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과열되는 '수제맥주' 열풍, 마냥 좋아할 일인가?

2021.06.23 10:00:59

편의점들이 세계 맥주 판매를 시작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여기에 ‘세계 맥주 4캔 구입 시 만 원’으로 대표되는 프로모션이 더해지면서 세계 맥주의 인기는 몇 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맥주의 인기를 이어받은 것이 ‘수제 맥주’다. 이번 수제 맥주 열풍 역시 편의점에서 절정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이 각광 받은 탓도 있지만, 소비자를 만나기 쉽지 않았던 수제 맥주들에 개성 있는 패키지를 더하고 공격적으로 판매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주세법 개정과 협업이 만든 시너지

필자는 1년 전 주세법과 주류유통 관련 칼럼을 집필하면서 향후 대한민국의 주류 판도에 대한 예측과 우려를 던진 적이 있다. 그 후로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바로 ‘수제 맥주 열풍’이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편의점 수제 맥주 열풍이 주세법 개정과 브루어리와 대기업의 협업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타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해 위탁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나면서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들이 편의점 냉장고를 가득 채울 수 있게 됐다. 또한 최근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편의점 트렌드도 수제 맥주 열풍에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수제 맥주 열풍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제품은 ‘곰포 밀맥주’다. 수제 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대한 제분과 협력해 지난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과거 허니버터칩처럼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타 수제맥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곰표 밀맥주의 인기로 CU의 수제 맥주의 매출 증가율은 작년 대비 498.4%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 입어 ‘곰표 밀맥주’는 지난달 공급량을 작년보다 15배 늘리며 2주 만에 300만 캔이 판매됐다.

 

더쎄를라잇브루잉과 롯데제과가 협력하여 만든 ‘쥬시후레쉬맥주’, ‘유동골뱅이맥주’ 등의 인기로 덕을 본 세븐일레븐에서도 수제 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이상(550.6%) 증가했고, 올해 초에도 3배(285.4%) 이상 신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불타오르는 수제 맥주 전쟁

어느덧 30도를 웃도는 여름이 시작되면서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를 찾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 인근의 편의점에서는 인기가 높은 수제 맥주들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또한 유튜브 등 온라인 상에서는 새로 나온 수제 맥주를 비교해보거나, 맛있는 수제 맥주 제품을 추천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바야호로 편의점 수제 맥주의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유통업계도 더 많은 수제맥주 자체 브랜드의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제조는 대부분 주류사의 OEM으로 진행되며 성수기 수요에 공급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GS25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LG전자의 옛 이름에서 착안한 ‘금성맥주’를 출시했다. 또한 곧 출시될 ‘캠핑맥주’를 시작으로 수제맥주 대량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이마트24는 ‘야구’를 모티브로 이마트 야구단 SSG 랜더스의 대표 선수 이름을 딴 ‘최신맥주’ 상표권을 맥주, 과자, 육가공 제품 등에 출원했다. 이마트24 측은 선제적으로 최신맥주 상표권을 등록해 놓은 것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언제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수제 맥주 위탁생산을 소비자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성 넘치는 수제 맥주들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것이 주 이유다. 편의점 업주들과 기업 역시 매출이 늘어가는 결과를 보며 만족하고 있다.

 

수제 맥주 열풍, 문제는 없나?

하지만 이러한 수제 맥주 열풍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수제 맥주 열풍에 대기업들이 동참하면서 ‘수제 맥주’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일리가 있다.

 

본래 수제 맥주는 지역성, 소규모성, 독립성, 창의성 등이 대표적인 특성으로 꼽힌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소속된 회원사 자격들을 보면 국내생산 비율 80% 이상의 지역성, 연간 4만㎘ 미만을 생산하는 소규모성, 주류사업 영위하는 대기업 지분율 33% 이하의 독립성 등이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다.

 

 

지역의 특색을 살려 개성 있는 맛을 만들어내고, 멋진 브랜딩과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소규모로만 판매되는 가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힘들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제 맥주를 찾았을 때의 기쁨까지. 그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수제 맥주들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부정론자들의 입장이다.

 

또한 대기업과의 협업이 유명한 브루어리들에게만 해당 된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영세한 수제 맥주 업체들은 더욱 진출할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업체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영세 업자들의 두려움 섞인 의견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수제 맥주 업체들 중 장사가 잘 되는 업체는 10%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부분은 제품화조차 시도하지 못하거나, 출시하더라도 인기를 끌지 못해 금방 없어진다. 대기업의 너무 이른 진출은 자칫 메이저 수제 맥주 업체들의 제품들만 살아남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열풍은 수제 맥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수제 맥주를 즐기는 경험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대기업들의 협업이 작지만 높은 가치를 가진 브루어리에게도 적용되고, 전반적으로 수제 맥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식품외식업계에서 인기에 편승해 1~2년을 반짝 불태우다 사라진 아이템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수제 맥주 역시 한 때의 유행에서 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 묵묵히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소규모로 수제 맥주를 만들던 업체들에게 너무 큰 피해가 돌아간다.

 

이번 수제 맥주 열풍이 대기업과 브루어리, 그리고 관계자들의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수제 맥주 시장 발전의 초석으로 작용하게 되길 바라본다. 대기업은 가치있는 브루어리를 발굴하고, 브루어리는 제품 개발과 판매에 최선을 다하며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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