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식 트렌드] 지금, 한식의 물결-1

2024.04.29 08:58:12

 

요즘 해외에서 더 핫하다는 한식, 어느 정도일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전 세계 18개 도시 현지인 9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해외 한식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1년간 한식당 경험은 64.6%, 평균 월 1.7회 방문한 것으로 나타난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해외 언론과 레스토랑 평가서가 ‘한식’을 주목하기까지 그 최전선에서 지금의 흐름을 만들어낸 한식당들을 소개한다. 뉴욕, 파리, 도쿄에 걸쳐, 한국 사람도 여행가고 싶은 한식당들이다.

 

뉴욕(NEWYORK)

 

2023년 11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뉴욕」 편에서 별이 뿌려진 한식당은 총 11곳. 가이드가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 할지라도, 역대 최다로 전체 리스트의 15%를 차지한 사실은 뉴욕 미식 신에서 한식의 위치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완전히 낯선 장르로서 한식을 대하는 것이 아닌,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레스토랑을 찾는 뉴요커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셰프들의 전언은 뉴욕 한식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뉴 코리안 다이닝의 뿌리, <정식>

 

13년 전, 뉴욕 트라이베카에 ‘뉴 코리안’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민 <정식>. 지역 미디어와 글로벌 미식 가이드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던 화려한 청년기를 거쳐, 이제는 터줏대감 소리를 들으며 뉴욕에 만개한 뉴 코리안 다이닝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상 차림에서 벗어나 뉴요커에게 익숙한 코스 형식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한국적인 재료의 맛으로 어필한 매력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계절 생선 요리는 김치 하면 흔히 떠올리는 매운맛보다 발효의 새콤함을 매력으로 내세웠다. 얇게 썬 생선회에 백김치, 맛간장을 활용한 소스, 다시마와 백김치, 깻잎 오일, 발효한 토마토를 조합한 입맛 돋는 요리로 전채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성게 비빔밥’은 코스의 정식 구성이 아닌 추가 메뉴임에도 <정식>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성게와 김 본연의 향을 고스란히 살리고, 튀긴 조를 넣어 한국적인 고소함과 바삭한 식감이 뉴요커의 환심을 샀다.

 

현재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대익 셰프는 <정식> 이전에 10년 넘는 기간 동안 프렌치, 이탤리언, 일식, 중식을 두루 섭렵한 인물. 뉴욕 <정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식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테크닉을 보조 수단 삼아 어떻게 하면 더욱 한식의 색채를 잘 녹여 낼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셰프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이 외국인 으로 구성된 서버들의 훈련에도 열심이다.

 

 

한국의 식재료 교육은 물론 정확한 발음까지 따로 교육해 손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식을 알리는 데 ‘작게나마’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겸손의 말을 건네는 그이지만, 뉴 코리안 다이닝의 뿌리로서 사명감은 투철하다.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로운 합주, <아토믹스>

 

레스토랑이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는 말에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토믹스>는 정확히 보여준다. 박정현 셰프, 박정은 총괄 매니저 부부는 레스토랑의 역할을 공감각적인 경험에 두고 촘촘하게 설계했다.

 

입장부터 식사를 마치고 나서기까지 매 순간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 오래된 타운하우스 속으로 들어서면 층고 높은 라운지와 지하로 이어지는 반전의 식사 공간은 마주하는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한국 공예 작가들의 작품은 절제된 한국의 미를 그윽하게 풍기고, 셰프의 철학이 담긴 메뉴 카드와 감사 카드, 친절한 환대는 손님과 레스토랑 사이의 깊은 정서적 교류를 만들어낸다. 그 덕분인지 친구와 수다를 떨듯 자신의 여행 스토리나 한식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단골손님들도 많다고. 그 교류 속에 나눈 이야기들이 다시 셰프에게 영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요리는 한식의 전통적인 요소에 현대적 감각을 버무려 글로벌 미식 무대가 요구하는 수준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잣 소스를 곁들인 파프리카와 우뭇가사리, 숙주로 만든 잡채는 나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뉴욕 에서 한식의 채식 문화를 보여주고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쌈장과 양배추를 곁들인 갈비, 간장 양념으로 맛을 낸 고사리밥 등 코스의 후반부로 흐를수록 진해지는 맛에는 한국의 장 문화가 녹아 있다.

