시장에 끼칠 영향이 큰 만큼 공정위의 결정에 귀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