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K-FOOD 세계화에 날개 달아줄 ‘찜팩’의 탄생스토리

㈜태방파텍 정희국 대표

HMR(가정간편식)시장의 성장세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의하면 2019년 HMR 시장규모는 4조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대신 집밥을 선호하며 HMR 상품의 수요는 더욱 높아졌다.

 

 

HMR 시장의 성장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식품 포장필름, 용기를 제조하는 회사 ㈜태방파텍이다. 포장필름을 뜯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찜팩’용기로 국내·외 식품외식 기업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80년대 후반 1인 기업으로 출발해 기술 하나로 중소기업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태방파텍의 정희국 대표와 만났다.

 

돈 버는 것이 꿈이었던 부산 소년

6남매 중 장남인 정희국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6·25전쟁이 발발하며 가족과 다 함께 부산으로 피란을 떠났다. 유년시절을 어렵게 보낸 정 대표의 꿈은 무슨 일을 하던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좀 더 빨리 일을 하고자 특목고에 진학해 어린 나이로 합판공장에 입사하며 일찌감치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대기업 제지연구소에 공채로 들어가 7년간을 근무했다. 이곳에서 생산성 지표관리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학벌주의가 만연한 당시 사회분위기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기업에 들어가 처음에는 세상을 전부 얻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몇 년간 일하며 조직 안에서 개인의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해 퇴사를 결심했다. 이어 제지기계 중소기업으로 이직해 서울 영업소를 맡았다. 88년 서울올림픽 특수가 맞물리며 순풍을 만난 배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쳤다.”

 

회사의 매출 상당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영업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며 정 대표는 이때부터 장사에 눈을 떴다. 하지만 너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몰랐다. 결국 건강이 악화되며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입원에 있는 동안 앞으로 계획을 정리한 끝에 사업에 도전하는 걸로 마음을 굳혔다.

 

바람 잘 날 없던 그의 사업 도전기

정 대표는 호기롭게 서울에 거주하던 20평대 아파트를 저당 잡혀 1인 기업을 차렸다. 승용차를 한 대를 구입해 특허 받은 ‘무동력 액체 자동 정량투입기’판매처를 뚫으러 다녔다. 하지만 사업 밑천이 바닥나며 1년 만에 첫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다시 재기를 노리던 그에게 80년 후반 우루과이라운드 발효 소식은 새로운 기회로 보였다. 농축산물 수입자유화, 미국산 육류시장의 개방으로 농수산물 처리 시설, 축산물 가공 공장을 현대화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항상 사회 소식에 안테나를 세워두어야 한다. 변화된 사회적 흐름을 타기 위해 과감히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앞선 육가공처리, 식품포장 기술을 배우고 기계들을 수입해 들여왔다.”

 

그렇게 일어서던 사업은 외환위기가 닥치며 또 한 번 무너졌다. 결국 98년 1월 부도가 나며 직원들이 모두 떠나 홀로 남게 됐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나날이 반복되며 사업을 일으킬 기력마저 잃었다. 하릴없이 같이 일하던 동료의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뜻밖의 연락이 온다.

 

숨 쉬는 포장지로 도약의 시작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러시아 바이어가 정 대표에게 빵 포장지 납품을 요청한 것이다. 그가 원한 것은 미세한 공기구멍이 포장지에 뚫려있어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제품이었다. 어떻게든 일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정 대표는 덥석 의뢰를 수락했다.

 

“간절함에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쉼 쉬는 포장지 생산 공장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경기도 양주의 한 공장을 찾아 샘플을 제작해 러시아로 찾아갔다. 하지만 가격협상 과정에서 계약이 결렬되며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수한 기술을 이대로 묵히기가 아쉬웠던 정 대표는 숨 쉬는 필름을 농산물에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농산물에 따라 다양한 구멍을 뚫어 실험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기획서와 숨 쉬는 필름을 들고 대형 유통업체를 돌아다니며 제안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히 무료로 사용 후 만족하면 계약을 하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농산물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린 포장지가 알려지며 백화점 식품부에서 연락이 왔다. 이후 대형마트에서도 쉼 쉬는 필름 납품 요청을 받았다. 숨 쉬는 필름의 성공으로 10년 만에 100억 매출 달성을 이루며 도약에 성공했다.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찜팩의 기술력

숨 쉬는 필름의 특허가 만료되고, 유통트렌드 변화로 대형마트의 매출이 떨어지며 새로운 아이템이 발굴이 절실했다. 정 대표는 ‘위기는 곧 기회’라 믿고 신축한 건물을 식품용기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1인 가구 증가로 HMR(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져가는 흐름에 맞춰 전자레인지용 용기 개발에 들어갔다.

 

“일본포장협회에 메일을 보내 기술고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의 절실한 요청에 평생을 대기업 포장연구소에서 보낸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었다. 샘플을 제작하면 전달해 기술 자문과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한식을 담는 최적의 용기 개발에 전 직원이 몰두했다.”

 

 

마침내 완성한 태방파텍의 찜팩(ZZimpak)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 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SATS(Singapor Air Terminal Service)가 찜팩의 기술력을 인정해 계약이 성사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굵직한 식품업체의 용기 제작에 참여하며 시장경쟁력을 갖추어 갔다. 태방파텍은 원스톱패키징 솔루션을 도입해 디자인, 용기제작, 생산 등 상품화 과정을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처리한다.

 

일본 식품회사와도 찜팩 포장시스템 계약을 체결했으며, 작년에는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푸드(Global Foods)와 군납용 식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의 엘피푸드(LP Foods)와 함께 베트남 호치민에 찜팩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곳을 기점으로 미국, 유럽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식의 고유한 조리방식을 적용한 찜팩

찜팩은 우라나라의 고유한 ‘찜’이라는 조리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압력밥솥에 밥을 하듯 전자레인지에서도 수증기 압력으로 120도 이상의 과포화증기가 생겨 찌는 효과를 낸다. 식품의 수분 함량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식감과 풍미를 살려준다.

 

찜팩의 원리는 용기 모서리 두 곳의 작은 구멍에 있다. 용기 내부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안쪽 필름이 열려 수증기가 구멍을 통해 서서히 빠져나간다. 포장 필름을 뜯지 않고 조리가 가능해 편리하고 조리시간을 단축시켜준다. 일반 용기보다 약 35%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용기 함몰방지 구조’기술이 적용돼 가열 시 음압 차이로 용기가 찌그러지는 현상을 방지해준다. 천연석이 20% 이상 함유된 친환경 ECO-PP로 용기를 만들어 토양에서도 잘 분해돼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2015년 ‘지석영상’, 2016년 세계포장협회(WPO) ‘월드스타상’, 2017년 ‘IR52 장영실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명실 공히 혁신적인 포장 기술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특허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사업은 함께 동행하는 길

사람에 대한 신용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정 대표는 인연을 중요시 여긴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 모두 자신과 동행하는 파트너라 생각해 복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유류비 지원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숙소를 별도로 마련해뒀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나이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본사 직원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일 정도로 젊은 에너지가 가득하다.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직접 자료를 준비해 월요일 아침마다 자신의 경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함께한 직원들이야말로 숱한 위기를 넘기며 지금의 태방파텍을 키운 원동력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찜팩은 한식을 담는데 최적화된 용기다. 찜팩을 세계에 한식을 전하는 매개체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조만간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에서도 찜팩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일흔이 넘었지만 일에 대한 절심함이 자신을 움직인다는 정희국 대표는 여전히 패기 넘치던 어린 부산 소년처럼 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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