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리포트]일본 식문화를 이끈 시부야 거리 30년 변천사

2019.11.15 09:15:11

'시부야'는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

일본의 근대화 정책이 시작된 메이지시대(1868~1912년)부터 철도가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현재 시부야를 통과하는 철도 노선만 9개가 넘는다.

일찌감치 도쿄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 잡으며 상업지구를 형성해 왔다.

 

 

시부야 상권이 지금과 같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거품경제 시기를 거치면서다.

경제 호황과 맞물려 도큐백화점, 세이부, 파르코 등 대형 쇼핑 건물이 들어서며 다양한 음식점이 함께 생겨났다.

 

거품경제 이후 대규모 건설 사업은 멈췄으나 클럽, DJ 문화를 동경하는 10~20대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갔다. 음식점은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독특한 분위기로 승부를 보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주를 이뤘다.

 

지난 30년간 시부야 거리를 통해 일본 식문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짚어본다.

 

글로벌 음식과 디저트가 주를 이루던 90년대

거품 경제가 정점을 향하던 80년대 후반 문화산업이 활성화되며 시부야에는 극장과 콘서트 홀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분카무라(Bunkamura, 文化村 )가 있다. 분카무라는 복합 문화시설로 지하 1층에는 베이커리와 카페가 있고 그 위로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과 미술관 등이 있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글로벌 음식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타메시’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캐주얼한 ‘바스타 파스타’(하라주쿠), 정통 ‘이루, 봇카로네’(에비스)를 필두로 이탈리아 요리점이 연이어 출점했다.

 

 

91년 시부야에 오픈 한 브라질 요리점 ‘밧카나’는 '슈하 스코'를 일본에 알렸다. 슈하 스코는 고기를 큰 덩어리째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굽는 남미 요리이다. 또한, 태국, 한국 요리 등 아시아 요리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90년대는 일본 디저트 문화가 꽃피운 시기이기도 하다. 큰 유행 한 티라미수(90년)를 필두로, 크림 브륄레 (91년), 타피오카 (92년), 나타데코코(93년, 코코넛즙을 발표시켜 만든 젤리), 판나코타(94년, 생크림에 우유, 설탕 등을 넣어 제라틴으로 굳힌 과자)가 차례로 인기를 끌었다.

 

뒷골목에서 시작된 2000년대 카페 붐

거품 경제가 몰락하며 시부야 거리에선 대규모 개발이 멈췄다. 대신 작지만 감각있는 패션점, 음식점이 시부야 뒷골목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시부야 문화를 이끈 건 DJ를 동경하는 10~20대 젊은 층이었다. 당시 우다가와 쵸 지역으로 다수의 레코드 가게와 클럽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시부야는 롯폰기와 함께 도쿄 밤문화를 이끌었다.

 

이런 DJ 문화와 어울리며 2000년대 시부야는 카페 붐이 일었다. 시작은 99년 공원 길에 오픈한 ‘카페 아프레미디’다. 음악 업계 종사하던 사장이 친구와 커피를 즐기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자 개업했다.

 

 

뒷골목에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ANTENNA’, 동서고금 명작 의자를 모은 'Seat Mania'등 강한 개성을 가진 카페들이 속속 오픈했다. 시부야의 랜드마크인 스크램블 교차로 앞 큐 프런트에 출점한 ‘WIRED CAFE’는 카페와 식당을 결합하며 ‘밥 카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오피스 상권으로 변화한 시부야의 2010년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부야 캐스트, 시부야 스트림 등 복합상업시설이 차례로 들어서며 오피스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처음으로 2012년 시부야역 동쪽 출구에 ‘시부야 히카리에’가 문을 열었다. 지상 34층, 지하 4 층의 고층 빌딩으로 음식점, 옷가게, 사무실을 비롯해 뮤지컬 극장과 이벤트 홀이 있다.

 

 

음식점은 전망이 좋은 6~8층, 11층에 총 28개 점포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덤플링 타임 교자시간’, 라자냐를 메인으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Vomero’, 캐주얼 소고기 식당 ‘THE MEAT & LABORATORY’, 일본 전국 47개의 도도부현의 음식을 테마로 매달 메뉴가 바뀌는 ‘D47 식당’ 등이 있다.

 

2017년에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주상복합시설 ‘시부야 캐스트 (SHIBUYA CAST)’가 오픈했다. 작품이 전시된 카페 ‘Are’, 와인과 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는 ‘THE RIGOLETTO’ 등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시부야 역 남쪽에 위치한 ‘시부야 스트림’은 작년 9월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복합 시설로 콘서트홀, 도큐 호텔, 사무실이 식당가와 함께 들어가 있다. 올해 구글 일본 법인이 옮겨 올 예정이며 지상 35층, 지하 4층 규모를 자랑한다.

 

 

음식점은 1~4층에 모여있다. ‘빠에야’를 메인으로 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해산물 레스토랑 ‘찌린기토 · 에스쿠리바’, 멕시칸 푸드 ‘스미코쿠 회전 닭요리’, 캘리포니아풍 에스닉푸드전무점 ‘GH 에스니카’,  나고야 프랑스 음식 명장이 만드는 꼬치 커틀릿, 오뎅 카레, 카레빵이 있는 'SAKABA & CAFE' 등이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이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집객력 높은 대형 상업 시설이 생기며 시부야 거리는 다시 한번 활기를 띠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김미경 기자 mkyng@food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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