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사람] 한국 고기요리, 어디까지 먹어봤니(2)

2024.02.02 11:05:27

7년간의 미트로드 취재기에서 뽑은 전국 고기 미식 10선

미국육류수출협회와 함께 한국의 다름이 있는 고기 문화를 기록하고자 ‘미트로드MEAT ROAD ’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난 7년간 계절마다 취재팀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통 맛집부터 뉴웨이브 맛집을 발굴해왔다.

 

한반도의 고기 문화는 지역마다 고유한 자연과 역사가 담긴 맛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온 여정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미트로드’가 시작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소개해온 고기 맛집과 요리를 돌아보며, 특히 기억에 남는 전국의 고깃집 10군데를 꼽았다. 지방마다 다름이 있는 고기 문화부터 젊은 층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꿈틀대는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던 지난 미트로드의 여정을 숏폼처럼 전한다.

 

원조집에서 맛보는 떡갈비와 불사리

민속촌

 

맛의 고장으로 유명한 남도에서도 중심 도시로 꼽혀온 광주. 예부터 마을마다 우시장이 발달해 고기 문화가 풍성했으며, 떡갈비 등 특정 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거리도 다채로운 광주는 ‘오래된 새로움’이 가득한 도시다. 그중 3대에 걸쳐 찾는 단골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뿌리 깊은 고기 노포가 있었으니, 바로 1989년 문을 연 숯불갈비 전문점 <민속촌>이다.

 

 

식당의 역사가 곧 맛의 역사인 곳들, 우리는 그곳을 ‘원조’라고 부른다. 광주에서만큼은 ‘양념 숯불갈비’ 하면 이곳이 원조로 통한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관된 갈비 맛을 지킨 비결은 재미있게도 레시피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급받은 갈비의 상태는 날마다 모두 제각각, 그에 따라 양념의 계량에 변화를 줘야 일관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양념갈비를 즐긴 뒤, 불판 가장자리의 졸아든 육수에 고추장 소스로 간을 한 칡면을 넣어 볶아 먹는 ‘불사리’도 이곳만의 별미이자 상징이다.

 

  • 민속촌
  •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37-2

피난민이 만든 갈비거리

평양갈비

 

부산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는 많지만, 의외로 뿌리가 부산인 음식은 비교적 적다. 돼지국밥과 밀면은 제주와 이북 음식의 변형이고 유명한 언양 불고기도 언양의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부산에서 유명한 갈비에는 실향민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부산 갈비 하면 국제시장 부근 신창동 갈비골목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중후반에 피란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이골목은 <평양갈비>를 필두로 너댓 곳의 갈빗집이 모여 있다. 이곳 갈비의 가장 큰 특징은 칼집을 낸 갈비에 간장 양념 후 석쇠에 구워 내는 방식. 이 방식으로는 <평양갈비>가 원조이다.

 

 

<평양갈비>는 50년 전통 갈비 전문점으로 가게 입구에서 숯불로 고기를 초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TV프로그램에도 방영될 만큼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메뉴는 구이류로 모둠쟁반구이, 로스구이, 생갈비, 양념소갈비, 돼지목살, 생삼겹이 대표적이다. <평양갈비>에서 식사를 한 후 국제시장을 한바퀴 도는 재미도 쏠쏠하다.

 

  • 평양갈비
  • 부산광역시 중구 중구로48번길 10-2

구리적쇠, 참숯 그리고 놋쇠 화로

금목서 광양불고기

 

광양 불고기는 참숯과 놋쇠 화로, 구리석쇠를 이용해 굽는데, 등심 부위를 얇게 썰어낸 후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칼등으로 두드려 저미는 세심한 공을 들인다. 시내 곳곳에서 광양 불고기 전문점을 볼 수있는데, <금목서 광양불고기>도 그중 한 곳. 광양읍에 자리한 <금목서 광양불고기>는 골목에 위치한 2층 양옥 건물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한옥을 증축해 10여 년째 식당 운영중이다. 식당 마당에 금목서 나무가 있어서 그대로 업장명이 되었다고.

