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뉴트로 트렌드'( New+Retro, 새로움을 더한 복고열풍)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90년대 일본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목욕탕 타일형의 흰 벽면 건물에서 일본식 스타게티를 파는 가게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일본식 스파게티는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을 수 있어 그 종류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 소개된 나폴리탄 스파게티, 명란젓 스파게티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1950년대 탄생한 일본식 스파게티
맛뿐 아니라 인테리어도 향수불러일으켜
일본식 스파게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3년 창업한 ‘카베노 아나(壁の穴)’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스파게티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았다. 손님들이 가진 스파게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자 개발한 것이 바로 최초의 일본식 스파게티 ‘명란젓 스파게티’였다.
이어 ‘카베노 아나’에서 일하던 직원이 1972년 독립해 ‘하시야(HASHIYA)’라는 일본식 스파게트 전문점을 열었다. ‘하시야’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식 스파게티 매장 중 하나다. 이곳에서 경력을 쌓은 후 창업한 매장들을 ‘히사야계’라고 부를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지금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은 보통 70~80개가 넘는 많은 메뉴를 자랑하지만 처음 ‘하시야’가 문을 열었을 때는 10여 종류에 불과했다. 그 후 일본식 맛이 나는 서양식을 개발하자는 생각으로 간장버터, 바지락, 오징어, 낫토 등을 이용하기 시작하며 종류를 늘려갔다.
이외에 도쿄에서 2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는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으론 ‘SPAGO’, ‘톰아저씨’, ‘Mayol’ 등이 있다.
재조명 받는 ‘그리운 맛’ 일본식 스파게티
1993년에 도쿄 에비스에 문을 연 ‘톰 아저씨(アンクルトム)’ 역시 하시야계 매장이다. 올해로 27년차를 맞았다. 약 70종의 파스타가 있으며, 명란젓과 버터를 듬뿍 사용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명란젓 스파게티가 대표 메뉴다.
언제나 비틀즈 노래가 흘러나오는 점도 이곳을 명소로 만든 요소 중 하나다. 캐주얼한 분위기에 스파게티를 먹으며 비틀즈의 명곡을 감상하려 ‘톰 아저씨’를 찾는 이들도 많다.
도쿄 요요기 우에하라 역 앞에 위치한 ‘스파자우르스(スパザウルス)’는 일본식 스파게티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카운터석 8석, 테이블 4석의 작은 규모의 매장이지만 판매하는 스파게티는 무려 100종류가 넘는다.
각 메뉴별로 재료를 더하는 방식으로 세분화시켜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넚다. 카르보나라, 베이컨, 시금치,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인기이며, 계절에 맞게 굴 등 제철 식재료로 선보이는 한정 메뉴도 있다.
도쿄 메구로에 자리 잡은 ‘단(dan)’은 1976년부터 영업해 온 일본식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지역을 상징하는 점포다. 흰 타일형 벽면, 초록색 간판, 입구 옆에 있는 빨간색 목조 의자가 세월을 짐작케 한다.
내부도 과거 일본 찻집을 떠올리는 의자와 테이블 등으로 꾸며져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 같아 보이지만 과거 인테리어를 체험할 수 있어 젊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굵고 쫄깃한 식감의 면을 사용한 ‘명란오징어무즙’ 스파게티, 명란젓&명태알, 명란젓&낫토 등 어란계 메뉴가 풍부하다. 토핑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고 약 1000엔 정도의 부담없는 가격으로 오래전부터 주변 광고, 연예 업계 종사자들의 점심 맛집으로 정평이 났다.
일본에서는 80년대 후반 이탈리아 요리 붐이 일어나며 본격적으로 일본식 스파게티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당시 ‘고에몬’과 같은 일본식 스파게티 체인점이 생겨나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고에몬’은 2012년 한국에 진출해 강남, 홍대 매장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지금 일본은 90년대를 풍미한 일본식 스파게티가 최근 뉴트로 문화와 맞물리며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