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느리고 넘어지고..위태로운 2인 3각, ‘청년몰 사업’

2020.05.22 10:23:50

불과 몇 년 전, 전통시장 내 청년몰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청년몰 사업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내에 빈점포 등으로 방치된 일정 규격 내외의 공간을 39세 이하의 청년들이 입점한 점포, 고객들을 위한 휴식 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Mall형태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필자의 기억 속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청년몰은 전주 남부시장 2층에 들어선 청년몰이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당시 청년몰이 첫 오픈했을 때 취재차 현장을 방문해 청년몰 개장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당시에는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던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의 개성 넘치는 매장들이 생기고,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면서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청년몰을 찾았고 여러 언론이 주목할 정도로 성공적인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전국에 있는 많은 전통시장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청년몰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은 전통시장 현대화와 함께 이러한 청년몰 조성을 적극 지원했고, 몇몇 청년몰이 성공적인 시작을 알리면서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큰 효과를 거두는 듯 했다.

 

전통시장 내 청년몰 사업의 현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 가까이가 지난 지금. 청년몰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받은 국감자료에 의하면, 청년몰 사업으로 만들어진 489개 점포 중 47%인 229개 점포가 이미 폐업하거나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창업점포 274개중 영업 중인 점포는 34%인 93개에 불과했고, 2017년도에 조성한 215개 점포 중에는 78%인 167곳의 점포만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2016년 신규 사업으로 시행된 청년몰 조성 사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2015년부터 계산을 해보면 그 이전에 조성된 청년몰의 점포 운영률은 30%도 되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몰 점포의 2년차 생존률은 34%다. 청년몰 조성 점포 489개 중 약 30%가 소매업, 60%가 요식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암울한 수치다. 보통 1인 기업의 생존율이 1년차 60.4%, 2년차 47.6%이고, 음식 및 숙박업의 생존율이 1년차 61%, 2년차 42%이다. 청년몰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업의 이유를 살펴보면 경영 악화가 18.3%이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은 비율이 30%에 가깝고 기타사유도 31%가 넘는다. 무응답과 기타 사유가 높은 것을 보면 경영 악화는 기본적인 문제이며, 그 외의 여러 요소들이 청년 상인들을 괴롭혔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약 650억 원을 투입하고도 청년몰의 생존률이 일반 점포보다 낮은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명확한 개선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무분별한 청년몰 늘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이 조성되는 청년몰들도 흐지부지 될 것이 자명하다.

 

청년몰 사업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젊은 세대에게 외면 받고 새로운 즐길 거리가 부족한 전통시장에 청년몰은 분명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청년몰 조성과 운영에 있어 제대로 된 시장조사와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청년 상인들에 대한 엄격한 교육과 심사가 없이 무작정 시작되는 현 시스템에 있다.

 

청년몰 어쩌다 이지경이 됐나

경영 악화는 물론 상인들과의 갈등, 전문성의 부족 등 수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청년몰 사업은 어쩌다 이런 대우를 받게 된 것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청년몰의 성급한 확산’에서 그 원인들을 대부분 찾을 수 있다.

 

몇몇 시장의 청년몰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전국의 많은 시장들이 크고 작게라도 청년몰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상인들의 신청을 받고, 우수사례로 꼽히는 청년몰의 인테리어를 벤치마킹하면서 하나 둘 씩 청년몰이 늘어갔다.

 

 

첫 번째 문제는 정부 및 공단의 지원금을 받은 시장들이 청년몰이 성공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청년몰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점이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성공은 주변에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전주 한옥마을이 있다는 것과 청년몰이란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빠르게 시작했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유명 관광지가 없어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적고 지역 자체에 젊은이들이 많이 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청년몰을 조성하는 시장들이 많다. 여기에 타 청년몰이나 식당과의 차별성이 없는 매장들이 들어서니 수익이 날 수가 없다. 이런 청년몰들이 대부분 현재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무분별한 청년몰의 확산이 이뤄지면서 전문성이 없고, 그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일용하기 위한 외부 인력들이 청년몰 조성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회에서 여력이 없을 경우 대부분 외부 인력들에게 청년몰 조성 및 운영을 맡긴다.

 

이를 통해 청년몰 조성에 참여한 외부 업체는 정해진 기간 내에 청년몰을 조성하고, 청년 상인들을 모집해 활기차고 열정이 가득한 청년몰이 구성됐다는 증빙자료를 시장 상인회와 자금을 지원한 정부에 제출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분석이나 준비 없이 허술한 청년몰 조성이 이뤄진다.