 

 

‘전라도 으뜸 맛집’ 등으로 선정되었고, 뚝심 있게 구워내는 소불고기와 손맛 가득한 밑반찬만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일 새벽 역전시장과 텃밭에서 식재료를 구한 뒤, 아침나절에 고기 손질을 시작한다. 국내 1% 품질의 한우 1++ NO.9 최상급의 고기와 미국산 초이스 등급 부채살과 갈비살을 사용해 30일 저온 발효, 항아리 숙성을 거쳐 완성한 비법 과일 양념으로 아름다운 불고기를 만들고 있다.

양념은 과일 발효액, 찐 연근 가루, 배즙, 설탕, 간장 등으로 만들며 주문이 들어오면 참숯과 구리석쇠를 놓고 예열 없이 바로 양념 고기를 올린다.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숯향이 밴 고기는 나물들과 멋진 궁합을 이룬다.

 

  • 금목서 광양불고기
  •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읍성길 199

지리산 냉면보다 육전

박군자 진주냉면

 

지리산과 가까워 약초나 나물이 풍부하며, 남해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이 풍부한 진주는 육해공 산해진미가 한데 어우러진 맛을 뽐낸다. 특히 예부터 ‘북으로는 평양냉면, 남으로는 진주냉면’이라할 정도로, 메밀 면에 육전을 고명으로 올려 먹는 진주냉면의 명성이 높았다. <박군자 진주냉면>은 1950년대 진주서부시장에서 문을 연 진주냉면집이다.

 

‘진주냉면’은 조선시대 교방에서 양반이 입가심과 해장으로 즐겨 먹은 음식으로 특징은 해물 육수에 냉면 위로 수북히 올려주는 ‘육전’이라 할수 있다. 육전은 소고기 중 기름이 적은 부위를 2-3일간 숙성시킨 뒤, 넓고 얇게 썰어 소금 간을 하고, 밀가루와 달걀 옷을 차례로 입혀 부쳐내는 냉면의 부속 음식이다.

 

 

또 다른 특징은 굵은 면발. <박군자 진주냉면>의 하연규 대표는 “면이 실같이 가늘면 식감이 덜하고, 고명과 따로 놀기 때문에 고명과 함께 씹는 맛을 고려하여 면발을 굵게 만든 것”이라며 “반죽은 메밀을 주로 사용하고 소량의 전분과 밀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염도계로 간을 맞춰 늘 일정한 맛을 유지한다고.

 

  • 박군자진주냉면 예하리점
  • 경상남도 진주시 정촌면 진주대로 66 1층 박군자진주냉면 예하리점

가장 제주다운 제주 소울푸드

가시식당

 

바다로 에워싸여 있지만, 육지보다 더 고기를 즐겼다는 제주도는 잔칫날이면 집집마다 키우던 흑돼지로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곤 했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 내장과 순대,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은 제주의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제주 향토 음식 전문점 <가시식당>은 제주식 순대와 몸국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고 있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메뉴들은 60여 년 세월 동안 똑같은 방식과 레시피로 일정한 맛을 고수해오고 있는데, 그중 ‘순대한접시’는 제주식 전통 순대로, 돼지 창자 속을 선지로 버무린 메밀가루로 채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진하게 올라오는 이곳 대표 메뉴다.

 

원래 몸국은 잔칫날 돼지고기 부속과 순대를 만들면서 터져 나오는 잔여물로 만들기 시작한 일종의 잡탕이다. 돼지고기 내장과 순대를 넣고 푹 끓이다가 모자반(몸)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 후 메밀가루로 점도를 맞춰 완성한다. 그 외에도 돼지고기를 오랜 시간 끓여낸 ‘몰망국’도 인기 메뉴로 육수에 해초를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 가시식당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565번길 24 중앙슈퍼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리자 rgmceo@naver.com
Copyright FOODNEWS.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식품외식경영 서울 강남구 학동로 18길 13, 2층(논현동, 청석타운빌) 발행인 : 강태봉 | 편집인 : 이 준 | 전화번호 : 02-3444-3600 Copyright FOOD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