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한 잔의 차(茶)에 담긴 모든 것

(주) 천지운 박성채 대표

공부(工夫)란 중국어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는 의미다. 차(茶)만큼 공부(工夫)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말은 또 없는 듯하다. 조용히 홀로 차를 내리는 시간은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의 삶에 쉼표와도 같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차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전통차 브랜드 ‘공부차’를 운영하는 박성채 대표는 중국 유학시절 맛본 차의 매력에 빠져 사업을 하게 된지 벌써 18년이 넘었다. 품질 좋은 차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박 대표는 차를 재배하는 현지 차산(茶山)부터 철저히 관리한다. 가장 가성비 좋은 차를 테스팅해 한국으로 들여와 숙성, 발효 등 2차 가공을 거친다.

 

 

차 문화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 대표와 압구정에 위치한 ‘공부차’ 청담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학시절 처음 접한 전통차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전통차를 접했다. 그전까지 알던 차는 보리차, 녹차 티백이 전부였다. 처음 맛본 전통차는 그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왜 한국에서는 이런 차를 마셔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차의 깊은 향에 취해 그 뒤로는 북경 차 도매시장을 돌아다니며 차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전통차를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의 통역을 도우며 조금씩 차, 다구(茶具, 차를 끓여 마시는데 필요한 도구)를 배워갔다”

 

차 종류만 수천 개가 넘는 중국과 비교해 한국은 종류가 적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널리 보급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좋은 차 문화를 우리나라에 정착 시키고 싶은 마음에 박 대표는 2003년에 귀국 후 전통차를 판매하는 쇼핑몰을 열고 사업을 개시했다.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는 등 거래처를 뚫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것만 좋아했지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몰랐다. 음차(飮茶) 문화도 생소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나처럼 차를 좋아할 거란 착각에 빠졌었던 것 같다”

 

‘절차탁마’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차 공부

한 번의 실패를 겪고 박 대표는 또래의 친구들처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서울 소재의 한 IT회사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에 떨어졌음을 직감했다. 같이 면접을 보는 경쟁자들은 그가 보기에도 너무나 많은 것을 준비해왔다. 다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던 중 박 대표는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쇼핑몰에 올려진 보이차를 보고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재한 정보만 봐서는 생차인지 숙차인지 알기가 힘들고 연식도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판매상에게 들은 정보가 전부였기에 정작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며 중국 차 시장을 찾아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그리고 그날 알게 된 차 정보는 의견을 적어 사진과 함께 꾸준히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박 대표가 올린 글이 국내 전통차 매니아들에게 인기를 끌며 구매를 요청하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차에 대해 흥미가 생겨 구매 대행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았다. 환율을 계산해서 돈을 보내주면 시장에서 차를 구입해 한국으로 보내줬다. 한 번에 몇백만 원씩 돈을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부름 값만 받고 하던 일이 점점 규모가 커지며 생각지도 못하게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차에 대한 열정은 학업으로도 이어졌다. 박 대표는 대학원 논문으로 보이차 국제 무역에 관한 주제를 다뤄 박사 학비를 면제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차를 생산하지 않아도 가공 무역을 통해 수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의 차 브랜드 '립톤'은 전 세계에 홍차, 녹차, 아이스티를 유통·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재배지를 관리할 뿐 영국 현지에서는 차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싱가포르의 대표 티 브랜드 'TWG' 역시 해외에서 블랜딩된 차를 들여와 해외로 재판매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에 숙성, 블랜딩 등 2차 가공에 유리하다. 또한, 한국의 엄격한 통관, 식약처 검역 시스템을 거쳐야만 찻잎이 들어오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다. 고부가가치의 차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산 신선 우유가 새벽에 국내공장에서 출하돼 중국 전역으로 유통되는 시대다.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치가 올라가는 상품인 만큼 2차 가공을 통해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차를 객(客)에서 주(主)로 끌어올리다

한국으로 돌아와 박 대표는 강남 논현동에 중국 전통차 전문점 ‘공부차’ 티하우스를 오픈하고 차 클래스, 전시회를 여는 등 차 문화의 대중화에 힘써 왔다. 이곳에서는 천량차, 무이암차, 백차 등 수백 가지의 차를 시음할 수 있으며, 옛 정취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다구들을 살펴볼 수 있다.

 

재작년에는 압구정에 ‘공부차’ 티하우스 청담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예약을 통해 전문 다예사(팽주)의 시음 형식으로 운영된다. 공부차에서 엄선한 질 좋은 차를 설명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티 아트 파인다이닝’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차는 식문화에서 객(客)의 입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티 아트 파인다이닝’은 차를 객이 아닌 주(主)로 끌어올려 차를 마시기 위해 요리를 먹는 콘셉트이다. 보이차에 8시간 냉침한 보리굴비 등 6가지 음식과 어울리는 차를 소개해준다”

 

 

박 대표는 ‘티 아트 파인다이닝’을 통해 식문화 속에 차를 친근하게 녹아들도록 할 계획이다. '공부차'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가서 개인 차 전문점이 늘어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무심 속에 유심이 있다

차를 내리는 행위는 언뜻 보기에는 무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 유심이 있다. 예를 들어 제대로 된 보이차를 맛보려면 온잔(温杯)이라고 따뜻한 물로 다구를 헹궈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세잔(洗杯), 치차(置茶), 세차(洗茶) 등 과정을 거쳐 품음(品饮) 단계에서 차향과 차탕색을 관찰 후 차를 음미한다. 중국의 각 민족마다 음차풍속은 차이가 있지만 차에 집중함으로써 내면을 다스린다는 점은 동일하다.

 

차의 항균효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이미 하버드 의대 외에도 다수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경안정 효과도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체내에 항병독 물질인 인터페론(인체 내의 바이러스 감염·증식 억제 물질)이 비음차인에 비해 10배 이상 생성돼 바이러스 질병 억제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는 차엽에 들어있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성분이 코로나19의 스파이크(S)- 단백질과 ACE2 수용체 결합을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 연구팀은 전국민에게 차를 자주 마실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차의 주성분인 테아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잠을 자지 않아도 신체 휴식을 촉진하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가바의 주요 기능은 불안감 감소, 수면 개선, 우울증 감소이다. 또한, 흥분성 신경물질인 글루탐산을 억제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은 현대 사회에 차 문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공부차’에서 다루는 차 종류만 1300종을 넘는다. 죽을 때까지 매일 다른 차를 먹어도 끝이 나지 않는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차는 알아갈수록 겸손해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차를 정해놓고 마시기보단 항상 새로운 차를 맛보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대해 분석하는 일을 즐긴다. 한국의 연평균 차 소비량은 17g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음차(飮茶) 문화를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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