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식업 시장은 과포화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8 외식산업 경영실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외식업체는 65만 개로 집계됐다. 인구 1만명 당 125개에 달한다. 어느 업종을 선택해도 주변에 경쟁점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음식점이 다른 매장과 차별화를 갖기 위해서는 개성 담긴 시그니쳐 메뉴가 필수다.
인스타그래머블처럼 SNS에서 공유될 만한 메뉴를 만든다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독특한 메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번성점포 3곳의 전략을 소개한다.
선홍빛 붉은 레어카츠, ‘비스트로 TERIYAKI’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비스트로 TERIYAKI’는 일본 흑우 고기를 숯불구이, 샤브샤브, 찜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을 내는 명소이다. 그중에서 일본 동북지방의 마에사와규(前沢牛)로 만든 소금 레어카츠가 대표 메뉴다.
소의 넓적다리 부분을 사용한 규카츠로 레어 정도의 굽기를 고수한다. 그릇에 작은 석판이 붙어있어 취향에 따라 굽기를 조절할 수 있다. 식사 메뉴는 물론 술과의 궁합도 좋다.
‘비스트로 TERIYAKI’ 레어카츠는 밖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육즙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튀기는 과정에서 마에사와규(前沢牛)의 맛을 살리도록 레시피를 고안했다. 다른 큐카츠 브랜드에서 느낄 수 없는 식감과 단맛이 특징이다.
먹음직스런 붉은빛 고기의 비결은 하나하나 기름기와 힘줄을 제거한 수고 덕분이다. 고라이 아츠시 대표는 이 정도 섬세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비스트로 TERIYAKI’를 찾는 손님 절반이 레어카츠를 주문한다. 촤상품의 고기를 사용하고 평이 좋음에도 가격은 980엔으로 저렴하다. 사실상 레어카츠 자체로 올리는 이익은 거의 없다. 하지만 주류를 함께 주문하는 고객이 많고 인스타바에족을 모아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
식욕 돋아주는 고기 드레싱 계란덮밥. ‘니쿠손(肉ソン)·TKG’
‘니쿠손(肉ソン)·TKG’는 모듬 고기, 탄두리 치킨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이다. 독특하게도 이곳의 인기 메뉴는 계란덮밥이다. 실파와 마늘 간장을 기호에 넣으면 되고, ‘니쿠손(肉ソン)·TKG’만의 특제 고기 드레싱으로 마무리했다.
고깃집에서 계란덮밥을 메뉴로 개발한 것은 요리장이 툭 던진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편의점에서 계란을 얹은 주먹밥을 먹어보고 고깃집과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았다. 원래 고기를 찍어 먹던 드레싱을 개량해 밥에 올렸다. 현재 홋카이도 업체에서 제품을 주문·생산 받고 있다.
계란덮밥은 단순한 사이드 메뉴가 아니다. 드레싱 소스가 식욕을 돋아줘 추가 고기 주문으로 이어진다. 계란의 맛은 남기면서 고기 드레싱의 독창성이 유지되도록 비율 조절에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고객이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도록 380엔으로 가격 장벽을 낮췄다. 현재 매장을 찾는 전체 고객 중 30%가 계란덮밥을 고기와 함께 주문한다.
고객 90%가 찾는 흑우 간 회, 모츠키치(もつ吉)
모츠키치(もつ吉)는 ‘공인생식용식용취급자 등 설치시설’ 허가를 받았다. 마치 녹는 것처럼 부드러운 소고기 요리로 고객을 모은다. 일본 흑우를 사용한 고기 초밥, 규탄(소혀) 등 다양한 생식용 고기 메뉴가 준비돼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메뉴는 저온으로 조리한 ‘흑우 간 회’이다. 매장을 찾는 고객의 90%가 간 회를 찾는다. 신선한 흑우 고기를 차분히 시간을 두고 저온에서 가열한다. 구조네기(九条葱, 쿄토 특산물 파)에 참기름, 해안가 소금으로 만든 소스를 찍어 먹는다.
정부에서 정한 육류 가열 조건을 충족하며 신선한 육회를 만든 비결은 모츠키치의 온도 관리 노하우에 있다. 육회의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3번에 걸쳐 철저히 온도를 관리한다. 간을 진공 팩에 넣어 63도에서 조리한다.
특히 모츠키치(もつ吉)의 간 요리는 비린내 등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산성을 띤 물에 24시간 간을 담근다. 하루가 지나면 간의 독특한 냄새와 쓴맛이 사라진다. 또한, 식감을 위해 전체 간 중 50% 정도 부위만 엄선해 사용한다. 가격은 980엔으로 들이는 정성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