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했던 2018년 자영업 시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업종과 상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성숙기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몇몇 업종은 올해 창업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선전했다.
창업시장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물론 라이프 트렌드, 가계소비성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본지에서는 올해 창업시장에서 선전했던 업종과 이슈들을 돌아보고, 2019년 주목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J-FOOD, 일본풍 업종 강세
올 한해 외식 창업 시장에서는 일본 음식이 대세를 이뤘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도쿄, 오사카 등지의 맛집 투어가 인기 컨텐츠로 큰 반향을 얻으면서 국내 외식시장에 정통일식을 표방한 업태 또한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5272개였던 일식당은 2016년 1만39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식당과 중식당이 각각 12%, 3%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혼밥의 원조인 일본에서 건너온 '라멘' 식당과 '야키니쿠'(일본식 구이점)식당 등 혼밥과 1인 가구에 맞춘 일식 아이템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 이자카야 전문점을 포함해 모츠나베전문점(일본식 곱창전골요리), 북해도식 양고기전문점, 일본의 대표적인 화과자 ‘당고’를 메인으로 한 당고디저트카페, 사누키우동전문점, 일본가정식전문점 등 기존 일식업태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 해이기도 하다.
완벽한 일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자카야 창업 바람은 한층 더 강해졌다.
‘오레노유메’, ‘꼬지사께’, ‘청담이상’, ‘이네쵸’, ‘무사대작’, ‘모로미쿠시’ 등 일본 현지분위기를 십분 살려 정갈한 일식을 즐길 수 있는 이자카야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30년간 외식 컨설팅과 일본외식연수를 진행 중인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예전에는 일본음식을 한국화하는 것이 화두였지만, 최근에는 일본 현지의 색(色)을 그대로 살린 매장이 인기다.”라며, “품목도 우동, 돈가스, 초밥 등에서 갓포요리, 일본식 가정식 등 다양해졌다. 내놓는 요리, 분위기뿐 아니라 간판과 메뉴판이 모두 일어로 되어 있어 현지 느낌을 100%로 살린 곳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막 오른 ‘무인(無人)시대’ 1인 운영 가능한 아이템 초인기
인건비 인상 타격으로 인해 2018년 창업시장의 경우 인건비 절약형 식당이 큰 주목을 받았다.
외식업종의 경우 10~15평대의 소형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 셀프운영방식을 차용하거나 무인결제 시스템을 도입, 최소1인, 최대 2인만으로 운영 가능한 ‘맨투맨’ 창업형태가 대세를 이뤘다.
콤팩트한 주방, 과학적인 동선 설계뿐 아니라 키오스크를 활용해 인건비를 대폭 줄이고 배달과 테이크아웃, 내점판매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해 수익구조를 다각화 한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일본의 경우 무인화 도입이 한국보다 먼저 이뤄졌는데, 최근엔 초밥 하나에 한화로 1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회전스시 프랜차이즈가 성장 중이다. 초밥을 만드는 인력을 빼고 초밥 만드는 전문기계를 매장에 도입한 것이 특징.”이라며 “시간당 3600개의 초밥을 만들어 내는데 맛 또한 일품이라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초밥기계와 같이 국내 분식업계 최초로 김밥조리 무인화 시스템을 선보인 ‘얌샘김밥’, 샤브전문점으로 유명한 ‘채선당’이 론칭한 1인 가마솥밥 전문점 ‘행복가마솥밥’, 외식사업가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라면셀프제작소’, 용우동의 '분식발전소' 등의 인건비절약형 식당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카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이템은 ‘무인 스터디카페’였다. 무인스터디카페는 카페와 도서관의 장점을 합쳐 이용객들의 니즈를 맞춘 아이템으로, 365일 24시간 운영 가능한 무인스터디카페 형태로,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매장을 관리한다.
무인스터디카페 프랜차이즈로는 '셀디', ‘온더데스크’, ‘플랜에이’, ‘르하임 스터디카페’ 등이 있다.
◆ 판 커지는 케어간편식(C-HMR·Care-HMR)시장
‘케어푸드’는 건강상의 이유로 맞춤형 식품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연화식·치료식·다이어트 식품 등 고기능성 식품을 말한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간편식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케어간편식(C-HMR·Care-HMR)’이 2019년 식품시장을 주도할 것이라 소개되기도 했다.
