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절식 여행 테마는 더위를 물리치는 열매 5종이다. 청량음료나 아이스크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을 활용한 요리들로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맛본다.
무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강더위…. 우리말에는 유독 더위를 표현하는 말이 다양하다. 의미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소서와 대서 무렵의 심한 더위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작은 더위’라 불리는 소서小暑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다.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장마철이 이 무렵에 시작된다. 농촌에선 막바지 모내기에 여념이 없는 시기.
소서가 지나면 더위가 한층 심해져 모심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서가 넘으면 새각시도 모 심는다’라든가 ‘소서 모는 지나가는 사람도 달려든다’ 또는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주고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소서로부터 2주 남짓 지나면 ‘큰 더위’인 대서大暑다. 초복과 중복 사이의 절기로 삼복 더위의 절정을 찍는 때다. 오죽하면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고 했을까.
요즘 사람들이 이 무렵 피서나 여름휴가를 떠나듯, 옛 사람들도 삼복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보양했다. 더위를 달래는 데는 수분이 많은 열매 채소나 과일만 한 것이 없다.
마침 장마 뒤에 찾아오는 대서 즈음은 열매들의 맛이 가장 달고 좋을 때다. 수박과 참외는 달콤한 향과 맛으로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갈증 해소에도 제격이다. 수분이 풍부한 오이를 활용한 오이냉국은 아삭하고 상쾌한 맛으로 더위를 내쫓는다.
가지와 애호박도 한창 단맛이 오를 때다. 열독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가지와 소화기 계통을 보호해주는 애호박은 더위로 허해진 몸에 기를 불어넣는다.
흔히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삼계탕이나 장어구이 등을 떠올리지만, 이런 고단백, 고지방 음식은 대사증후군,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현대인은 이미 과잉 영양 상태로, 지방과 단백질은 충분하지만 칼륨이나 비타민, 미네랄은 부족하다. 영양성분과 함께 수분까지 풍부한 열매 채소나 과일이 오히려 현대인에게는 더 효과적인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아삭아삭 상쾌함
오이
한입 베어 물면 아삭아삭한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상쾌함이 퍼진다. 95%가 수분으로 이뤄진 오이는 체내에 수분을 공급하고, 신체의 열을 식혀주는 효과가 있는 여름의 채소다.
품종은 크게 ‘취청’과 ‘다다기’로 구분한다. 취청 중에 가시가 도드라지면 ‘가시오이’, 없으면 ‘청장오이’이며, 다다기 중 흰색이 많으면 ‘백다다기’, 청색이 많으면 ‘청다다기’다. 취청 계열은 수분 함유량이 많아 바로 먹을 수 있는 생채나 무침으로 활용하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종인 다다기는 단맛이 있고 식감이 부드러워 어떤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Tip 꼭지가 싱싱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너무 굵지 않고 모양이 일정한 것을 고른다. 그냥 먹는 것보단 굵은 소금으로 겉면을 문질러 씻은 뒤 물에 헹구면 쓴맛이 없어진다.
지화자
오이선
‘선膳’은 오이나 호박, 가지, 두부 등에 소를 넣어 익힌 궁중 음식이다. 그중 오이선은 앙증맞은 모양과 상큼 아삭한 맛으로 현재까지 사랑받는 음식이다.
오이에 칼집을 내서 황백지단과 버섯, 소고기, 홍고추 등의 고명을 끼워 넣고 삶는데, <지화자>에서는 아삭함을 살리기 위해 오이를 살짝 기름에 볶은 뒤 식초물로 적셨다. 새콤달콤하면서 맛이 깔끔해 전채 요리로 제격이다.
지화자 조선 왕조 궁중 음식 기능보유자인 고 황혜성 교수가 1991년 문을 연 정통 궁중 음식 전문 레스토랑. 일체의 인공조미료나 첨가물 없이 천연 재료만으로 궁중 조리법 원형을 충실히 재현한 궁중 연희 음식을 선보인다. 오이선은 <지화자>의 여름 시즌 전채 요리로 맛볼 수 있으며, 임자수탕은 복날 서비스로 제공된다.
- 지화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125
- T. 02-2269-5834
- H. 11:30-15:00, 17:30-21:30, 화요일 휴무
노란빛 달콤함
참외
향긋한 향기에 꿀처럼 달콤한 과즙이 흐르는 참외는 우리 민족의 과일이다. 멜론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정착된 것으로, 현재의 노란 참외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Korean Melon’이라는 국제 명칭까지 부여받았다. 참외는 단맛에 비해 열량이 낮고, 수분 함량이 높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여름 과채다. 비타민 C도 많아 피부 미용에 좋고, 하루 1개만 먹어도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엽산이 풍부하다. 껍질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아 껍질째 먹는 것도 좋다.