 

누룩 이나 소금으로 발효한 콜라비, 아귀 간 등으로 구석구석 한국의 발효 문화도 빼놓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계절별로 변화하는 10여 가지 셰프 테이스팅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는 밥. 여러 품종의 쌀을 직접 도정해 시즌마다 다른 밥 요리를 제공 하는데, 손님들이 메인 요리와 자유롭게 조합해 즐길 수 있도록 안내 한다. 마치 우리가 밥과 반찬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라는 꽃을 피우다, <꽃>

 

2017년 코리안 스테이크 하우스 <꽃>을 소개할 때 곧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프리미엄’. 그렇지만 김시준 대표의 지향점은 그와 다르다. 귓등을 때리는 즐거운 음악이 흐르지만 전문 서버들의 정돈된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곳, 된장찌개와 고기를 한 상에 차려놓고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고급 글라스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각각의 장점이 모인 다이내믹한 모습을 추구한다.

 

부처스 피스트 Butcher’s Feast는 그 다양성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메뉴다. 드라이에이징한 USDA 프라임 비프, 아메리칸 와규의 4가지 부위를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썰어 테이블 위 불판에서 구워준다. 옆으로는 장아찌, 파무침, 달걀찜,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놓인다. 김수현 명장의 유기그릇을 사용해 한국의 깊은 멋도 올려 두었다.

 

 

고기의 품질은 기본. 오픈 준비 당시 캐주얼한 코리안 바비큐 식당에 한정된 시장의 시선 때문에 고기 수급이 녹록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 각지의 벤더로부터 뉴욕 내 유수한 스테이크 하우스에 절대 뒤지지 않는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이후 자체 숙성고에서 부위별 알맞은 숙성 기간을 거쳐 테이블에 오른다.

 

<꽃>은 마치 김시준 대표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10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과 미국 어디에도 완전히 소속될 수 없는 외로움을 무기로 전환시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길을 개척한 것이다. 한국식 바비큐 식당의 왁자지껄한 즐거움, 보다 격식을 차리는 미국의 스테이크 문화를 결합한 모습. 그것이 뉴욕에서, <꽃>에서 탄생한 한식의 모습이다.


온화하게 숨김없이 전하는 한식 장맛, <수길>

 

세계 무대에서 한식의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지금도 된장은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수길>에서는 온화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그 맛을 전한다. 된장, 양파, 감자, 어패류 등 된장찌개를 구성하는 요소를 해체하고 새롭게 조합해 어니언 수프 형태로 구현한것. 맛과 비주얼 면에서 접근성을 높여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렌치 레스토랑 <다니엘>과 한식 레스토랑 <한잔>에서 각각 수셰프와 수석 셰프의 자리까지 올랐던 임수길 셰프의 양 갈래 경험이 잘 녹아든 ‘코리안 프렌치’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대표 메뉴인 누룽지 푸아그라는 돌솥비빔밥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즐링 팬 위에 밥, 버섯과 양파 등의 채소, 와인에 절인 배, 푸아그라를 올린 후 간장 소스를 부어 완성하는 요리. 뜨거운 기운에 밥이 누룽지가 되어가는 동안 푸아그라 기름이 녹아내려 참기름 효과를 대신 한다. 전통 소주도 갖추고 있지만 대체로 와인과 어울리는 한식의 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요커의 다이닝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야 한식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수길>의 저녁 시간은 늘 활기가 넘친다. 손님들과 서버, 주방과 홀을 바쁘게 오가는 셰프가 함께 만들어낸 분위기다. 메뉴판에 한국 발음 그대로 적힌 된장, 김, 고추장 등을 발음하며 한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공간 곳곳에 놓인 한국 공예 작품과 술병, 심지어 화장실에 놓인 제주 감귤로 만든 손 비누까지 구석구석 한국적인 대화의 소재가 넘쳐난다.

 


[글로벌 미식 트렌드] 지금, 한식의 물결-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 콘텐츠는 레스토랑, 음식, 여행 소식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바앤다이닝'과 식품외식경영이 제휴해 업로드 되는 콘텐츠입니다.

 

관리자 rgm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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