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맛남] 힙당동으로 떠나는 미식여행

  • 등록 2025.02.05 13: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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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힙당동'이 되기까지

 

고추장을 넣은 떡볶이는 1953년 탄생했다. 마복림 할머니가 우연히 짜장면에 빠뜨린 떡을 먹고 아이디어를 얻어 춘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에 떡을 볶은 것이 시초다. 당시 청계천 복개 사업으로 인해 아스팔트로 덮인 신당천 위에 동시상영관 ‘동화극장’이 들어섰는데, 마복림 할머니는 극장 앞에 좌판 장사를 펼쳐 손님들은 출출한 배를 채워줬다.

 

1970년대에 이르러 주변에 떡볶이 가게가 하나둘 생기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떡볶이 골목이 지금의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 됐다. 가스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매콤한 양념에 볶은 떡을 만두, 어묵, 삶은 달걀, 라면 등과 섞어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가 이때 모양새를 갖췄다. 신당동이 떡볶이로 유명해진 데는 ‘싸전거리’가 한몫했다.

 

1950- 60년대에 서울 최대의 양곡 시장이 신당동에 있었는데, 전성기에는 800개가 넘는 쌀가게가 우후죽순 모여들면서 ‘서울의 쌀 창고’라 불렸다. 현재 싸전거리에는 쌀가게 10여 곳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 신당동 떡볶이 집은 분식집을 넘어 청소년들의 해방구가 됐다. 당시 성행하던 음악 다방, 음악 감상실에 출입할 수 없었던 청소년들은 대신 떡볶이 집을 찾아 음악을 감상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즐겼다. 떡볶이를 주문한 후 메모지에 사연과 신청곡을 적어 점원에게 건네주면, 스피커를 통해 사연을 읽어주는 DJ의 목소리와 함께 신청곡이 흘러나왔다.

 

 

한때 서울에서 노령 유동 인구가 가장 많던 신당동이 2030세대의 놀이터로 거듭난 것은 뉴트로 열풍의 영향이 크다. 오래된 곡물 창고를 개조한 싸전거리의 카페 <아포테케리>와 베이커리 <심세정>, 점집 콘셉트의 바 <주신당> 등 신당동의 역사를 콘셉트로 녹여낸 업장이 등장한 뒤 노포 같은 외관과 세련된 내부가 반전 매력을 주는 <하니칼국수> 등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업장들이 속속 오픈하면서 신당동은 ‘힙당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힙한 신당동, 꼭 가봐야 할 보물 같은 리스트를 소개한다.


술을 모시는 칵테일 바 ‘주신당’

 

 

2019년 오픈해 힙당동의 발전을 이끈 칵테일 바. 무당집이 밀집했던 신당동의 역사에 착안해 무당집 콘셉트로 꾸몄다.

언뜻 보면 다 쓰러져가는 무당집 같지만, 고양이 석상을 밀고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마치 영화 ‘아바타’에 들어온 듯 환상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내부는 무당집이라는 코드를 보다 친근하게 풀어낸 ‘십이지신이 사는 신비로운 숲’ 콘셉트로, 천장의 수족관에선 물고기가 헤엄치고 공간 곳곳에는 용머리 석상이 불을 내뿜듯 입을 벌리고 있다. 시그너처 메뉴 또한 십이지신에 영감받은 칵테일. ‘호랑이’는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에 착안해 감 전통주, 이강주, 생강 등을 혼합하는가 하면, ‘토끼’는 고전 소설 「토끼전」을 모티프로 자두를 가니시로 얹어주는 등 동물 각각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몰입감을 높인다. 자신의 띠에 해당하는 칵테일을 마시는 건 이곳만의 불문율이 됐다.

 

한국적인 특색을 곁들인 칵테일로 입소문이 나면서 무당이나 십이지신 문화가 낯선 외국인도 이곳으로 찾아들고 있다.

 

  • 주신당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411 1층

시장 속 아기자기한 요리 주점 ‘쓰흪’

 

<치비> 바로 맞은편에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분위기의 요리 주점 <쓰흪>이 있다. 이보미 대표의 전통주 바에 김슬지 대표가 손님으로 자주 방문하면서 인연이 닿아 2021년 지금의 업장을 함께 열었다. 업장명은 쌀, 홉, 포도로 만든 술을 소개한다는 뜻에서 각 자음을 따서 지었는데, 손님들이 ‘음식이 너무 맛있어 입맛 다시는 소리’라는 의미를 보태줬다고.

