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영업 엿보기]취미 살려 일하는 ‘덕후’들의 창업스토리

2020.03.18 09:12:46

日 10년 번성점 ‘Curry 草枕’, 마오하라 사장

“내가 오늘 진짜 회사 그만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지만 불안한 현실에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일본 신주쿠에 있는 카레가게 ‘Curry 草枕(쿠사마쿠라)’의 마오하라 사장은 샐러리맨에서 사장님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개업 2년이면 절반 넘게 문을 닫는 냉정한 외식 업계에서 초보 사장님이 살아남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시작은 대학 시절의 카레 부

마오하라 사장은 일본 간토지방 이바라키현 출신이다.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 카레라고는 어머니와 급식으로 먹어본 것이 전부였다. 특별히 카레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대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카레에 빠졌다. 마오하라 사장이 진학한 홋카이도 대학 기숙사에는 식당이 따로 없었다. 기숙사생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며 요리를 했다. 향신료를 제대로 갖추고 카레 요리를 하는 친구를 옆에서 보며 배우기 시작했다.

 

 

“기숙사는 반년마다 방이 바뀌었다. 각 방 마다 ‘기숙사 신문 제작’ 등 컨셉이 있었고 학생이 뜻에 맞게 결정할 수 있었다. 그 중 ‘선택한 게 카레부’다. 진심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매일 한끼는 카레! 시판 카페 사용 금지! 외식은 카레만! 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

 

마침 삿포로에선 스프 카레 붐이 일어나려는 시기기도 했다. 카레에 빠져 학생 생활을 마친 마오하라 사장은 구직 활동을 하며 추천받은 공조설비 관련 기업에 취직했다.

 

후배 가게 요리 도와주다 창업으로 이어져

입사한 회사는 재무도 튼튼하고 대우도 좋았다. 하지만 현장 감독이란 직종 특성상 실수가 없는 것을 가정해 회사의 이익을 책정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오사카에서 일하는 동안 시간이 생기면 개인이 운영하는 개성 강한 카레집을 찾아다녔다. 그런 마오하라 사장에게 인생 전환점은 갑자기 찾아왔다.

 

대학 후배가 부모님이 카레 가게를 준비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자신이 대학시절 카레부를 하며 얻은 조리 방법을 알려줬을 뿐인데 가게가 크게 성공했다. 함께 요리를 하며 잘 먹었다는 손님의 인사말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잠깐 가게 운영를 도운 것 빼고는 외식업 경영은 물론 아르바이트 경험조차 전무했다. 갑자기 카레 가게를 연다고 튼튼한 정규직 자리를 그만두는  것이 다른사람이 볼땐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게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돈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회사와 집을 오가는 관성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저축한 돈 500만 엔으로 가게를 시작하고 안 되면 여행이라도 떠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장사를 준비했다. 결혼도 안 했고 젊었기에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봤다. ”

 

시급 50엔 받은 사장님

그렇게 2006년, 28살이던 마오하라 사장은 3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나와 도쿄 신주쿠에 ‘Curry 草枕’를 개업했다. 유동인구가 많기도 했고 가게 앞에 큰 나무가 있어 바라보며 카레를 만들면 즐거울 것 같았다. 당시 ‘Curry 草枕’는 좌석 10석 정도의 작은 가게였다.

 

학창 시절부터 만들어 온 카레 맛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한동안은 장사를 접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손님이 없으니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카레를 만들었다.

 

“가게를 주 5일 운영하니 쉴 시간이 거의 없었다.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정산을 했더니 한 달에 2~3만엔이 남았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50엔 정도였다. 다행히 6개월이 지나며 10만 엔, 1년 후 20만 엔 정도 월급으로 챙겨 갈 수 있었다. ”

 

점차  입소문이 퍼지자 손님이 순조롭게 늘었다. 장사가 잘되면서 조금 더 넓은 지금의 매장으로 이전했다.

 

밀가루 대신 양파로 만든 카레

시급 50엔 사장에서 탈출한 ‘Curry 草枕’ 카레의 비결은 양파에 있다. 카레 수프를 만들 때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적갈색 양파를 사용해 만든다. 푸석푸석한 모습의 외관으로 일반 스프 카레와는 다르다. 양파와 섞인 강렬한 향신료 향이 코를 찌른다.

 

 

치킨 카레를 만들 땐 기름기 있는 부위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양껏 배불리 먹어도 위에 부담이 적다. 약한 불로 오랜 시간 닭고기를 익혀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했다. 매운맛은 10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다.

 

카레에서 향신료만큼 중요한 것이 함께 먹는 밥이다. ‘Curry 草枕’는 홋카이도 산 ‘대지의 별(大地の星)’ 품종을 사용한다. 대지의 별 품종은 볶음밥 등 가공에 최적화돼 이탈리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리조또, 필라프, 빠에야 용으로 사용한다. 대학시절 마오하라 사장의 선배가 저농약 재배로 만든 품종이기도 하다.

 

부자보단 행복한 사람 되고 싶어

‘Curry 草枕’가 성공하자 주변에서 2호점을 내라고 권유를 자주 받는다. 수익을 매장 외형을 키우는 곳이 아닌 내실을 다지는데 쓸 계획이다. 직원 월급을 올려주고 최대한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

 

끝으로 마오하라 사장은 “음식 기업의 대표가 돼서 수십억을 벌고 싶다든가 하는 생각은 없다.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가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순 있다. 돈을 좇았다면 카레 집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카레 집을 하며 부자보단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미경 기자 mkyng@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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