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외식업계 닥친 인력난 돌파구는 무엇인가

2023.01.04 11:01:44

얼마 전 사회·정치 풍자 예능프로그램 SNL에서 <알바천국, 사장지옥> 코너를 통해 외식업주들이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을 위해 역으로 면접을 받는 내용이 다뤄졌다. 여기서 업주들은 직원을 뽑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호소하며 높은 시급을 줘서라도 직원을 모셔가기 위해 지극정성을 보인다. 현재 외식업계 인력난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식업주 74%가 인련난 호소...직원 못 구해 문 닫기도

매일같이 외식업계 인력난 문제를 다루는 뉴스, 기사가 쏟아진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주 2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4.9%가 인력난을 호소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식업계의 인력부족률은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회복 단계로 접어들수록 급격히 오를 전망이다.

 

*실제 외식업주가 느끼는 채용난이도는 5점 만점에 3.68로 조사됐으며, 주방장 채용 부분은 3.96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 기간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 스마트기기 도입이 늘며 직원의존도는 다소 감소했지만 인력난 해소방안으로써 체감 정도는 높지 않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음식서비스·식품가공 ISC] 2022년 음식서비스 식품가공분야 산업인력현황 조사·분석 보고서

 

인력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매장을 닫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외식업주는 시급을 올려도 지원자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노동강도가 높은 외식업을 신종 3D 업종으로 인식해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일본 외식업계, 인력난 문제 어떻게 대처해왔나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으들며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199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보여왔다. 2022년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59%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인력난 과제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일본 외식업계는 성력화(省力化), 영업시간 단축, 소인원 점포 안착 등 운영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음식점, 편의점은 셀프포스, 터치패널 도입이 보편화 되며 인력 투입 업무를 최소화했다.

 

 

매장 약 600개를 보유한 일본의 외식 FC기업 ‘링거헛(Ringer Hut)’은 전면적인 체질 개편으로 인력 부족 해결에 나섰다. 자동화 조리 설비를 도입해 주방에서 직원들이 기피 하는 중화 냄비 사용을 없애고, 식재료는 손질이 끝난 상태로 각 매장에 공급해 칼을 쓰지 않고도 조리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또한, 직원 혼자 주방과 홀 업무를 효율적으로 겸비할 수 있도록 매장 레이아웃도 변화를 줬다. 업무 노동강도가 낮아지며 여성·외국인 직원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해졌고, 직원 이직률도 자연스레 감소하는 성과를 얻었다.

 

 

일본의 회전초밥FC 업계는 코로나 이전부터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시로는 2019년 6월 처음으로 차세대형 점포인 ‘스시로 투고’를 오픈했다. 자동 접수·안내 시스템과 셀프계산대를 통해 직원의존도를 낮췄다. 여기에 IC칩이 내장된 초밥 접시가 매장별 어종 사용량을 예측하고 정확한 발주량을 계산해 식품 로스율을 줄인다.

 

 

스시로에 이어 업계 2위 기업 쿠라스시 경우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비스 ‘스마트폰 de 쿠라(スマホdeくら)’를 도입해 직원 응대 없이도 매장 이용이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개편했다. 특히 접시 회수 코너에 접시를 놓으면 흐르는 물에 의해 자동으로 설거지를 하는 곳까지 옮겨주는 회수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람 중심 경영으로 인력난 해결하다.

그룹매출 1조...모노가타리코퍼레이션의 기업문화

그룹매출 약 1조 원, <야키니쿠킹>, <마루겐라멘>, <유즈안> 등 외식 브랜드 15개를 운영하는 일본의 외식기업 모노가타리코퍼레이션은 직원 개인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이 기업의 경영이념은 ‘Smile&Sexy’로 직원 각자의 개성이 발현되도록 개인의 존엄을 회사보다 우선한다. 기업 내 인재개발부(모집·채용 담당), 모노가타리아카데미(인재교육), 인재응원부(노무·다양성), 영업부(OJT·인사) 등 인사 관련 업무를 4개 파트로 나눠 다각도로 지원이 이루어진다.

 

채용 과정부터 기업이념과 문화에 대해 지원자가 가진 생각을 물어보고, 모노가타라코퍼레이션의 외식 매장 투어를 함께 다닌 후 비전을 함께할 의사가 있을 경우 면접에 응하도록 안내해 채용 리스크를 줄인다.

 

 

신규 졸업 내정자를 대상으로 한 내정 증서 수여식, 장기근속자 표창식 등 직원들을 위한 정기적인 행사는 회사에 대한 소속감 고취와 동시에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길러 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입사 후 1년 이내 퇴직률은 9%로 업계 평균 30%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의 성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일본 외식업계의 5년 이내 폐점률은 80%에 육박하나 모노가타리코퍼레이션의 폐점률은 1.5%에 불과하다.

 

인력난 해결의 본질 : 시급이 아닌 가치를 올려라

국내 외식업계의 인력난 대응 방안은 어떠한가. 대부분 업주가 구인사이트를 통해 높은 시급에 공고를 올리면 구직자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치료로 따지면 대증요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4년 하반기부터 E-9(비전문인력) 비자 외국인의 음식점업 취업을 허용한다는 계획은 당장 일손이 절실한 외식업계에 희소식임은 분명하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선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를 대퇴사시대(Great Resignation)라 정의한 UCL 경영대학원의 앤서니 클로츠 교수 역시 퇴직률 감소를 위해선 직원이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업무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는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눈앞에 문제만 어떻게든 넘기려는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외식업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김하루 기자 lumunehito@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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