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에게 ‘백년가게’는 꿈같은 이야기일까.
자신의 꿈과 생계를 위해 시작한 가게가 10년이 지나고, 3대 혹은 그 이상을 내려와 한 지역을 대표하는 장수 브랜드가 된 다는 것은 분명 자영업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 중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요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메뉴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며 지역사회에 뿌리 내린 장수 음식점 4곳을 알아본다.
장수경영의 힘은 ‘맛의 전략’
전통과 현대의 맛이 공존하는 ‘마포나루’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 출구로 나와 대로를 벗어나 3분 정도 걸어가면 초가집처럼 생긴 음식점이 하나 눈에 띈다. 높은 빌딩 사이에 둘러싸여 독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곳은 30년째를 맞은 마포지역 대표 토속음식점 '마포나루'이다.
1991년 개업해 마포에서 닭도리탕 잘하는 집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그 맛을 유지하고 있다.
토속음식 전문점인 이곳은 오래된 소품들과 옛날의 토속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 손꼽히는 이곳은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느림의 미학이 담긴 토속음식으로 사랑받아
우선 매장에 들어서면 오래된 민속주점 혹은 주막과 같은 편안한 인테리어와 아늑한 조명이 손님을 반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엄마표’ 닭찜이다. 커다란 냄비에 닭 1마리를 툭툭 잘라서 고추장 양념으로 쪄냈다. 국물은 거의 없다. 안동찜닭과도 비슷한 형식인데, 그보다는 요즘말로 ‘맵단’ 매콤달콤한 맛이 강해 젊은 직장인,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면 든든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마포나루 하영옥 대표는 “지금처럼 온장고가 없던 시절에 따뜻하게 밥을 상에 올리기 위해 놋그릇을 데워 준비할 정도로 음식에 관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정성을 들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손이 많이 갔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지금의 마포나루 철학과 음식 맛에 근간이 됐다.”고 전했다.
지금의 마포나루를 있게 한 정체성이다. 마포나루는 수십년간 당일 들여온 식자재 사용 원칙을 고수해오며 지역 주민, 직장인과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손님에게 가장 신선한 음식을 선보이고자 주문 후 즉석에서 닭찜, 한방갈비찜, 세발낙지전골 등 토속음식을 조리한다.
대표메뉴인 ‘마포나루표 닭찜’의 경우 주문을 받으면 바로 압력솥에 20~25분간 조리한다. 닭찜을 담아내는 그릇도 토속음식점 정취를 살리는 항아리 뚜껑을 사용했다.
닭찜을 포함해 매일 통영에서 직송되는 굴과 직접 담근 보쌈김치, 생굴나루보쌈, 한방갈비찜 등이 인기다.
여기에 마포나루만의 시원한 살얼음 막걸리 ‘슬러시 나루주’와 나루육회, 해물파전 등 안주요리 또한 직장인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기본과 맛에 대한 원칙을 지켜온 '신의주찹쌀순대'
‘신의주찹쌀순대’는 우리에게 친숙한 순대국밥 브랜드다. 불황 중에서도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순대국밥의 맛과 품질을 높이면서 성장해왔다.
신의주찹쌀순대의 대표메뉴는 ‘시래기 찹쌀야채순대’다. 2015년 강원도 농업회사법인과 상생 협력 MOU를 체결하고 강원도 양구군의 특산품 시래기를 공급받고 있다.
양구 시래기는 무를 버리고 오로지 시래기용으로 재배하며, 80일 동안 깨끗한 자연에서 말려 식감이 부드럽다. 시래기를 순대에 넣어 돼지소창의 기름기를 잡아 더욱 담백하고 찹쌀순대 고유 풍미를 일으킨다.
순대소로 100% 국내산 돈육을 사용하며. 시래기뿐 아니라 파프리카 등 20여가지 재료를 넣어 씹는 맛을 더했다. 또한, 제조 공정에서 기술성을 인정받아 2016년 특허 2건을 획득했다. 2년전에는 상생협력사업부분에서 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잡냄새 없는 100% 진한 사골육수의 순대국은 식사용으로, 담백한 맛이 일품인 찹쌀순대, 야채순대(백순대), 머리고기 수육은 술안주로 인기다.
서울 역삼역 GS타워 부근에서 2006년 첫 '신의주찹쌀순대' 매장을 연 ㈜거성푸드 정흥순 대표는 “모두 안된다고 했다. 신의주찹쌀순대가 강남 역삼동 중심에 첫 매장을 열었을 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이전까지 순대국밥은 시장 한 켠에서 소주 한잔하며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돼지 부속 부위 특유의 냄새 때문에 오피스 상권에서는 힘들 것이라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의주찹쌀순대는 이러한 인식과 달리 직장인 특히 여성 고객 방문이 주를 이뤘다. 한때 강남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테헤란로에 좌우로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HACCP 인증, 모범 식품제조시설 인정받은 제조공장
순대 맛은 ‘신의주찹쌀순대’가 최고라는 자부심
㈜거성푸드의 맛의 강점은 식품제조공장에 있다.