 

청년몰 개장 행사를 하기 까지 모든 매장을 입주시켜야 하기에 ‘장사를 연습 해보고 싶어 하는 지역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당연히 매장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음식 조리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 위생 교육들이 형식적으로 이뤄짐은 더 말 할 것도 없다.

 

 

세 번째 문제는 시장 내 상인들의 협조와 관심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현대화,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몰이 조성될 경우 시장 상인들의 관심이나 동의 없이 청년몰이 조성되기도 한다.

 

이 경우 기존의 상인들의 반대 혹은 텃세에 청년 상인들이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청년몰 자체에 회의적인 상인들도 많을뿐더러, 청년몰로 손님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기보다 경쟁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는 상인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청년몰의 감성과 코드를 이해하지 못해 청년몰이 고립되는 경우도 흔하다.

 

마지막으로 청년몰에 참여하는 상인들의 자질 문제도 존재한다. 성장 가능성이 낮은 전통시장에서 급격하게 청년몰을 늘리다 보니 청년 상인들을 엄격하게 선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참여하는 청년 상인들도 진지하게 성공한다는 마인드 보다 부담 없는 임대료로 장사 연습을 해본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음식의 경우 맛이 없거나 차별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들의 경우도 굳이 청년몰에 찾아와 물건을 사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낄 수준은 안 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위태로운 2인 3각 이제는 끝내야 할 때

이미 지난 해 말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활성화 지원사업의 대상을 최종 확정했다. 이런 위태로운 2인 3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제대로 된 청년몰을 늘려갈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의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청년몰의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는 시장들에만 청년몰 조성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청년몰이 조성되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 청년몰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면 차라리 그 금액을 시장의 현대화, 특성화에 사용하는 것이 옳다.

 

 

이어 청년몰 조성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길 추천한다. 지원금이 정부 예산이다 보니 너무 오랜 시간을 둘 수는 없다 하더라도 1년 안에 청년몰을 조성하기보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엄밀한 분석과 청년상인 모집, 교육 등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음식과 공예 등 실력이 있는 청년 상인을 모집하는 것이 옳다. 또한 위생 교육과 함께 청년몰을 통해 멋진 상인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컨설팅이 필요하다. 차별화된 메뉴나 제품, 마케팅 방식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청년몰에 대해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기에 청년몰 사업을 계속하고자 한다면 좀 더 차별화된 청년몰 조성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간 해온 방식으로는 새로 조성되는 청년몰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또 청년몰 조성에 참여할 외부 업체들 역시 엄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외주 업체를 선별해,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전통시장에 제대로 된 청년몰을 조성할 수 있도록 파견하는 방식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존 상인들의 공감대 역시 중요하다. 청년몰이 성공하고자 한다면 우선 기존의 상인들의 공감이 필요하다. 시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청년몰을 홍보할 수도 있고, 본인들이 청년몰의 매장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영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인천 신포시장의 청년몰 ‘눈꽃마을’과 대전 중앙시장 청년몰인 ‘청년구단’을 다뤘다. 당시 청년몰에 참여한 상인들의 역량과 위생관념 등 많은 부분이 논란이 됐었다.

 

접근성이 없는 유휴공간에 만들어진 청년몰, 위생개념이 전혀 없었던 요식업 상인들, 맛도 없고 가격 경쟁력도 부족한 메뉴들까지 인터뷰를 한 시장 상인은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못살린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방송의 힘으로 한동안 장사가 잘되는 듯 했던 해당 청년몰들은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매장이 폐업을 하고, 방송에 출연했던 청년 상인들조차 사라지거나 떠난 쓸쓸한 공간이 됐다. 방송을 타지 않고 방치 중인 수 많은 청년몰들의 상황은 이것보다 더 나쁘다.

 

필자가 오픈 당시 취재하고 홍보했던 강화 중앙시장 청년몰 ‘개벽 2333’ 역시 야심찬 시작을 알렸으나 몇 년이 지난 지금 절반이 넘는 매장이 비어있거나 제대로 된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게 효과가 있을까?’, ‘이제 한물 가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을 주는 지원 정책은 무의미하다. 효과가 부족함을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고 계속해서 지원금을 남발하는 정부 측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몰에 대한 현황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며 응답을 피한 청년 상인들이 30%가 넘는다.”고 말했다.

 

외식업에 꿈을 꾸고 청년몰을 통해 꿈을 키우려던 청년 상인들이 무분별한 청년몰 조성 사업으로 상처받고 좌절하고 있다. 청년몰 사업이 보다 내실을 갖춰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상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상생 정책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남혁진 칼럼리스트 apollon_nhj@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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