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인사이트]로봇 다이닝의 내일을 묻다, 하정우 대표

2019.09.10 14:48:25

로봇 다이닝이 가져올 내일의 모습은 무엇일까? 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를 개발한 베어 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를 만나 물었다.

 

 

본래 무슨 일을 했나?

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구글 미국 본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전 직장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다.

 

정확히는 ‘형태’의 새로움이지 ‘기술’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간 해왔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는 회사를 다니면서 오픈한 순두부찌개 식당이 계기였다.

 

친구들과 소주 한잔하기 편안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차렸는데, 그간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외식업의 고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이테크 최전선과 로테크 산업을 동시에 경험하다 보니 ‘왜 외식업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두 분야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은 적고, 아무래도 내가 해야 될 것 같더라. 사명감이 불현듯 다가왔다.

 

외식업의 어떤 점이 힘들었나?

반복되는 홀 서빙 업무는 손목과 다리에 무리를 주고, 주방 일은 허리와 어깨를 아프게 했다. 일요일 점심에 손님이 가장 많은데 아무도 일하고 싶어 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직원들은 자꾸 다쳤다.

 

그 자리를 채우느라 직접 평일 저녁, 주말 내내 홀과 주방을 뛰어다녔더니 몸이 남아나질 않더라. ‘사장’인 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직원들을 어떨까 돌아봤다. 그즈음 10년간 주방 일을 한 지인이 파전 기름이 튀어 두 눈의 시력을 거의 잃다시피 한 일도 있었다. 외식업 노동이 3D 업종으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환경이 안타까웠다.

 

 

다양한 기능 중 ‘서빙’ 로봇 페니를 우선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식당과 양식당의 주방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장비는 엄연히 다르다.

실용 단계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이 필요했다. 반면 홀 서빙 영역은 어느 곳이든 공통된 업무가 있다.

즉,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일로, 자율주행 로봇이 이를 도우면 서버들이 보다 양질의 접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베어 로보틱스 설립 후 페니를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

2017년 5월 5일 설립해 3개월 만에 페니를 운영하던 식당에 들여놓았다. 운이 좋았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로봇을 만든다는 게 미친 짓은 아닐까 두렵고 의심이 들던 차에 구글에서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하던 중국인 친구 팡웨이 리가 힘을 보탰다.

 

 

이후 온라인으로 인연을 맺은 영국인 친구 브레난드 피어스가 10년 넘게 운영하던 로봇 회사를 접고 미국으로 왔다. 마지막으로 MIT MBA 과정을 밟고 있던 미국인 주안 히게로스가 나의 로봇 개발과 관련 발표를 듣고 합류 의사를 밝히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보통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데, 브레난드가 이미 창립 당시 내가 원하는 형태의 로봇을 상용화 직전까지 개발해 가져온 덕분에 많은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페니의 기능은 정확히 무엇인가?

실내 자율주행 기능을 바탕으로 요리와 음료를 서빙하고 서비스가 완료되면 설정해둔 자리로 돌아온다.

2세대 모델은 서빙과 빈 그릇 수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여러 단으로 만들었다. 파티에서 핑거 푸드를 나르는 역할도 수행한다. 테이블 번호 대신 동선을 지정해서 돌아다니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봇의 발전 단계가 궁금하다. 초기에 실수는 없었나?

정말 많았다(웃음). 전선도 삐죽 튀어나와 있던 프로토타입 상태로 걸음마 연습을 시작했다. 뚝배기에 담긴 순두부찌개는 잘 나르는데, 국그릇에 담긴 육개장은 쏟더라.

 

그릇 형태에 따라 불완전한 서빙을 했다. 현재 보완은 했지만 액체류를 나르는 건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특히 사람과 마주치면 자동으로 멈추는데, 그때 액체류가 넘치기도 한다. 한 번은 유령을 본 듯 사람이 없는데도 멈추고 피해가려고 안절부절못하기에 살펴보니 벽에 걸린 TV 때문이었다. 시야 인식 범위가 너무 넓어서 생긴 일이라 지금은 조정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나?

당시 식당의 손님층이 보통 가족 단위로 노인분들도 많아 걱정했는데 의외로 다들 좋아했다. 이 사회가 로봇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음을 느꼈다.

페니가 전선이 보이지 않도록 매무새를 가다듬고 LED 불빛으로 멋을 부리자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다만 휴머노이드 형태는 지양했다.

 

 

로봇이 사람을 일대일로 대체하는 존재가 아닐뿐더러, ‘로봇은 로봇다움’을 지향하는 요즘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페니가 순두부 집에서 8개월 동안 대략 3만 명 넘는 손님을 접객했는데 내가 아는 한 불만을 가진 손님은 딱 한 명이었다.

의외로 어린아이 단골 손님이었다.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게 싫다고 하더라. 그럴 수 있다. 그러면 서버들이 그 손님을 응대하면 된다.

 

함께 일한 직원들의 반응은?

혼자 서빙을 하면 하루 8km 정도를 걷는데, 페니와 함께 일하면서 2km 정도로 줄었다. 일단 몸이 편했다. 미국에서는 팁이 식당 서비스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지표인데, 페니 때문에 팁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잡무를 페니가 맡아주면서 직원들이 손님에게 훨씬 집중할 수 있었고 오히려 팁이 늘어났다. 직원들에게 말했다. “음식을 가지러 주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고객과 함께 있어라. 필요한 게 있으면 페니를 시켜라.”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마치 2차 산업혁명을 두고 트랙터가 농부의 할 일을 빼앗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그간 기술적으로 소외됐던 산업들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지 사람을 대체하는데 있지 않다.

 

페니는 현재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기능은 무엇인가?

피자집과 카지노, 스탠퍼드 대학과 구글의 구내 식당 등 미국 내 10여 곳에서 사용중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오픈한 <라운지 엑스>에 도입됐다.

 

페니는 따지자면 식당의 막내다. 함께 일하는 선배 서버들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명령어를 입력해야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구현 가능한 일이다. 훨씬 더 쓸모 있는, 선배에게 예쁨 받는 막내로 성장시키고 싶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이닝 로봇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커피를 내리고 특정 음식에 특화되어 요리하는 로봇 등 각 분야에서 맞춤형 로봇들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다.

 

중국의 움직임이 특히 발 빠른데, 베어 로보틱스 설립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뛰어든 업체들이 많다. 창업 후 1년 정도 됐을 때 미국 외식업 협회의 초대로 CES(미국가전박람회) ‘스마트 키친 회담’에 참여해 발표를 했는데 5천 명 정도 모였다.

 

로봇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몸집이 큰 글로벌 체인과 협회의 관심이 지대하다. 발표를 한 이듬해에는 혁신상을 받았다. 당시 수상 업체 중에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없었다. 굴지의 업체들과 나란히 수상했다는 개인적인 영광을 너머 그만큼 업계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라 더 반가웠다.

 

외식업계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심지어 아프리카 가나 같은 곳에서도 페니를 고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기도 한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바앤다이닝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arndining

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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