 

 

80종의 주류 리스트 중 주력하는 것은 전통주. 이보미 대표가 그간의 업력을 살려 산미 좋고 청량한 제품 위주로 꾸린다.

단골손님이 자주 찾는 메뉴 ‘마라 짜글이’는 버섯, 푸주, 피시볼, 돼지고기 등을 넣고 끓여내는 메뉴로, 중앙에 얹은 큼직한 연두부는 김슬지 대표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두부 공장에서 매일 수급해 포슬포슬한 식감이 살아 있다. 새벽 2시 반까지 불을 밝혀두기에 영업을 마친 주변 상인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러 찾아오는 ‘시장 상인들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 쓰흪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87길 49-12

뜨끈한 어묵에 와인 한 잔 ‘치비’

 

보물찾기하듯 정겹고 구수한 중앙시장 골목 사이를 파고들어 <치비>를 발견하는 건 그 자체로 재밌는 경험이 된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분위기의 이곳은 ‘사케 없는’ 오뎅 바. 사케가 아닌 다른 주류와 즐기는 어묵을 선보이고 싶었던 박상우 대표는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 등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좋은 와인을 중심으로 상그리아, 하이볼, 생맥주, 소주까지 주류를 두루 갖춰 작년 1월 이곳을 오픈했다.

 

 

냉장고를 열어 원하는 어묵을 골라 자리에서 데워 먹고, 주종을 골라 페어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묵만으로는 어딘가 아쉽다면, 바질 페스토를 버무린 면과 구운 항정살이 푸짐하게 나오는 ‘바질 누들 항정살’, 신당동의 대표 먹거리인 떡볶이를 강렬한 ‘단짠’ 소스로 재해석한 ‘카레 라구 떡볶이’ 등 푸짐한 인심이 담긴 메뉴도 준비돼 있다.

 

  • 치비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87길 49-21 1층

 

33년을 이어온 쫀득한 손맛, ‘원조 홍두깨 칼국수’

 

주민들의 방앗간으로 불리는 33년 역사의 바지락 칼국수집. 전성빈 대표가 가족처럼 지내던 친구 어머니의 식당을 물려받아, 전수받은 비법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운영 중이다. 신당동의 또 다른 인기 맛집 <하니 칼국수>와 이곳, 둘을 두고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캐릭터 이름 홍두깨와 그의 딸 하니를 따서 지은 게 아니냐는 로컬 유머가 떠돈다.

 

 

대표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를 결합한 칼제비로, 일명 ‘섞어’라 불린다.

홍두깨로 밀어 만드는 면의 불규칙한 두께는 ‘손맛’으로 통한다. 육수는 조미료 없이 바지락, 애호박, 감자 등 재료 본연의 맛으로 완성한다. 칼칼한 국물에 술 한잔 생각나기 마련이지만, 아쉽게도 주류는 판매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새롭게 담그는 겉절이는 이곳의 또다른 인기 비결. 제발 팔아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을 이기지 못해 하루에 15통씩 한정 판매를 시작했고 김치가 소진되면 영업 종료 시간이 오후 5시 30분 전이더라도 바로 문을 닫는다.

 

  • 원조홍두깨칼국수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421 1층

베트남 현지 감성 그대로, ‘포25’

 

 

서울중앙시장 입구에서 가운데 길을 쭉 올라가다 보면 주방용품 가게 사이, 별안간 베트남 현지 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쌀국수 전문점 <포25>가 있다.

 

밝은 연둣빛으로 칠한 외관부터 손으로 쓴 투박한 안내판, 내부에 걸려 있는 베트남 전통 갓 논라 Nón Lá 등 업장 분위기는 물론 요리사와 서버 모두 현지인이라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베트남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듯하다.

 

매일 새벽마다 직접 끓인 진한 육수가 일품인 소고기 쌀국수 ‘포 보’부터 베트남식 수육 ‘띳보록’, 반미 샌드위치, 빼놓으면 아쉬울 짜조까지 베트남 현지에서 대중적으로 먹는 요리를 대부분 만날 수 있다. 사이공 맥주, 윈터멜론 등 로컬 음료도 현지 감성을 보탠다. 6평 남짓 되는 가게도, 테이블 간격도 비좁지만 손님들은 이마저도 현지 감성으로 즐긴다고.

​베트남 시장에 왔나 착각이 들 정도로 곳곳의 정교한 디테일이 특별한 식사 경험을 만들어준다.

 

  • 포25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85길 28

자료 제공 : 바앤다이닝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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