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올 초부터 확산되며 영업에 차질을 빚은 식당, 카페들의 폐업이 이어졌다. 집밖 외식이 사실상 어려워지며 식품외식산업에선 홈코노미, 배달 시장이 가장 큰 성장을 보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배달 소비 분야의 카드 결제금액은 올해(1~9월) 4조6천438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75% 급증했다.
홈코노미·배달 시장의 무한 성장
2020년은 길어지는 재택 생활에 HMR, 밀키트, 홈카페 등 홈코노미 시장이 어느 때보다 성장한 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5조원 이상으로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홀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외식기업에선 RMR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해외 레스토랑의 경우 인기 메뉴를 밀키트 상품으로 개발해 쉐프의 레시피와 함께 배송해 주기도 했다. CJ푸드빌은 공식 스마트스토어를 열고 빕스의 시그니쳐 메뉴를 RMR 제품으로 런칭, 갈비전문브랜드 송추가마골은 불고기 3종, 양념구이 2종을 RMR 상품으로 판매했다.
또한, 홈카페, 홈술 수요가 늘어나며 베이킹 관련 제품의 판매가 급증했으며, 일본에선 홈술족을 위한 다양한 키트 상품이 출시됐다.
칵테일 바를 운영하는 일본의 믹솔로지 그룹(Mixology Group)은 셧다운으로 매장을 열수 없게 되자 6월 ‘칵테일 키트’를 출시했다. 집에서도 와인을 제조할 수 있는 와인 블렌드 팔레트의 키트도 좋은 반응 얻었다. 와인 지식이 없어도 홈페이지를 통해 퀴베(Cuvée:원주) 배합에 따른 예상 맛, 바디감을 알 수 있다.
배달 중심으로 외식 시장이 재편되며 해외에선 색다른 배달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숍은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을 위한 1리터 대용량 커피 배달하기 시작했다. 투주하리 커피(Tujuhari Coffee)는 코코넛 커피, 블랙 모히토 등을 1리터 제품으로 만들어 정기배송 해준다.
한편 도쿄에 위치한 ‘호텔 뉴 오타니 도쿄’는 최고급 디저트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룸서비스를 개시했다. 1조각에 3000엔(약 3만 2천원)하는 조각 케이크 등 디저트를 택시회사와 제휴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코로나로 가속화된 비대면·온라인 서비스
코로나 확산세 지속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비대면·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업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외식업에 IT기술을 적용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주식회사 외식인의 FQMS(프랜차이즈 품질관리 시스템) 서비스가 외식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FQMS는 모바일 앱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품질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로 기본적인 Q·S·C 품질 체크는 물론 손익관리, 가맹본사-가맹점주간 소통까지 가능하다.
품질 점검이 완료되면 실시간으로 품질보고 리포트가 생성돼 슈퍼바이저의 업무 시간을 상당량 단축시켜 가맹점 관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가맹본사는 전국 가맹점의 품질 등급, 개선 필요 사항, 매출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브랜드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경영전략을 세우는데 활용한다.
특히 FQMS앱 서비스 중 ‘커뮤니케이션 툴’은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 간 정보 공유 및 문제 처리를 원활하게 만들어 비대면 가맹점 관리를 실현시켰다. 본사에서 가맹점으로 품질개선 및 보완요청을 하는 미션을 전달하고 처리 상황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 인테리어 AS, 물류 문의 등 가맹점 요청사항도 본사 업무 담당자로 즉각 전달돼 신속한 처리를 가능케 한다.
코로나시대를 거치며 랜선 회식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외식 문화가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타쿠노무(Tacnom)라는 온라인 회식 전용 웹서비스가 서비스 개시 2달 만에 240만 명의 이용자가 몰리며 인기를 끌었다. 회식룸을 개설하고 친구들을 초대하면 된다. 배달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아사히, 요나요나 등 주류기업도 술자리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을 회복하기 위해 유명 인사를 초청해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랜선회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식물성고기, 곤충식 등 미래식량 출시 활발
환경문제, 동물복지에 관한 소비자 인식이 올라가며 대체육 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육가공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식물성고기, 배양육, 곤충식 등 미래식량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식품제조기업 에스와이솔루션은 기존 콩고기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자 식물성 고기 숙성을 연구해왔다.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미트 체인지’는 육고기와 식물성 고기를 배합하는 비율과 고유 숙성 기술로 육류와 흡사한 식감과 향을 살렸다.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치킨 타코 샐러드의 닭고기를 식물성 고기 언리미트(unlimeat)로 바뀐 대체육 샐러드를 출시했다.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는 최근 4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해 배양육 시제품 출시 준비를 마쳤다. 내년 초 배양육 시제품을 선보이고 3~4년 안에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Eat Just)는 지난 2년간의 노력 끝에 싱가포르식품청(SFA)으로부터 지난 11월 배양육 닭고기의 생산과 판매를 최초 승인 받았다.
한편 일본에서는 차세대 단백질원으로 꼽히는 곤충식 상품 출시가 활발히 이뤄졌다. 무인양품의 귀뚜라미 과자, 귀뚜라미 맥주, 곤충 커피 등이 올해 시중에서 판매됐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미래의 식탁이란 주제로 곤충 음식 박람회가 열리기도 했다.
할매 입맛에 빠진 MZ세대, ‘할메니얼 트렌드’
올해 식품외식 트렌드의 중심은 단연 뉴트로 문화에서 파생된 ‘할매 입맛’ 식품이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할매 입맛에 빠졌다는 의미에서 할메니얼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가 인기가 뜨거웠다.
CJ제일제당, 빙그레, 해태제과, 오리온 등 식품기업들은 앞 다퉈 인절미, 흑임자, 미숫가루를 신제품들을 쏟아냈다. 외식기업도 마찬가지로 베스킨라빈스는 아이스 모찌 흑임자를, 설빙은 흑임자찰떡·쑥찰떡·꿀인삼 빙수로 여름 메뉴를 강화했다.
폴바셋은 지난 5일 겨울 신메뉴로 ‘대추생강차’, ‘유자 오미자차’ 등 전통차 라인을 선보이며, 젊은 층도 부담 없이 전통차를 즐길 수 있도록 ‘대추 생강라떼’, ‘유자 오미자 에이드’도 추가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마시멜로 안을 앙크림으로 채운 ‘찰 초코파이 앙크림’을 겨울 신메뉴로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