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일본 맛대맛] 독한 술은 NO! 이제 술도 맛으로 즐기는 시대

  • 등록 2021.11.19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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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순한 술이 인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달 발간한 ‘2020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라고 인식한 것은 혼술(74.9%), 홈(HOME)술(72.0%)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즐기는 술, 저도주, 무알코올 술의 주류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고 나타났다.

 

 

젊은 층의 경우 저도수·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선호 현상은 좀 더 뚜렷하다.

과거 취하도록 마시는 음주 문화가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를 중심으로 맛있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맛있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몇 년 전의 과일 소주 유행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게코노미쿠스’(ゲコノミクス)가 주류 시장 트렌드의 한축으로 자릴 잡았다.

게코노미쿠스란 게코(下戸)=술을 못 마시는 사람, 노미(飲み)=마시는 자리, 모임이란 뜻의 단어에 이코노믹스를 합친 신조어이다. 일본의 무알코올 시장의 가치는 약 3조 원으로 평가되며, 코로나 이후 무알코올 혹은 저알코올의 주류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었다.

 

'달달한 술'로 MZ세대 입맛 공략

 

최근 국내 주류 업계들은 저도주 상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취하는 술 보다는 맛있는 술을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해 빙과·제과업계 등과 협업한 이색 주류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한 '메로나에이슬'을 출시했다.

메로나에이슬은 하이트진로가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아이셔에이슬에 이어 선보이는 과일 주류 제품이다.

메로나에이슬은 참이슬의 깨끗함에 메로나의 멜론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함이 더해져 색다른 맛을 구현했다. 알코올 도수는 12도로 기존 보다 1도 낮아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과 초콜릿 아이스크림 '빠삐코'를 컬래보레이션한 '처음처럼X빠삐코'를 내놨다. 처음처럼에 빠삐코의 초콜릿향과 맛을 더한 제품이다. 처음처럼 본연의 부드러움과 초콜릿의 달콤함, 빠삐코의 상징인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가족이 더해진 제품 라벨 등 맛과 재미를 더했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소주 제품보다 낮은 12도다.

GS리테일은 서울장수와 손잡고 막걸리에 사이다 맛을 더한 '막사'를 출시했다.

막사는 3040 세대가 막걸리와 사이다를 2대 1의 비율로 혼합해 즐기는 데서 착안해 개발됐다.

최적의 혼합 비율을 통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총 4번의 담금, 발효 과정을 거쳤고, 사이다 향 등의 맛을 추가로 내는 제성 과정과 탄산 주입을 거쳐 알코올 도수 5%의 막사를 개발했다.

 

국순당은 해태아이스크림과 손잡고 막걸리와 아이스크림 '바밤바'의 콜라보 제품인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출시했다.

바밤바 맛을 밤 막걸리로 구현해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하고자 하는 해태아이스크림과 색다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 

밤의 구수하고 달달한 맛과 쌀 막걸리의 부드러움이 만나 고소하고 달콤하면서도 막걸리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일본, 달라진 음주문화 속 성장하는 무알코올 시장

0.5% 미세알코올 주류도 등장

 

우리나라보다 먼저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갖춰진 일본은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주요 맥주 기업이 출시 후 광고를 진행해 4년만에 7000억원 수준의 시장을 형성했다.

지난해 일본 무알코올 맥주 음료 시장 규모는 8500억원 수준으로 일본 전체 맥주 시장의 3%를 차지한다.

 

무알코올 시장의 가치는 3,000억 엔(약 3조 원)으로 평가되며, 주류산업의 1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토리홀딩스(HD)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무알코올 음료 시장규모는 2,265만 케이스로 10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이 성장했다.

 

 

수요층이 넓어지며 단순한 무알코올 맥주나 츄하이(저알코올 음료)가 아닌 코스요리에 어울리는 무알코올 와인, 칵테일 등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바가 늘고 백화점에서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고 회식을 하는 ‘게코나이트(ゲコナイト)’ 모임이 증가하며 일본에서는 2만엔(약 22만 원) 전후의 ‘무알코올+코스요리’ 전문 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과 잘 어울리는 무알코올 칵테일 등을 제공한다. 또한, 한병에 4~5천엔(약 4만 5천~5만 7천 원)이 넘는 무알코올 로제나, 샴페인 등 고급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이들이 많다. 백화점과 호텔, 항공사의 일등석에 도입되며, 고급 음료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최근엔 보는 재미까지 더한 무알콜 칵테일도 등장했다.

칵테일 잔에 시럽이나 우유 등을 층층이 겹쳐 아름다운 색감을 낸 다음 위에 커다란 비눗방울 모양의 거품을 올린다.

 

 

만드는 과정이 마치 마술 같다.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기체로 거품을 터뜨리면 은은한 향기가 퍼져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며 담겨진 술의 색까지 변해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의 무알코올 시장은 알코올 도수 0%뿐만 아니라 칼로리, 당질, 푸린체 제로와 같이 건강 기능성을 어필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갈수록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는 문화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무알코올 시장은 높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의 아시히 맥주 그룹은 변화된 주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 0.5%의 음료를 지난달 공개했다.

생소한 단어인 미세알코올 음료는 저알코올과 무알코올 사이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했다.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기에는 아쉽고 저알코올은 부담스러운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된 ‘아시히 비어리 미세알코올’은 일반 맥주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다. 함량으로 계산하면 350ml당 약 1.4g의 알코올이 포함됐다. 10개 정도를 마셔야 맥주 한 병과 비슷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이기 때문에 주세법상 술로 포함되지 않고 청량음료 제품으로 들어간다. 맥아 비율과 원료로 정해지는 맥주, 발포주에도 미포함돼 정확히는 ‘맥주 맛이 나는 청량음료’이다.

 

 

아사히 관계자는 “자사 추계로는 20~60대 인구 약 8000만명 중 절반이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30대 젊은 층도 낮은 알코올 음료를 선호한다”며 “코로나 이후 홈술을 하며 저도수의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음료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저알코올 맥주와 무알코올 외에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자 미세알코올 음료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준 기자 jun4548@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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