+Tip 껍질의 노란색이 전체적으로 진하며 선명한 것이 좋다. 또한 굵을수록 단맛이 덜하기 때문에 약간 작은 것을 고른다. 참외는 온도가 낮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므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지
참외냉국 & 장아찌
참외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냉국이나 장아찌로 요리하면 더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참외를 잘게 채쳐 후루룩먹 을 수 있는 참외냉국은 새콤달콤한 맛으로 오이냉국과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갖가지 채소를 넣고 끓인 물에 식초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파낸 참외속 의 과즙을 짜내 참외 특유의 단맛을 더했다. 참외 장아찌는 소금에 절인 참외를 집고추장, 식초, 참외 단물에 버무린 것. 매콤 짭짤하면서도 살짝 달콤하고 아삭한 맛으로 밥맛 돋우는 훌륭한 반찬이 된다. 영양학적으로도 찬 성질이 강한 참외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고추장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마지 사찰 음식을 바탕으로 한 채식 요리 전문점. 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 등의 오신채(불교에서 금하는 5가지 음식물)를 일절 쓰지 않고, 토종 콩으로 직접 담근 장과 무농약 채소들로 맛을 낸 요리들을 맛깔스럽게 선보인다.
7-8종의 코스 요리로 이뤄진 고급 상차림부터 현미밥 혹은 연잎밥과 국, 각종 찬들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상 차림까지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 마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 T. 02-536-5228
- H. 평일 11:30-15:30, 17:00-21:00, 일요일 12:00-16:00
자연이 낳은 소화제
애호박
달보드레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연둣빛 채소 애호박. 특히 여름에 수확한 애호박은 자른 단면에서 단물이 배어 나올 정도로 맛이 좋다.
과육이 연하고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려 예부터 지금까지 우리 식단에 친숙한 채소로 활용된다. 된장찌개를 비롯한 찌개류와 볶음, 전, 무침, 죽, 국수의 고명 등 쓰임새가 다양하며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수분 함량이 95%나 되고 섬유질이 풍부해 먹으면 포만감이 느껴져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이 낳은 소화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소화 기능이 탁월한 착한 채소다.
+Tip 연두색이면서 작고 윤기가 흐르며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크기에 비해 무거운 것일수록 맛이 좋다. 조리 후 남은 애호박은 물기를 제거한 후 랩으로 싸서 냉장 보관한다.
묘미
호박나물
집 반찬으로 흔히 접하던 호박나물이 꽃으로 피어났다. 얇게 썬 애호박들이 꽃잎이 되어 잘게 찢은 게살을 겹겹이 감싸고 있다.
애호박은 고유의 모양과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새우젓과 참기름에 무친 후 수비드 방식으로 익혔다. 게살은 잣과 솔잎식초, 국화청으로 양념해 향긋함을 더했으며 그 위에는 검은 캐비아와 방아잎을 살포시 올렸다.
이 요리를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한 요리사의 귀띔은, 올린 그대로 한입에 먹는것 . 호박과 게살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 후엔, 꽃향기처럼 화사한 솔잎식초와 국화청의 잔향이 은은하게 남는다.
묘미 장진모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고조리서에 보석같이 남아 있는 조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강원 평창 박광희 명인의 매실장아찌, 전남 영암 이영숙 명인의 솔잎식초 등 직접 맛보고 선택한 식재료들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구성해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신선미를 느낄 수 있다. 호박 나물은 런치와 디너 코스 요리 중 하나로 제공된다.
- 묘미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53길 20 1층
- T. 02-515-8088
- H. 12:00-15:00, 18:00-24:00, 일•월요일 휴무
부드럽게 끌리는 맛
가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가지는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채소다.
한의학서에서는 ‘가지는 열이 많은 사람에 좋다’고 하여 예로부터 여름 식재료의 으뜸으로 여겨져왔다. 다른 채소와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은 바로 색깔.
가지의 보라색 껍질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색깔만큼 강력한 항산화제로 암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가 탁월한 안토시아닌은 물에 약하므로, 가지는 기름에 볶거나 구워 먹는 것이 제일 좋다. 가지를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리놀산과 비타민 E의 흡수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봉래헌
오색진구절
식감이 부드럽고 약간 단맛이 감도는 가지는 아삭한 채소, 쫄깃한 고기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가지를 포함한9 가지 재료들이 구절판에 곱게 담긴 오색진구절은 신선한 제철 재료들의 담백한 어우러짐을 만끽할 수 있는 전통 음식.
