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환경과 포장, 그 애매한 균형에 대하여

2020.12.27 11:10:01

식품 산업의 발전과 환경 보호는 늘 껄끄러운 관계다. 식품의 특성상 위생과 신선도가 생명이기에 포장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다양한 브랜드가 난립하다보니 특색 있는 포장, 용기, 라벨이 더해지며 지금에 이르렀다.

 

식품산업에서 포장에 신경을 쓸수록 발생하는 쓰레기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이 있다 해도, 음식물이 묻거나 제대로 분리 배출 되지 않는 포장지, 용기, 라벨 등은 대부분 버려진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이미 위태롭다. 지구온난화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고 그저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이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플라스틱, 비닐 등 쓰레기가 폭증하면서 지자체에서 쓰레기 처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라벨 없는 생수병, 신중하게 시작해야

정부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정책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라벨 없는 생수병’의 도입니다. 최근 환경부는 라벨 없는 생수의 판매를 허용하는 ‘먹는 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른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라벨 없이 병마개에 적힌 브랜드나 페트병 모양으로 제품을 구분해야 한다. 업계 최초로 라벨 없는 제품을 도입한 롯데칠성은 지난 1월부터 생수 제품 ‘아이시스’는 묶음 상품에 한해 병마개에만 라벨을 부착한 생수병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환경부의 공표와 관련해 유통채널, 생수업체 모두 자원 재활용 및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공감한고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는 매우 옳은 방향으로 식품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장기화 되면 환경오염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자체브랜드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채널이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제조사들 역시 ‘라벨 없는 생수’ 도입을 반기고 있다. 이는 라벨 없이 생수를 판매할 경우 브랜드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생수업체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산라인 변경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제품정보 알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환경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무라벨 정책이 의무화되면 업체는 생산라인 교체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기존 방식과 새로운 생산 방식의 혼용 기간을 여유 있게 두고 업계와 소비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거쳐 향후 소포장 생수에 한해 무라벨 적용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환경부는 무라벨 생산을 적극 시행하는 업체에 재활용 분담금을 최대 50%까지 감면해 주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환경보호와 재활용 확산을 위한 이번 라벨 없는 생수병 정책은 긍정적이다. 다만 업체들의 생산 라인 변경의 부담에 대한 지원이나,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완화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부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인식하고, 시간을 두고 진행해 갈 계획이라 하니 유의미한 변화 될지 지켜볼 요량이다.

 

논란의 중심, 포장재 사전검사 의무화

환경보호를 위한 또 다른 정책적 변화는 ‘포장재 사전검사 의무화’다. 이는 포장 폐기물을 발생 단계에서부터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발의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지난 24일 국회에 발의됐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플라스틱 폐기물, 비닐 등이 급증하면서 포장폐기물의 감소와 과대포장 억제를 위해서 생산단계에서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에 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환경부령에 따른 전문기관으로부터 제품 출시 전에 포장에 관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제품에 표시함으로써, 제조자등이 생산단계에서 포장폐기물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포장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환경부령에 따른 전문기관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을 지칭한다.

 

관련 업계가 개정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조자는 제품 출시 전에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포장 재질 및 포장방법 등을 검사 받아야한다’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발의 안의 취지와 평가표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품 출시 전에 평가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업무가 가중되고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야기된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의 특성 상 제품출시 전 지정된 기관을 통해 검사를 받게 되면 고객 트렌드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빠르게 시장에 내놓아야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제약처럼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포장재질과 방법, 불필요 공간 등을 사전 확인 받는 것이 의무화된다면 업무는 배가 되고 시간과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 역시 일리는 있는 말이다.

 

또한 국가 기술 자격인 포장기술 전문 인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기관의 일반 인력인 포장분야 비전문가가 제품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합 할 때, 이번 개정안은 취지는 공감하나 업계에서는 수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법안으로 보인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윤미향 의원실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행중인 포장재 검사 권고는 포장폐기물 저감 효과에 한계가 있고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법안으로 통과되더라도 현재 유통 중인 제품은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돼 업체들이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외식업계와 관련한 정책들 다수가 그러했듯 이번 개정안 역시 아직은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우선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포장기사, 포장기술사와 같은 포장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한 업체들의 입장을 고려해 빠른 검사나 예외 규정 등 보다 세부적인 보안책이 마련돼야 한다.

 

 

환경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업계의 협조는 긍정적이다. 분명 몇몇 시도들은 우리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고, 나아가 환경보호에도 작은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업체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 정책을 발의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섬세하고 심층적인 조사와 안배가 이뤄져야 한다.

 

업체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공감하고 협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정부 측에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환경보호와 식품포장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내길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이러한 변화가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길 기대한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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