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소비하는 단위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숏폼이 주요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보다 재미있거나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는 시청 방식이 익숙해졌다.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도 주요 장면을 짧게 편집한 콘텐츠로 재가공돼 확산되고 있다.
이런 콘텐츠 소비 변화에 맞춰 광고 역시 긴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짧은 장면이나 대사 하나에 핵심 메시지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광고 전체를 보지 않아도 특정 장면만으로 상황과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식이다.
작고·짧고·많게…콘텐츠 소비와 맞닿은 ‘픽셀 라이프’
최근 이러한 소비 방식은 ‘트렌드 코리아 2026’이 올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한 ‘픽셀 라이프(Pixelated Life)’와도 맞닿아 있다. 픽셀 라이프는 디지털 화면의 최소 단위인 ‘픽셀(pixel)’처럼, 삶을 잘게 나눠 각각의 순간과 경험을 빠르게 소비하고 다음 선택으로 이동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관심 있는 장면이나 필요한 정보만 골라 짧게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 이용률은 58.6%로 나타났다. 시청 이유로는 ‘짧아서 부담이 없어서’가 76.0%로 가장 높았으며, ‘재미있는 부분만 보려고’도 51.4%를 차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봐도 통한다…광고도 ‘한 장면’에 메시지 압축
짧아진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는 광고의 길이뿐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법도 달라진다. 한 편의 광고 안에서 인물과 상황을 차례로 쌓아가기보다 여러 상황을 짧게 나누고, 각각의 장면만으로도 핵심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구성하는 식이다.
각 장면은 독립적인 콘텐츠처럼 소비되면서도 동일한 카피와 브랜드 콘셉트로 연결된다. 소비자는 캠페인의 모든 광고를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어떤 장면에서든 같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른 상황을 추가하며 캠페인을 확장하기에도 용이하다.

고된 훈련부터 템플스테이까지…테라 제로가 포착한 ‘왜, 안 돼?’의 순간
하이트진로음료의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테라 제로’ 광고는 △갈증 제로(고된 훈련) △월요병 제로(월요일 아침) △번뇌 제로(템플스테이) 등 서로 다른 일상 속 순간을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세 편의 광고는 테라 제로가 등장할 것이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배경으로 의외성을 더하며, 일상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데일리 음료’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에는 “왜, 안 돼?”라는 동일한 카피를 적용해 서로 다른 상황을 하나의 메시지로 연결했다. 운전이나 임신, 건강 관리 등 기존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의 대표적인 음용 상황에서 벗어나, 갈증을 느끼는 순간부터 평범한 아침과 휴식 시간까지 새로운 음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광고 모델로는 개그맨 김원훈을 기용해 특유의 극사실주의 코미디와 B급 감성을 더했다. 일상의 사소한 상황과 감정을 과장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김원훈의 캐릭터를 활용해 제품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유머와 상황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과장된 시각·청각적 연출을 더해 광고의 코믹한 분위기와 제품의 청량감을 함께 살렸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테라 제로가 무알코올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일상 속 다양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데일리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번 광고에서는 ‘왜, 안 돼?’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존의 음용 상황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뒤집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