건강식, 1인 가구 증가, 간편식 선호, 빵 소비 증가 등의 이유로 신선한 샌드위치를 주문 후 바로 만들어 판매하는 ‘서브웨이’는 2015년 145개 매장이 올해 339개로 증가했다.
또 다른 성장사례로는 ‘샐러드전문점’을 들 수 있다. 주로 오피스상권에서 ‘샐러드밥’과 ‘클렌즈주스’(해독주스)를 판매, 직장인들의 테라피푸드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당근, 비트, 밀싹, 케일, 신선초, 사과 등 과일과 채소는 모두 산지직거래를 통해 산지 체류 시간을 최소화 하고 품질 또한 최고등급의 것들만 사용한다.
특히 편리하면서도 저염도, 첨단패키징 기술에 따른 신선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며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이 주목 받고 있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제공하는 반찬전문 프랜차이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셰프찬을 비롯 국선생, 배민프레시 등 다양한 브랜드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중 ‘국선생’ ‘오레시피’ ‘진이찬방’ 등은 총투자비 1억원대 전후의 투자비로 가정간편식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다.
◆ 업종 간 블러현상 가속화와 공유주방 화제
고객이 원한다면 어떠한 경계도 파괴할 수 있는 ‘블러시대’가 됐다. 블러(blur)란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말한다. 무인세탁소와 카페, 서점과 술집, PC카페와 당구장, 플라워 샵과 바, 한식과 이탈리안 파스타를 결합한 한옥카페 등 경계가 분명했던 이질적인 업종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컨셉의 업태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알지엠컨설팅 강태봉 대표는 “고객의 개성이 십인십색에서 ‘일인십색’(一人十色)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외식업의 유행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복합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불황이 지속되다보니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복합화는 좋은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값비싼 임대료나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던 예비창업자들의 부담을 낮춰줄 플랫폼으로 조리 공간을 제공해주는 ‘공유 주방’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공유주방'은 그 개념이 점차 정립되고 있는 신조어로 여러 단계의 주방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주방만을 갖추고 임대하는 것도 공유주방으로 부르며, 거대 주방을 갖춰놓고 그 안에서 음식점 창업자들을 길러내는 시스템도 공유주방으로 부른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의 주역인 우버(Uber)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극비리에 방한해 ‘공유 주방’ 사업의 두 번째 무대로 한국을 지목해 외식업 공유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 불황형 업종 인기 상승 및 리모델링 창업 급증
영업부진으로 기존 사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들의 업종전환이나 저비용 리모델링 창업이 러시를 이뤘다.
또 국수전문점, 배달전문 외식업 등 최소투자비로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한 불황형 업종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번 실패를 경험한 자영업자들은 신규 창업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업종전환이나 리모델링 등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창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창업보다는 기존 사업을 살리고 약간의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비는 절약하고 경쟁력은 높이는 것이다.
70년전통의 바우네나주곰탕의 경우 상품경쟁력이 있는 데다 매장 구조와 기존 매장을 최대한 살려 최소한의 시공만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 180호점을 개설하는 성과를 올렸다.
신개념의 서서갈비 맛으로 알려진 ‘육장갈비’는 가맹비, 교육비만 내면 된다. 나머지 투자비는 사업자의 재투자 여력에 따라서 조정해준다.
수제 돼지갈비 프랜차이즈인 ‘국민전통갈비’도 간판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등 기존 설비를 최대한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 식품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는 푸드테크
식품과 정보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는 미래 먹거리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모바일과 결합한 음식 배달·추천 서비스, 서빙 로봇 등이 대표적이며,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시작 단계인 만큼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앱 활성화로 배달전문 브랜드도 올해 큰 성장을 이뤘다. 현재 배달앱을 통한 음식배달 국내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2013년 3347억원에 비하면 10배 성장했다. 배달음식의 종류도 과거 치킨과 피자, 중식 위주에서 삼겹살, 커피, 회, 빙수까지 확산됐다.
2010년 출시된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브랜딩 활동으로 배달앱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표 브랜드로 이용자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한편, 음식점에는 과거 전단지, 상가책자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더 높은 매출을 일으켜주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5년 초 500만건 수준이던 월간 주문 수는 지난 7월 2000만건을 넘어 최근에는 2700만건에 육박,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