가지는 말린 것을 사용해 기름에살 짝 볶아 꼬들꼬들한 식감을 살려냈으며, 우엉, 당근, 오이, 달걀지단, 피망, 소고기 등심, 게살 등을 잘게 썰어 색깔별로 곱게 담았다. 밀전병 하나에 각 재료들을 조금씩 넣고 쌈을 싸서 새콤한 과일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다. 옛 사람들은 여름에 갓 수확한 햇밀가루로 이런 밀쌈을 즐겨 먹었다.
봉래헌 메이필드호텔 내에 위치한 궁중 한정식 전문점. 단아한 한옥에서 운치 있는 정원을 감상하며 정갈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장류는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직접 담그고, 제철 재료를 고집해 시즌별로 메뉴가 바뀐다. 홍시죽순채, 한우너비아니, 신선로, 오색진구절, 연잎밥 등으로 이뤄진 코스 정식을 선보인다.
- 메이필드호텔 봉래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대로 94 메이필드호텔 봉래헌
- T. 02-2660-9020
- H. 12:00-15:00, 18:00-21:30, 월요일 휴무
더위 물리치는 천연 음료
수박
여름철이 되면 냉장고 안에 빠지지 않는 과일 수박.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은 수분이 95%에 달할 정도로 풍부해 그 자체로 더위와 갈증을 해소해주는 천연 음료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수박 자체의 달콤한 맛이 좋아 주스, 화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서 먹기도 한다.
수박에는 비타민 A·C가 풍부하고 당질도 4.7% 함유하고 있다. 수박 속 당은 주로 포도당, 과당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 안정과 피로 회복,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강한 이뇨 작용을 하는 시트룰린 성분이 있어 몸속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Tip 물에 넣었을 때 둥둥 뜨는 수박이 신선하다. 또한 잘 익은 수박은 겉을 두드렸을 때 맑은 소리가 난다. 껍질은 연한 연두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선명한 것이 좋다. 줄무늬가 많을수록 껍질이 얇고 과육이 풍부하다.
담장 옆에 국화꽃 서래점
수박 오미자 화채 & 방울증편
달콤한 수박에 상큼한 오미자를 더했다. 생오미자를 설탕과 1대1로 담가 한 달 동안 숙성시켜 청으로 만든 뒤, 시원한 물에 탄다. 여기에 수박 속을 착즙한 주스와 탄산수를 첨가한다.
마지막으로 예쁘게 파낸 수박 속과 레몬으로 완성. 달콤한 수박에 산미를 더한 화채 국물은 갈증을 단번에 해소해준다. 예부터 여름철에 즐겨 먹던 떡 방울증편도 곁들였다. 멥쌀가루를 막걸리로 발효시켜서 동글동글하게 만든 떡 위에 고운 꽃잎을 살포시 얹었다. 폭신하면서도 새큼해 달콤한 수박화채와 잘 어울린다.
담장 옆에 국화꽃 서래점 전통의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한 떡과 과자들을 다양한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떡을 만드는 멥쌀은 쫀득한 맛을 살리기 위해 추청미를 고집하는 등 건강한 국내산 재료들로 정성 들여 만든 한식 디저트를 선보인다.
떡에 버터를 발라 팥죽에 찍어 먹는 ‘팥애퐁듀세트’ 등 감각적인 한식 디저트들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 담장옆에국화꽃 서래점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래로10길 10
- T. 02-517-1157
- H. 10:00-23:00
도믹스
고추장 숯불구이와 구운 수박
수박을 꼭 차갑게 먹으라는 법은 없다. 살짝 구우면 단맛이 높아지면서 스모키한 향이 어우러져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다.
‘고추장 숯불구이와 구운 수박’은 구운 수박과 함께 우리나라의 쌈 싸먹는 문화를 모티프로 만든 요리. 고추장 양념을 한 우삼겹을 비장탄에 구워 숯불 향을 입히고, 마찬가지로 구운 양배추를 고기 위에 살포시 올렸다.
그 옆에는 구운 수박과 함께 프로마주 블랑 치즈를 쌈장 대신 곁들였다. 수박특 유의 단맛은 고기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고소한 우유의 풍미가 있는 치즈는 고추장 앙념의 매콤하고 짭짤함을 중화시켜준다.
도믹스 한식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
골뱅이에 먹물 튀김옷을 입혀 튀겨내거나, 건새우볶음과 청포도, 달걀을 조합하는 등 익숙한 반찬 메뉴들이 이곳 요리사의 터치로 새로운 요리로 재탄생한다. 함께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바앤다이닝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arnd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