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리스트에서 한국은 톱100에 14곳을 올리며 ‘몇몇 강한 식당’이 아니라 ‘두꺼운 생태계’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올해 결과에서 아시아 미식 지형의 다음 변화를 읽을 5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홍콩의 반격
올해 1위는 <체어맨 The Chairman>, 2위는 <윙 Wing>이다. 둘 다 홍콩의 레스토랑이다. <체어맨>의 대니 입 Danny Yip 오너 셰프는 “우린 평균 52세 ‘빈티지 팀’이다. 나이를 이기는 건 팀워크”라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해 ‘셰프스 초이스’를 수상한 <윙>의 비키 쳉 Vicky Cheng 셰프는 “광둥 요리는 아직도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요리에 대해 전통을 해치지 않으면서 규칙을 깨는 자유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가간 Gaggan>이 정상에 오르면서 파인 다이닝의 공연성과 체험성을 밀어 올렸다면, 올해는 식재료와 기술, 그리고 지역성을 더 조용하고 정교하게 갱신한 식당이 정상에 오른 해였다. 홍콩의 귀환은 복고가 아니라, 중국 요리의 현대화가 이제 훨씬 깊고 설득력 있는 언어를 얻게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홍콩은 두 레스토랑 외에도 <네이버후드 Neighborhood>(24위), <에스트로 Estro>(32위), <카 프리스 Caprice>(35위), <모노 Mono>(46위) 등 6곳을 명단에 올렸다.
방콕은 여전히 최다 도시
방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0선에 9곳을 올리며 가장 많은 레스토랑을 올린 도시가 됐다. <가간>(3위), <누사라 Nusara>(5위), <가간 앳 루이 비통 Gaggan at Louis Vuitton>(8위), <소른 Sorn>(12위), <슈링 Sühring>(18위), <포통 Potong>(25위), 그리고 <미스 마리아 앤 미스터 싱 Ms. Maria & Mr. Singh>(27위), <르 두 Le Du>(36위), <와나 육 Wana Yook>(47위)이 더해지며 도시 전체의 장르적 폭을 증명했다. 여기에 <르 두>의 톤 Ton 셰프가 동료 셰프들이 뽑는 셰프스 초이스를 받았고, <반 테파 Baan Tepa>는 지속가능성상을 수상했다. 한편, 도쿄는 지난해보다 2곳 줄어든 7곳을 50선에 올렸다.
최다, 최고, 최초… 홍콩에서 날아오른 한국 레스토랑들
올해 한국은 역대 최다인 6곳을 50선에 올렸다. 100위권까지 아우르면 총 14곳으로 지난해보다 4곳이 늘었다. <밍글스>는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한계단 올라 역대 가장 높은 순위의 한국 레스토랑이 됐고, <온지음>(14위)은 조은희 셰프가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50 베스트’는 그를 조선 왕실 음식의 전수자이자 교육자로 소개했고, 발효를 한국 음식의 등뼈로 짚었다. <비움>(43위)과 <세븐스도어>(49위)의 김대천 셰프는 한국 셰프 최초로 2곳의 레스토랑을 50선에 올렸고, <이타닉 가든>(26위), <모수>(41위)도 리스트를 빛냈다.

올해로 꼭 10번째 한국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학창 시절에 늘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 편이었지만,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밍글스>를 오픈한 이후 대한민국 미식이 주목 받으면서 기대하지 못한 상들을 받게 됐다. 올해 한국 베스트 레스토랑 상도 <밍글스> 팀이 함께 노력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이 상이 저 개인만이 아니라 한국 셰프들과 레스토랑에 함께 주어진 상이라고 생각해 더욱 뜻깊다. 앞으 로도 한국 미식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51~100선에서도 주목할 현상이 이어졌다. <레스토랑 산>(54위)을 필두로 <솔밤>(55위), <본앤브레드>(56위), <알라프리마>(57위) 등 상위권에 줄줄이 랭킹됐으며, <스와니예>(74위), <정식당>(87위), <권숙수>(98위), <피 오또>(99위) 등이 이름을 올리며 한국 미식이 한식을 넘어 발효, 사찰 음식, 네오 클래식, 컨템퍼러리 등 다양한 색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레스토랑 산>의 조승현 셰프는 ‘주목할 레스토랑 상 One to Watch’으로 무대에 오르며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피오또>는 부산의 첫 진입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식 지형의 확장과 ‘하이퍼로컬’의 부상
올해 가장 선명한 변화는 도시의 확장이다. 2026년 1~50위에는 카사울리, 페낭, 우붓이 처음 진입했다. 카사울리 Kasauli의 <나르 Naar>는 30위, 페낭의 <오 자르당 Au Jardin>은 39위, 우붓의 <로카보어 넥스트 Locavore NXT>는 44위에 오르며, 아시아 미식의 무대가 수도와 초대형 도시를 넘어 지역 거점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세 레스토 랑이 단지 ‘새 도시’의 등장에 그치지 않고 하이퍼로컬이라는 공통된 문법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나르>는 히말라야 벨트의 생물다양성과 여섯 계절을 바탕으로 현지 식재와 전통 기법을 접시에 옮기고, <오 자르당>은 말레이 시아 식재를 프렌치 문법으로 풀어내되 로컬 농가와 계절성을 전면에 세운 다. <로카보어 넥스트> 역시 루프톱 푸드 포레스트, 발효 랩, 버섯 재배 시설을 갖춘 채 발리와 인도네시아의 재료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형 다이닝을 구축 했다. 요컨대 ‘어디서나 통하는 파인 다이닝’보다 ‘그곳이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로컬성’이 더 강한 경쟁력이 되는 흐름을 확인시킨다.

지속가능성의 심화
도시의 확장 못지않게, 채식·지속가능성의 주류화도 뚜렷하다. 베이징의 채식 기반 레스토랑 <람드레 Lamdre>는 17위까지 뛰어오르며 ‘최다 상승상 Highest Climber Award’을 받았고, 서울의 <비움>은 사찰음식 파인다이 닝으로 43위에 올랐으며, 방콕의 <반 테파>는 53위와 함께 ‘지속가능 레스 토랑상 Sustainable Restaurant Award’을 받았다.
이러한 특징은 다음 무대도 조심스레 예견하게 한다. 홍콩의 반격은 점차 새로운 광둥 시대를 열 가능성이 크고, 한국과 일본은 북동아시아식 파인 다이 닝의 위상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 것이다. 동시에 히말라야와 메콩 삼각주 같은 작은 도시와 오지의 레스토랑은 연구와 관광을 결합한 ‘큰 서사’로 존재감을 키워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50 베스트 아카데미의 세대교체가 더해지 면서, SNS 친화적 감각을 갖춘 레스토랑이 단기간에 급부상하는 장면도 앞으로 더 자주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