순대국밥 브랜드 중 축산물 가공과 식품 제조설비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곳은 신의주 찹쌀순대가 최초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초석이 된 ㈜거성푸드 제조공장에는 ‘땀과 노력 없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표어가 적혀있다.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신뢰받는 품질 관리, 신메뉴 제품 개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4년에는 경기도 구리시에 있던 제조라인을 경기도 양주시 2268평 규모의 부지에 확장 이전해 원재료 관리와 가공 과정, 제품 배합, 냉각, 포장 등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은 물론 2016년 ISO(국제 표준 기구)에서 9001(품질경영시스템), 14001(환경경영체제) 인증을 획득했다.
오직 맛으로 승부하는 , 정공법이 성공의 핵심 ‘유천냉면’
백년 가게 초석을 다지다
올해로 37년이 된 장수 냉면집이 있다.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유천냉면’은 겨울에도 물냉면을 먹으려는 손님으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82년 문을 열어 서울 풍납동에서 출발해 까다로운 품질과 변치 않는 맛으로 3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HACCP 인증을 받은 식품제조우수업체로 현재 미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시장을 비롯해 국내외에 30여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다. 2017년에는 온라인 공식몰을 오픈해 매장에서 먹던 건강한 그 맛 그대로를 일반 가정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유천냉면은 서울시가 인증한 저염실천음식점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음식의 적정 염도를 우수하게 실천하는 음식점을 선정해오고 있다. 서울에서 저염실천 업소 인증을 받은 식당은 24곳에 불과하다.
주력 메뉴로는 고유의 기술로 탄생한 탄력 있고 쫄깃한 면발과 5시간 이상 푹 우려낸 소고기 육수의 진한 풍미를 담은 물냉면과 100% 국내산 고춧가루와 양조간장으로 맛을 낸 개운하고 칼칼한 양념장이 더해진 비빔냉면이 있다. 또한 국내산 야채와 돼지고기로 맛을 낸 고기왕만두와 김치왕만두, 메밀지짐만두도 유천냉면의 인기 상품이다.
패션만큼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국내 외식 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장수점포들은 차별화되고 강력한 신상품 개발로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혁신을 지속해간다.
유천냉면이 그랬다. 냉면과 함께 겨울에 먹는 '온반'의 경우 2015년에 능라도, 평양 온반 등을 먹어보러 다니며 우리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개발했다.
유천냉면의 '온반'은 육개장과 비슷해 보이나 생 야채를 넣고 끓이기 때문에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출시 후 고기 고명에 변화를 주며 지금의 얼큰온반, 맑은온반을 완성했다.
가업을 이어받아 2대째 유천냉면을 이끌고 있는 최도현(43세)대표는 “유천냉면만의 비법소스와 양조간장의 경우 직접 관리하고 있다. 고춧가루 품질도 깐깐히 관리한다. 2011년부터 품질을 균일하게 지켜온 거래처 한곳하고만 거래를 하며 고추 굵기, 종자까지 신경 써 주문을 넣는다. 유천냉면이 1년간 소비하는 고춧가루양은 5톤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강한 상품력이 지속가능의 원동력 ‘하나돈까스’
부산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 리스트 상위권에 랭크되어있는 ‘하나돈가스’는 1999년 부산 온천장 골목길에서 시작한 수제돈가스 맛집이다.
20여년간 지역 손님들과 부산 골목길을 찾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역 맛집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정통 수제돈가스 요리전문점으로 20여년 간의 노하우가 집대성 된 특제소스로 맛을 낸 수제돈가스요리와 함께 우동, 덮밥, 나베요리를 판매한다.
하나돈까스를 찾는 고객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돈가스 메뉴와 빠른 테이블 회전율이 장점이다.
20여년간 한결같이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하나돈가스’의 비결은 바로 상품력이다.
판매하고 있는 모든 돈가스 요리는 조미료 없이 소스까지 즉석에서 만든 수제 돈가스로 건강식을 지향한다.
1999년 부산 온천장에 문을 연후 지금까지 고기는 청정지역 제주에서 키운 돼지 등심을 냉장상태로 공수해 사용한다. 부드러운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하나돈가스’가 사용하는 돈육은 도축에서부터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냉장상태를 유지, 적절한 숙성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육질과 맛에서 냉동 돈가스와 구별된다.
또한 1주일간 와인에 숙성시킨 돼지고기와 함께 7일간 숙성시킨 특제소스는 돈가스의 맛을 한층 배가시켜준다.
제품의 신선도 유지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신선한 국내산 재료를 가지고 매장에서 그 날필요한 만큼의 재료만을 준비하여 손님들께 내놓는다.
'하나돈가스' 김갑주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일본 동경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서 일본 돈가스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차린 게 바로 하나돈까스였다. 일본으로 건너가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맛의 비법을 배웠다. ‘돈가스’를 하나의 요리로 생각하고 배움에 임했다”고 전했다.
맛을 위해서라면 재료와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하나돈가스’의 운영철칙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0~2도에서 일주일간 와인 숙성한 냉장육을 각 점포에 당일 배송한다. 한번 제공한 고기의 보관 기간은 15일을 넘기지 않는다. 현재 하나돈가스는 직영점(온천, 남천), 가맹점을 합쳐 15개 점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