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공유주방의 범람, 숨 고를 시간도 필요해

2020.10.15 10:23:12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 공유경제는 세계적인 빅 트렌드였다. 공유경제라는 낯선 개념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에어비앤비, 우버, Wework 등의 공유 경제를 활용한 사업들이 한국에 잇따라 상륙했다.

 

이어 공유경제는 스마트한 소비생활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과 맞물려 쉽게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가면 호텔, 리조트를 잡기보다 에어비앤비로 개성 있는 숙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하는 것이 흐름이 됐고, 소카 등 공유 자동차 서비스 역시 일상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 못한 변수가 생기며 이러한 공유경제에 제동이 걸렸다. 바깥 활동이 제한되고 방역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숙소, 차량 등을 공유하는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공유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공유주방’ 만큼은 그 성장세에 가속이 붙었다. 외식이 줄고 배달이 늘면서 공유주방을 이용해 배달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업체들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로드샵의 경우 임대료와 권리금 등의 자본금이 필요한데 반해 공유주방은 그런 초기 자본에 대한 부담이 적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더해졌다.

 

공유주방이란 무엇인가?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새로운 사업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설립된 국내 최초 키친 인큐베이터 ‘위쿡’을 그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유주방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발전 중이다.

 

여러 브랜드를 한 주방에서 운영하는 개념의 ‘가상식당형’을 비롯해 한 공간에서 요리해음식을 나눠 먹는 ‘소셜다이닝형’, 아침 점심 저녁을 각기 다르게 운영하는 ‘타임 쉐어링형’, 일정 기간을 정하고 입주 셰프들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인큐베이팅형’, 기존의 배달과 매장 영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푸드코트형’ 등이 있다.

 

 

필자는 과거 칼럼을 통해 듀얼 스토어, 사모펀드에 의한 가상식당 운영 등 공유주방을 활용한 외식업의 장단점을 이야기 했었다. 허나 이번에 주로 다룰 공유주방의 형태는 최근 무엇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배달형’ 공유주방이다. 이는 공유주방에 여러 업체가 입주해 오직 배달만을 목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형태를 말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 공유주방이 확산되는 이유는 ‘배달’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4년 전만 해도 외식업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에 배달형 공유주방 역시 창업이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배달앱 시장 규모가 3조 원대로 성장하면서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인천, 부천 등으로도 확산 중이다.

 

우버 창업자이자 클라우드 키친 운영자인 캘러닉은 한국을 첫 공유주방 진출지로 꼽았다. 한국은 한순간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는 배달앱과 오토바이 등 배달 인프라가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배달형 공유주방의 특징은?

배달형 공유주방은 외식업체에 5~10평 규모 주방 공간과 집기를 대여해준다. 이후 업체는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달과 관련한 일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달 관련 서비스 이외에 식자재 공급, 마케팅, 커뮤니티 형성, 교육 등 서비스가 추가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배달 전문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보증금과 월세가 형성되는데, 현재는 보증금 800만~1000만 원, 월세 80만~200만 원 정도로 일반 점포보다는 조금 저렴한 편이다. 집기 등이 제공되므로, 외식 업체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세이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창업비용 외에 배달비도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어 약 30%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한다. 현재 고스트키친, 심플 키친, 위쿡, 개러지키친, 클라우드 키친 등이 대표적이다. 배달 앱의 강자인 배달의 민족도 공유주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와 정부는 대만족, 그러나?

공유주방에 대한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주방이 지난 1년 5개월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공유주방 시범사업장을 통한 신규 창업으로 업주들은 조리시설 등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약 126억 원 정도의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초기 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식약처가 공유주방 사업장에 대해 교차오염 관리 등 ‘공유주방 운영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에서도 위반사례 없이 안전하게 시범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공유주방 위생수준 향상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 및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올해 안에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법령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자들 역시 만족스러운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미 모든 주방에 입점이 완료됐고 대기 팀이 10개 팀 이상이라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언론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외식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주부터, 배달에 집중하려는 베테랑들까지 공유주방에 대한 관심은 끝없이 높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늘 그림자가 있는 법. 공유주방의 홍수 속에서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입주 전 꼼꼼한 점검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자본금을 아끼고, 컨설팅과 기타 서비스들이 편리하게 갖춰져 있더라도 그게 ‘정말 이득인지’ 자신의 상황에 맞게 판단할 수 있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공유주방의 문제점, 선택은 외식업주의 몫

공유주방에 대한 관심은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만 봐도 그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마음에 드는 공유주방에 입주를 했다는 사람부터, 자신과는 맞지 않아 입주를 포기했거나 큰 메리트가 없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재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사람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의견들 중에는 공격적인 홍보에 가려진 ‘공유주방들의 단점들’에 대한 의견도 존재한다. 우선 공유주방이 가지는 단점 중 하나는 외식업주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사장님’이 아니라 대기업이 만든 공유주방에서 일하는 ‘월급 없는 셰프’로 전락할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공유주방 업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요리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외식업주들의 입장에서 반드시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초기 창업으로 공유주방을 택해 자금을 모아 오프라인 매장으로 넘어가려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또한 공유주방은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의 한 형태임에도 권리금의 형성이 불가능하고 이런 류의 이득은 모두 공유주방업체에 돌아간다. 포스나 배달 앱을 공유주방 업체가 장악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노하우나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편리한 부분들이 있지만 임대료와 보증금이 냉정히 말해 그리 저렴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공유주방이 더욱 많아지고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늘어 오프라인 매장을 갖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입주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에 대한 불만도 있다. 업주들이 직접 고용하여 배달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공유주방업체에서 계약한 대행업체를 쓰는 공유주방이 대다수이기에 이런 단점은 제법 심각하게 다가온다. 높은 배달 수수료와 배달사고, 배달 거부 등 실질적으로 업주들이 가장 큰 고생을 하는 부분이라고 하니 입주 전 면밀히 신경 써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식약처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유주방들의 위생관리를 기준으로 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공유주방업체들이 관리하는 수 많은 매장에서 음식의 질과 위생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더욱 철저한 관리 체계가 보장돼야 한다.

 

공유경제, 공유주방이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현재 공유주방의 붐과 함께 우후죽순 늘어나는 공유주방이 너무 많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휩쓸려 섣부르게 공유주방에 입주하는 업주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배달이 특화됐기에 배달형 공유주방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공유주방을 확대하기 전에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관리체계도 함께 성장해 가야한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고 더욱 멀리 나아가기 위한 공유주방의 구체적 관리방안을 마련할 때가 아닐까?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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